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자녀 키가 또래보다 작아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특히 키가 작은 부모들은‘나를 닮아 유전적으로 작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배가 된다. 키가 작아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2022년 4만6,333명으로 2018년(3만734명)에 비해 50%가량 늘었다. 또한 또래 아이들보다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 환자도 크게 늘었다. 성조숙증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이가 2022년 17만7,125명으로 2018년(10만2,886명)보다 70%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자향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방학 때는 자녀의 키 등 성장이 잘 이뤄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자녀가 또래 어린이보다 유독 작거나 성장이 지나치게 빨라 걱정되면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녀 키가 얼마나 작을 때 병원을 찾아야 하나.
저신장증은 같은 성별과 연령대 어린이 100명 중 키가 작은 순서로 세 번째 미만이거나, 1년에 4㎝ 이하로 자라거나, 또래 어린이 키의 평균보다 10㎝ 이상 작을 때를 말한다.
저신장증으로 의심되면 4세 이후에 ‘성장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①신체검사로 사춘기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②X선 촬영으로 성장판과 뼈나이를 알아내고 ③혈액검사로 호르몬·영양 상태를 살펴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저신장증으로 확인됐거나, 성장호르몬결핍증·터너증후군·만성콩팥병이 있으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는 사춘기가 되기 전에 맞는 게 효과적이다.
-자녀의 성장 부진에 별다른 원인이 없다면.
성장 검사에서 자녀가 성장 부진이라는 게 확인되면 균형 잡힌 식생활과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다만 많이 먹고, 잘만 먹는다고 모두 키가 크는 건 아니다. 과도한 영양 섭취는 체중을 급격히 늘려 뼈 성숙과 사춘기를 촉진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성장을 돕기 위해 매일 30~60분 정도 유산소운동을 하는 게 권장된다. 다리 성장판을 적절히 자극하는 유산소운동으로는 달리기·농구·줄넘기·수영 등이 꼽힌다.
-키가 너무 빨리 자라도 문제인데.
키 성장 속도가 또래 어린이보다 너무 빠르면 성조숙증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여자 어린이의 경우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고, 남자 어린이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진다면(4mL 이상)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또래 어린이보다 빨리 키가 자라 1년에 7~8㎝ 이상 성장해도 의심할 수 있다. 성조숙증 발병 원인을 정확히 찾기 어렵지만 영양 과잉·체지방량 증가·환경 호르몬·내분비 교란 물질 등이 꼽힌다. 자녀의 유방이나 고환 성장이 또래보다 빠르다면 검사하는 게 좋다.
-성조숙증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나.
2차 성징 발생 시기·사춘기 진행 속도·출산력·약물 투여 유무·가족력·성장 속도 등을 알아본 뒤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고 신체검사로 성 성숙도를 평가한다. 이후 성호르몬 농도 등을 측정하고, X선으로 손을 촬영해 뼈나이를 알아낸 뒤 실제 나이와 비교한다. 그 결과, 성호르몬 농도가 일정량 이상인 ‘중추성(진성) 성조숙증’으로 판단되면 성호르몬 자극 검사(30분 간격으로 5회 시행)를 통해 확진한다.
중추성 성조숙증이라면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뇌종양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추가로 시행한다.
-성조숙증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성조숙증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예측 성인 키의 현저한 감소나 심리적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다면 경과 관찰과 함께 심리적 안정과 성적 발달 교육을 시행한다. 진행 속도가 빠른 특발성 중추성 성조숙증이라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생식선 자극 방출 호르몬 작용제) 치료를 주기적으로 시행한다.
성조숙증 치료는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사춘기가 빨리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치료 기간에는 키 성장 속도는 줄어들지만 성장판의 조기 폐쇄를 막아 성장 기간을 늘려 성인이 됐을 때 오히려 키가 더 커질 수 있다.
-성조숙증일 때 생활 속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육식 위주의 서구식 식단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은 비만 위험을 높이고 환경 호르몬이나 내분비 교란 물질에 노출될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채식이나 잡곡밥 등 섬유질이 많은 식사와 함께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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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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