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타겟·콜스’ 반품 땡처리 ‘빈 스토어’ 호황
▶반품된 제품 8,160억달러, 빈 스토어에서 제2의 삶
▶ 소셜미디어로 신상 및 매장 내 제품 위치 예습까지
▶반바지·운동화 차림으로 전쟁에 임하듯 매장 방문
대형 할인 매장에 반품된 제품을‘땡처리’하는 빈 스토어가 전국적으로 성행 중이다. 매장 방문 전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충동구매 없이 사고 싶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로이터]
미 전역 샤핑몰 주차장에 오전 7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반품한 물건을 싸게 사려는 사람들이다. 마치 한국의 장날처럼 일정 기간에만 콜스, 아마존, 타겟 등 대형 할인점 반품 제품을 파는 이른바‘빈 스토어’(Bin Store)를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이곳에서는 운이 좋으면 단돈 1달러에 새것과 다름은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전국소매연맹’(NRF)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인이 반품한 제품 규모는 무려 8,160억달러에 달한다.
이들 반품 제품은 전국 수십 곳에 달하는 빈 스토어에서 제2의 삶을 맞이한다. 빈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제품은 장난감, 마스크에서부터 아이패드, 전동 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물건이 처음 들어오는 날 가장 비싼데 대개 약 10달러부터 시작할 때가 많다. 이후 재고가 줄면서 가격도 점점 내려간다.
워싱턴포스트는 빈 스토어의 진풍경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 조지아주 마리에타의 빈크레더블 딜스, 일리노이주 폭스 레이크의 베스트 바게인 빈, 뉴욕주 브룩클린의 언박스 등을 찾았다.
이른바 ‘땡처리’ 사업의 성공적인 스토리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주들도 이 같은 흐름을 활용해 소셜 미디어에 새로 들어온 상품 사진을 올리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브라이언 하퍼-티발도 타겟 대변인에 따르면 매장에 반품된 제품을 재판매 할 수 없는 경우 외부 업체를 통해 기부, 재활용, 재사용 또는 폐기 처분된다.
회사원 생활에 염증을 느껴 불과 2년 전 빈크레더블 딜스를 창업한 스텔리언 게르만은 빈 스토어 운영은 쉽지 않고 때로는 지저분하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빈 스토어 사업이 최근 주목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르만 대표에 따르면 빈 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급 업체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21년부터 언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수비 칼릴 대표는 상태가 조금이라도 반품 제품을 공급받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한다.
■샤핑 전 예습 필수
‘연방재향군인회’(VA) 직원 타니카 웨스트의 근무는 새벽 5시 반에 끝난다. 그녀는 일주일 중 며칠은 일이 끝나자마자 커피와 아침을 챙겨 인근 빈크레더블 딜스 주차장으로 바로 향한다. 매장 문이 열리기 전까지 차 안에서 전날 저녁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제품 사진과 매장 내 위치를 확인하는 그녀는 문이 열리자마자 제품이 있는 곳으로 곧장 달려간다.
웨스트는 “소셜미디어 영상을 자세히 보면 제품이 매장 내 어느 장소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며 “제품이 들어있는 상자 색깔과 상자 위치만 확인하면 쇼핑 준비 끝이다”라고 그녀만의 전략을 귀띔했다.
바쁜 날에는 오전 8시부터 매장 앞에 이미 긴 줄이 늘어선다. 하지만 차 안에서 이미 쇼핑 준비를 마친 웨스트는 매장 문이 열리고 불이 켜지면 다른 고객처럼 우왕좌왕하지 않고 원하는 제품이 있는 곳으로 직진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로 쇼핑을 예습하는 사람은 웨스트뿐만 아니다. 폭스 레이크 주민 스메이와 남편 제이미 역시 주말 베스트바게인 빈 스토어가 열리기 전 페이스북을 뒤지기 시작한다. 매장 업주 야냐 폴리카포프가 올린 신상 사진을 쭉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매장 방문을 결정한다. 업주 폴리카포프? 스메이 부부와 같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경품 추첨 행사를 개최한다. 경품으로 헤드폰과 이불 등 쓸만한 물건이 제공되고 있어 경품을 타기 위해 매장을 찾는 발길도 적지 않다.
■전쟁에 임하는 각오로
스메이가 지난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을 찾아 첫 번째로 손을 넣은 상장에서 찾은 물건은 ‘고비’(Govee) 컴퓨터 전등이었다. 남편 비디오 게임용으로 10달러를 주고 샀는데 일반 판매가격인 60달러에 비하면 거의 공짜와 다름없다. 스메이는 빈 스토어에서는 필요 없는 물건에 한눈 팔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이 갑자기 몰리면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기 때문에 정신도 바짝 차려야 한다. 스메이 부부는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위해 매장 방문 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반으로 정했다.
에이드리언 스재카머 심리학 교수도 빈 스토어를 자주 찾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반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 전쟁을 치를 각오로 매장을 찾는다”라는 그녀는 친구와 함께 출산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빈 스토어를 처음 찾았다. 빈 스토어 방문 경험이 있는 친구는 구입하려는 아기 침대와 상자 모양을 이미 머릿속에 외워 두고 매장을 찾았다.
스재카머 교수는 다른 사람처럼 미디 소설미디어로 상품을 확인하지 않는다. 어떤 물건이 있을지 모르고 갔다가 좋은 물건을 찾으면 흥분이 두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가성비다. 그녀는 “가격이 아무리 싸도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손에 든 물건을 다시 상자에 내려 놓는다”라고 전했다.
■전리품 손에 넣은 것 같은 스릴감
조시 라피어는 지난번 블랙 프라이데이에 빈 스토어를 처음 가봤다. 트럭용 전구, 소음 차단 헤드폰, 선풍기, 바비큐 그릴 등을 구입한 라피어는 빈 스토어에 조만간 다시 방문할 예정이다. 첫 방문에서 대만족한 라피어는 다음에 가면 더 많은 물건을 살 계획이다. 스재카머 교수 가족은 수영장 튜브, 바 스툴, 매트리스 외에도 VIP 섹션에서 삼성 스마트 TV를 34달러에 사는 횡재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수는 얼마 전 아마존에서 17달러 99센트에 구입한 50개짜리 서랍 정리함을 반품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빈 스토어 방문에서 같은 제품을 10달러에 다시 구입해서 집 안 정리가 필요할 때 쓸 계획이다.
빈 스토어를 찾는 많은 고객들은 싼 물건을 구입할 때 느끼는 스릴감에 일종의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스메이는 부모에게도 빈 스토어 방문을 권유했다. 웨스트는 빈 스토어에 습관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자신의 아버지가 카지노를 자주 찾았던 것에 비유했다. 웨스트는 야간 근무에 받는 스트레스를 새벽 빈 스토어 쇼핑을 통해 푼다. 웨스트는 “쇼핑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우울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라며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면 세로토닌과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Bin Store’를 검색하면 인근 빈 스토어 매장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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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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