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마스크걸’ 이후 시청수 세계 1위 작품 안 나와
▶ 700억 대작 ‘경성크리처’ 초반 혹평 딛고 흥행 반등할까
올해 8월 비영어권 시청 수(Views) 1위를 기록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 이 드라마 이후 한국 드라마가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과 방송사들이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K드라마들이 잇달아 흥행과 평가 면에서 고전하고 있다.
아무리 몸집을 키우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해도 개연성 있고 흥미로운 서사가 뒷받침돼야 재미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OTT 시리즈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더 글로리’와 ‘무빙’ [넷플릭스·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흥행 성적 주춤한 넷플릭스…TV에선 460억 '7인의 탈출' 고전
3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계에 따르면 매주 시청 수(Views)를 공식 집계해 발표하는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가 세계(비영어권) 1위를 차지한 사례는 지난 8월 21∼27일 '마스크걸'이 마지막이다.
넷플릭스는 '마스크걸' 이후에도 '너의 시간 속으로',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시즌2 등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를 선보였으나 세계 1위에 오르는 작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도적: 칼의 소리'는 제작비 360억원으로 알려졌고 '스위트홈' 시즌2는 회당 30억원을 투입한 이전 시즌보다도 더 많은 제작비를 들였지만, 모두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진 못했다.
올해 초 '더 글로리'에 이어 '택배기사', '사냥개들', '셀러브리티' 등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공개되기만 하면 통과의례처럼 줄줄이 세계 1위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작품들의 성적은 더욱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사례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방송 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종영한 SBS 드라마 '7인의 탈출'은 김순옥 작가가 극본을 쓴 데다 제작비 460억여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자극적인 설정과 부실한 서사로 혹평을 면치 못하며 후반부 5∼6%대 시청률을 맴돌았다.
tvN은 2019년 당시 파격적인 수준인 54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제작한 '아스달 연대기'를 방송했으나 세계관이 엉성하고 설정이 어색하다는 혹평이 쏟아지면서 최저 4%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전했다.
이후 tvN은 후속 시즌 '아라문의 검'에선 제작비를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하반기 방송된 '아라문의 검'에 대한 평가는 이전 시즌인 '아스달 연대기'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시청률은 2∼5%대에 머물렀다.
드라마 ‘경성크리처’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문가들 "볼거리는 도울 뿐, 본질은 서사" 한목소리
제작비가 흥행이나 작품성으로 무조건 직결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면 드라마에 화려한 볼거리를 더하고 만듦새를 높일 수는 있지만, 이런 요소들만으로 재미가 보장되진 않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성공을 거둔 디즈니+의 '무빙'이나 KBS의 '고려거란전쟁'과 같은 사례도 있지만, 이 작품들이 단지 화려한 볼거리나 완성도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탄탄한 서사와 매력적인 인물들이 흥행과 호평을 이끌었다.
올해 초 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라마 '더 글로리'나 작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거나 시선을 압도하는 볼거리를 앞세운 작품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드라마의 본질적인 재미는 서사에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높은 제작비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사에 힘이 있어야 하고, 그 부분이 본질이자 핵심"이라며 "올해는 그 본질에서 벗어난 작품들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또 "큰 성공을 거둔 '무빙'의 경우 강풀 작가가 탄탄하게 이야기를 구성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고, '더 글로리' 역시 규모를 키워서가 아니라 서사의 힘 때문에 성공했다"며 "큰 투자를 하더라도 내실이 있어야만 좋은 작품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 평론가) 역시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을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라며 "오락적 볼거리에만 치중하고 기본인 서사에 소홀한 작품들이 외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또 "시각적인 자극은 드라마가 아니라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700억원 쏟아부은 '경성크리처' 성적 주목…파트2 내년 초 공개
넷플릭스가 최근 파트1(1∼7회)을 공개한 '경성크리처'도 시즌2를 포함해 총 700억원을 쏟아부은 대작이지만, 초반 시청자들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다.
'경성크리처'는 1945년 일제 치하의 경성(서울)을 배경으로 괴수(크리처)가 등장하는 장르물로, 인기 배우 한소희와 박서준을 투톱으로 내세워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는 경성에서 벌어진 부녀자 실종 사건을 파헤치게 된 주인공 장태상(박서준)과 윤채옥(한소희)이 일제의 생체 실험으로 탄생한 괴수들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대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화려한 세트와 의상, 일본군이 생체 실험 증거를 없애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폭발 장면, 기괴한 괴수들의 형상 등 시각적인 볼거리만큼은 이견 없이 호평받고 있다. 큰 제작비를 들인 효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국내 시청자들 사이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이 작품은 왓챠피디아에서 평점 2.5점(5점 만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고, 400건 넘는 시청자들의 코멘트 중에는 "장르가 뭔지 가늠이 안 된다"라거나 "클리셰가 아닌 요소가 없다"는 혹평이 주를 이룬다.
다만 '경성크리처'의 흥행성과 작품성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미 넷플릭스 주간 시청 수 비영어권 3위에 올라 적어도 흥행 면에선 성공할 조짐이 있고, 아직 파트2(8∼10회)가 공개되지 않아 평가가 반등할 여지도 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경성크리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내용이 구현돼 있고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731부대를 다뤘다"며 "이런 부분만 두고도 칭찬할 만한 드라마"라고 말했다.
'경성크리처' 파트2는 내년 1월 5일 공개된다. 이미 촬영을 마친 시즌2는 아직 공개 일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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