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비부머 자산 관리 2030년부터 여성이 도맡아
▶여성 낭비벽 심하다?… 남성 연간 지출액 더 많아
▶ 2011~2020년 여성 투자 수익률이 남성을 앞질러
▶돈 걱정에 그치지 않고 상담, 저축 등 관리 노력
여성의 투자 능력이 남성보다 떨어질 것이란 생각이 잘못된 것으로 조사됐다. 탁월한 투자 능력을 앞세워 30조달러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자산을 2030년부터 여성 인력이 관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로이터]
월스트릿으로 대표되는 금융업계에서 남성의 파워가 여전히 강하다. 금융업계에서 남성이 받는 평균 연봉이 여성을 앞지르는 것만 봐도 그렇다. 재정 자문 업체의 광고를 보면 남성이 상담가로 나오는 비율이 훨씬 높다. 그러나 수 세기 동안 금융업계를 지배해온 남성의 파워가 앞으로 여성에 밀릴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켄지의 2020년 보고서는 2030년에 이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쥐고 있는 약 30조달러의 자산을 여성 금융 인력이 관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자는 충동구매 적이다’, ‘돈 관리는 남자가 해야 한다’ 등의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여러 조사를 통해 증명된 여성의 재정 관리에 대한 오해들을 바로잡는다.
■여성의 돈 낭비가 더 심하다?
‘신지도 않을 신발을 사서 신발장에 쌓아 두는 게 여자다’라는 고정 관념이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말이다. 신발, 의류 구입 습관만으로 여성의 낭비벽이 남자보다 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조사 결과가 있다.
온라인 금융 플랫폼 ‘렌딩트리’(LendingTree)가 2021년 연방 노동통계국의 소비자 지출 현황 보고서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독신 남성의 평균 지출액이 연간 4만1,203달러로 독신 여성의 3만8,838달러보다 약 2,365달러 많았다. 여성의 돈 낭비가 남성보다 심하다는 고정관념을 바꿔 놓은 조사 결과다.
지출 항목별로 봐도 남성이 대체로 여성보다 지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영역으로 간주된 식료품 구입에서 남성의 지출이 더 많았다. 외식 등 식료품 지출로 남성이 연간 쓴 돈은 평균 4,816달러로 여성(4,446달러)보다 약 370달러 많았다. ▶음주 비용으로 지출한 금액은 남성이 단연 여성을 앞질렀다. 알코올 소비로 남성이 연간 지출한 금액은 평균 542달러로 여성(257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여성의 낭비벽이 심하다’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은 의류비 지출 때문이다. 여성이 연간 의류비로 지출한 금액은 평균 671달러였지만 남성도 못지않은 금액인 398달러를 지출했다. ▶남성이 지출을 아끼지 않는 분야가 바로 운동이다. 실내 운동 장비와 운동화 구입을 남성이 연간 지출한 금액은 평균 675달러로 여성(141달러)을 압도한다.
■여성은 임금 협상에 약하다?
각 연봉 수준에서 남성 직원의 연봉이 여성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남성과 여성의 연봉 차이는 연봉이 높아질수록 더욱 커지는 현상을 보인다. 연방 노동통계국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여성의 연봉이 남성의 83%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를 주급으로 따지면 정규직 남성이 998달러로 여성(912달러)보다 약 86달러를 더 많이 받았다.
여성의 연봉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가 여성의 연봉 협상 능력이 낮기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이 많지만 남성의 연봉 협상 능력이 낮기도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남녀 구분 없이 약 60%가 넘는 직장인이 높은 연봉을 요구하지 않고 회사가 처음 제시한 금액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높은 연봉을 협상한 직장인 중 남성이 약 32%로 여성(28%)보다 조금 많았을 뿐이다. USC가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가상 연봉 협상에서도 참여자 중 약 43%가 더 높은 연봉에 대한 요구 없이 처음 제시된 연봉에 그대로 동의했다.
■여성은 투자 능력이 떨어진다?
투자는 위험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남성의 위험 감당 능력이 높고 여성이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점 때문에 여성이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투자업체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2011년부 2020년까지 약 500만명의 고객의 투자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수익률이 남성보다 약 0.4%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투자자의 거래 횟수가 남성보다 적었기 때문이라고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설명했다. 비록 근소 차이로 여성의 투자 수익률이 남성을 앞질렀지만 만약 투자 규모가 크다고 가정하면 여성이 수익이 남성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여성이 적다는 기존 생각도 이젠 옛말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401(k)와 별도로 주식에 투자하는 여성은 2018년 44%에서 2021년 67%로 늘었다. 여성 주식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이 하락할 때 소극적인 투자 패턴을 보이지만 남성은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비율이 높아 여성에 비해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여자는 감정적이라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여자는 감정적 동물이란 말이 있다. 남자보다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투자에 있어서 감정이 최대의 적이다. 흥분, 두려움, 걱정 등의 감정을 최대한 통제해야 투자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렇다면 여성이 감정적이라서 남성보다 투자에 덜 적합할까? 온라인재정정보업체 뱅크레잇닷컴이 투자자들의 걱정 거리에 대해서 조사한 바 있다. 뱅크레잇닷컴의 2023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52%가 돈에 대한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2022년(42%)보다 돈을 걱정하는 미국인이 늘었는데 팬데믹을 거치고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고정관념처럼 재정에 관한 걱정을 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뱅크레잇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중 46%가 재정에 대한 우려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는데 남성(38%)보다 높은 수치다. 그런데 여성은 단순히 걱정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조사에 따르면 재정 관련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이 상당수지만 90%에 달하는 여성은 올바른 재정 관리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 예를 들어 지출 습관을 바꾸거나 저축을 늘리고 크레딧 점수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비율이 남성에 비해 현저히 높다. 그뿐만 아니라 더 나은 재정을 위해 상담 등의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남성이 2019년 이후 약 16% 늘어난 데 반해 여성의 1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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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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