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분 도용 피해자 세금 환급 돌려받는 데 19개월
▶피해자 신원 확인 안 되면 환급 못 받을 수도
▶ 전화 응대 서비스 치중하느라 서류 업무 적체
▶‘피해자 환급·서류 업무’ 적체 해소가 최우선
신분 도용 피해 납세자가 세금 환급을 돌려받는 데 19개월이나 걸릴 정도로‘연방국세청’(IRS)의 업무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 IRS는 올해 업무 적체 현상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로이터]
수년간 예산 부족 사태에 직면한 IRS는 그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빠져 있었다. 두더지 잡기 게임은 숨어 있는 두더지의 얼굴이 올라오면 망치로 때리는 게임이다. 두더지가 얼굴을 보이는 순간 망치로 재빨리 때릴수록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데 높은 점수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게임이다. IRS는 2023년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과 같은 해를 보냈다.‘전국 납세자 권익 단체’(NTA·National Taxpayer Advocate)에 따르면 IRS는 지난해 대대적인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같은 실적도 있었지만 심각한 업무 적체라는 문제점도 남겼다. NTA의 에린 콜린스 납세자 보호관은“2023년은 IRS는 물론 납세자에게 획기적인 전환의 해였다”라며 “IRS를 둘러싼 여러 우려가 신중한 낙관으로 바뀌었다”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IRS는 2024년 공식 세금 보고 시즌이 1월 29일 시작된다고 발표했다. IRS는 세금 보고 마감 기한인 오는 4월 15일까지 약 1억 2,870만 건의 개인 세금 보고가 접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IRS는 약 80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수혈받아 심각하게 부족했던 인력을 충원하고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데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업무 적체에 따른 납세자의 불편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신분 도용 피해 납세자 세금 환급 받는데 19개월
콜린스 보호관에 따르면 신분 도용 피해 납세자에게 세금 환급금을 돌려주는 절차가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데 이는 IRS가 올해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 중 하나다. 신분 도용 피해를 직접 신고한 납세자에게 세금 환급금을 돌려주는 데 현재 평균 19개월의 기간이 걸리는데 이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긴 기간이라는 납세자들의 불평이 많다.
콜린스 보호관은 “저소득층 납세자 중 세금 환급에 의존해 생활하는 납세자가 많다”라며 IRS의 신속한 업무 처리를 촉구했다.
신분 도용 피해를 입은 납세자가 피해 사실을 IRS에 신고하면 ‘신분 도용 피해자 지원’(Identity Theft Victims Assistance) 부서에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납세자는 전자 보고를 통해 세금 보고를 할 때까지 피해 사실을 모를 때가 많다. IRS는 지난해 약 48만 4,000건에 달하는 신분 도용 피해 신고를 받아 처리했다.
■피해 납세자 신원 확인 절차에 문제
실제로 발생하는 신분 도용 피해 사례 외에도 매년 사기로 의심되는 세금 보고 사례가 수백만 건에 달한다. IRS는 사기로 의심되는 세금 보고 확인을 위해 납세자에게 신원 확인 요청 통보를 하는데 통보가 한 차례에 그치고 있어 피해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납세자가 이사한 경우 또는 통보를 열어보지 않거나 분실하면 해당 납세자의 세금 환급은 처리되지 않는다. IRS는 지난 2022년 약 480만 건에 달하는 세금 환급 처리를 중단하고 납세자들에게 신원 확인 요청을 한 바 있다.
이중 납세자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 약 250만 건의 세금 환급은 2022년 말까지 처리되지 않았다.
■전화 응대 서비스 치중하느라 서류 업무 적체
IRS의 심각한 업무 적체 현상은 서류 처리 작업보다 전화 서비스에 치중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콜린스 보호관에 따르면 IRS가 고용하는 어카운트 담당관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전화 문의에 답변하는 것이고 다른 업무는 수정 세금 보고서, 신분 도용 피해 신고서 등의 서류를 처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카운트 담당관의 전화 서비스 업무량이 많아지면 서류 처리 작업이 적체되고 서류 처리 작업에 집중하다 보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IRS의 업무 적체 현상은 두더지 한 마리를 잡으면 다른 한 마리가 튀어나오는 두더지 잡기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콜린스 보호관은 “전화 서비스 응대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면 신분 도용 피해 납세자 신고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납세자권익보호단체는 최근 IRS를 대상으로 올해 적체된 신분 도용 피해 납세자 세금 환급 처리 업무를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NTA는 IRS가 지난 몇 년간 주요 업무 과제로 삼은 전화 응대 서비스를 올해도 우선순위로 진행할 경우 이미 심각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신분 도용 피해자 처리 업무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콜린스 보호관은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적체 현상의 원인인)팬데믹이 종료된 지 이미 오래다”라며 “IRS는 다른 주요 업무에 방해받지 않고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RS, ‘업무 적체 해소 올해 최우선 과제’
납세자 서비스 질을 개선하려는 IRS의 부단한 노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대니 워펠 연방국세청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IRS의 개선 노력을 인정해 준 납세자와 납세자 권익 단체에 감사한다”라며 “본격적인 2024 세금 보고 시즌을 앞두고 서비스 개선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IRS는 종이 서류 스캐닝 기술을 도입해 종이 서류 방식의 세금 보고 처리 속도를 단축했다. 올해부터는 대부분 납세자가 종이 서류 보고서를 우송하는 대신 전자 방식을 보고할 수 있는 방식도 도입됐다.
IRS의 전화 응답률도 높아지는 추세다. 2021년 회계연도 11%에 불과했던 전화 응답률은 작년 29%로 높아졌다. 또 전화 대기 시간도 단축되는 등 전화 응답 서비스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콜린스 보호관은 “잡아야 할 두더지가 줄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며 “올해 작년보다 더 많은 부문에서 IRS 서비스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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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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