▶ 애리조나 샌프란시스코 캠프 본격 합류해 ‘담금질’ 시작
▶ 가장 상대하고 싶은 투수는 LA다저스의 야마모토 꼽아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꿈에 그리던 미국메이저리그(MLB) 무대를 정복하기 위한 본격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이정후는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서 취재진과 만나 “원래 항상 (키움 히어로즈) 팀원들과 함께 출국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혼자 출국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고 했다. 원소속팀 키움의 승낙을 받고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빅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낸 이정후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천300만달러의 거액 계약에 성공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한 달여 동안 개인 훈련과 출국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친 그는 샌프란시스코 구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로 향한다.
이정후는 “이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훈련은 다 했다. 야외에서 해야하는 기술 훈련만 남았다. 따뜻한 곳에 가서 빨리하고 싶은 생각이 컸고, 구단에서도 곧바로 시설을 쓰게 해준다고 해서 도착하면 곧바로 구단시설에서 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포스팅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액에 사인한 이정후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선수가 됐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 극소수의 선수만 받을 수 있다는 ‘1억달러’ 짜리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솔직히 책임감은 있어도, 부담감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제가 가서 잘한다면 한국에서 또 도전하는 후배들이나 다른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서 “(김)하성이 형이 잘해서 제가 좋은 대우를 받았다. 제가 또 잘하면 한국 선수에 대한 대우가 좋아질 듯하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지, 돈을 많이 받아서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직 빅리그에서 한 번도 타석에 서지 않은 이정후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슈퍼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 키움 구단 유튜브에 출연해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 처 식당에서 주스를 마신 게 현지에서 기사화될 정도다.
MLB닷컴을 비롯한 현지 매체도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키워드로 이정후 타율을 꼽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감에 대해 이정후는 “아직 미국에서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제가 어디까지 할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적응이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적을 잘한다면 이후에는 제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도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정후를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반응이다. 최근 이정후는 밥 멜빈 감독을 비롯한 핵심 코치진 3명과 원격 화상 회의를 통해 대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후는 “감독님이 제가 적응하는 데 모든 걸 다 도와주겠다고 말씀하셨다.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편하게 하면 한국에서 보여줬던 것과 똑같은 성적을 거둘 거라고 하시더라”면서“ 우리는 항상 널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주저하지 않고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이정후는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LA다저스) 등 일본의 정상급 투수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다저스로 간 야마모토를 꼽았다.
야마모토는 이번에 다저스와 12년 총액 3억2천50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계약했다.
이정후는 “야마모토 선수와 같은 지구에서 뛴다. 국가대표 경기에서 만났을 때와 리그에서 봤을 때는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다. 그래서 한번 쳐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이정후를 보기 위해 수많은 야구팬이 공항을 찾았다.
평소 팬서비스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 이정후는 최근 ‘횟집 미담’이 뒤늦게 조명되기도 했다. 한 야구팬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이정후 선수와 횟집에서 우연히 만났다. 사인을 요청했더니 함께 있는 친구들을 먼저 다 돌려보내고 돌아와 한참 동안 사인을 해줬다’는 미담이 올라온 것이다.
이정후가 함께 있던 친구 중 한 명이 전에 야구했던 선수라 그를 배려해 먼저 집으로 보내고 사인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이에 대해 이정후는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사실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었다. (야구했던) 그 친구도 함께 자리에 있었다”면서“ 밥 먹고 나가면서 그냥 사인 다 해드린 건데(미담이 퍼진 건) 어떻게 된 건지 저도 모르겠다”면서 쑥스럽게 웃었다.
끝으로 이정후는 “많이 기대해 주시는 만큼 기대에 보답해드릴 수 있도록, 한국에서 보여드렸던 모습처럼 할 수 있도록 은퇴할 때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겼다. 이정후는 곧바로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소화하다가 공식 팀 소집일인 15일부터 동료들과 본격적으로 인사한다.
25일 오전 5시(한국시간)에는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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