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10년 전만 해도 <3 분 가방> 으로 불렸다. 길거리에 서 있으면 3분에 한 번 꼴로 이 가방을 소지한 여성이 지나간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지금은 그 별명이 <1분 가방>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이 가방을 소지한 여성들이 더 늘었다는 것이다. 바로 명품 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Louis Vuitton)>이다.
1854년 디자이너 루이비통이 파리에 LV 최초의 매장을 오픈 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여행 가방을 제조, 판매하던 LV는 4년 후, 트리아농 캔버스를 이용하여 가벼우면서도 각 모서리가 각 이 진 여행용 트렁크를 제작했다. 당시만 해도 모서리들이 둥근 트렁크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루이비통은 이러한 틀을 깨고 마차에 쌓기 편하게 하기 위해 각 지게 디자인하여 상단과 바닥 모두 평평하게 만든 것이었다. 이 획기적인 트렁크가 불티나게 팔리며 LV 상표의 이름을 드높이게 되자, 다른 여행용 가방 제작사들도 LV의 디자인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LV는 처음부터 섬세한 퀄리티에 특별한 디자인, 차별 되는 로고를 고집하며 고가 정책을 내세웠고, 누구나 갖고 싶은 제품으로 성장하자 모조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골치였다.
결국 루이비통은 모조품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1876년 베이지와 갈색 줄무늬 색으로 디자인을 변경했다. 그리고 해외에도 진품을 공급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1885년에 영국 런던 옥스퍼드 거리에 첫 해외 매장을 오픈 했다. LV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았고 모조품은 더욱 더 극성을 부렸다. 이에 대응하기 루이비통은 상표를 등록해 1888년 "Marque L. Vuitton Déposée"라는 대표 로고를 만들었고,
라는 바둑 무늬 디자인 제품도 새롭게 런칭 했다.
1892년에 설립자인 루이비통이 사망하자 그 뒤를 아들 조르주 비통이 회사를 경영하게 된다. 조르주는 LV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데 힘썼고, 1893년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 참석하여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이다. 루이비통의 이니셜인 L과 V에 꽃과 별의 조합으로 탄생시킨 디자인인데 런칭 직후 상류사회 사람들을 매료 시켰고, LV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1936년, 조르주의 아들 가스통 비통(Gaston Vuitton)이 가업을 이어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스통 비통의 사위인 앙리 라카미에(Henry Racamier)가 루이비통의 경영자로 나섰다.
앙리는 1987년 루이비통사와 모에 헤네시사를 합병하여 그룹을 탄생시켰고, 1988년에는 <지방시(Givenchy)>를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이후 LVMH 그룹은 당시 <크리스챤 디올(Dior)>을 운영하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에 의해 인수되어 현재, LV, 펜디, 로에베, 세린느, 베루루티, 크리스챤 디올, 지방시, 겐죠 쿠뛰르, 크리스챤 라크루아, 후레드, 그리고 스위스 시계 브랜드 TAG Heuer, 럭셔리 화장품 세포라 등의 관련사까지 보유한 세계 최대의 패션제국이 되었다.
덩치가 산만해진 이 기업의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전세계 여성들은 사이비 종교 교주에게 돈과 마음을 빼앗기듯 명품 가방에 더욱 더 열광하게 되었다.
차 한 대 값으로 가방을 구입하는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외국 제품을 판매하는 한국의 어느 의류 매장에서 제품에 가격표를 붙이는 아르바이트생이 실수로 12,000원 짜리 티셔츠에 120,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게 되었다. 그런데 그 티셔츠만 불티나게 팔렸다. 문제는 이 코미디 같은 얘기가 실화라는 것이다.
허세를 겨냥해야 소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 소비자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하여 돈방석에 앉아 있는 기업이 바로 명품 브랜드들이다.
한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싯가 $5,000대의 명품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만드는데 얼마가 드는지 가방 제조의 장인들을 모아 실험에 들어갔다. 명품 브랜드의 로고만 안 들어갔지 같은 천과 가죽 그리고 같은 지퍼와 장식구들을 사용했다. 결과는 놀랄 만 했다.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400 정도 에 똑 같은 가방이 완성되었다. 이 사실이 방송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졌지만 명품 가방 매출은 떨어질 줄 모른다. 아니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소비자는 더 환장을 한다.
최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고야드(Goyard)>의 가방을 보면 한마디로 가죽으로 만든 시장 바구니다. 그런데 가격은 한국 왕복 비행기 티켓 가격보다 비싸다. 사실 고야드도 전통 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LV와 비슷한 점이 많다. 초기에 여행용 트렁크를 통해 명성을 얻었고 그 후, Y패턴(Chevron• V)을 브랜드화 시킨 패션 가방을 런칭 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1837년 설립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는 원래 마구 용품과 안장을 판매하는 회사였으나,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면서 마차가 사라져가자 가방이나 지갑과 같은 피혁 제품으로 사업을 전환하여 성공한 기업이다. 마차 모양 로고를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에르메스, 루이비통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통하는 <샤넬>. 여성들에게 샤넬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전설의 디자이너인 ‘코코 샤넬’이 자기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브랜드다. 브랜드 엠블럼은 서로 반대를 바라보며 겹쳐진 두개의 다. 이는 ‘Coco Chanel’의 앞글자이다. 그러나 지금은 코코 샤넬보다는 샤넬의 창립 파트너인 피에르 베르트하이머의 두 아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런 유명 브랜드들은 남성 제품들을 많이 출시하지 않는 것일까? 남성들도 패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얼마전 <크리스챤 디올(Dior)>이 선발대로 남성라인을 런칭 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애인이나 아내에게 명품 가방 사주기 싫어하는 남자들인데… 통할 리가 없었다.
박봉의 직장인이 대출을 받아 명품 가방을 구입하다 결국 공금을 횡령하기까지 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또, 얼마 전엔 아내가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는 이유로 바다에 빠뜨리고 돌을 던져 아내를 숨지게 한 남편이 구속되었다.
명품 브랜드들이 여성들의 주머니를 털더니 이젠 영혼마저 털어 가정에,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품 중독은 마약과 다를 것이 없다고 조언한다.
중독엔 약도 없다.
<정재윤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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