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미국 대선은 조 바이든(위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아래쪽)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고령 논란과 사법 리스크 등의 변수가 실제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로이터]
2024년 새해는 미국의 향배를 결정하는 대선의 해다. 오는 11월 치러지게 될 미국 대선은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갖은 논란에도 골수 지지층을 등에 업고 공화당 대선주자 자리를 꿰찰 것이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맞붙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유력시되는 올해 대선에서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민주당이 백악관을 수성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지난 4년 간 절치부심 해온 공화당이 트럼프 후보를 앞세워 백악관을 탈환할 수 있을지, 올해 미 대선의 판세와 향방을 미리 짚어본다.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초강대국 미국을 누가 이끄느냐가 글로벌 정치, 경제, 안보, 외교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새해 11월5일 미국 대선으로 집중되고 있다. 아직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공식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결에 이어 ‘리턴 매치’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박빙 대결을 이어오다 갈수록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를 보여주는 조사 결과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및 경제 정책 논란, 그리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사법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고, 그 외에도 유럽과 중동에서의 전쟁, 제3 후보 출현 등 적지 않은 변수가 많아 예측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선 레이스 선거전 가열
민주당과 공화당은 1월 중순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당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을 벌일 예정이지만 대통령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절치부심 권토중래를 꿈꾸며 4년 전 패배의 설욕전에 나선 가운데 다수의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중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사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이 현재 공화당 경선 레이스에 남아 있는데, 이들은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방식으로 진행되는 주별 경선을 거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1대1 대결 구도를 만들어낸다는 목표지만, 현재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 50~60%의 압도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어 당 안팎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사실상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전당대회는 7월 진행되며 민주당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올 여름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하면 8월 하순부터 양당 후보간 본선 대결이 본격화하며 11월5일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치게 된다.
■68년만의 전·현직 대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결국 대선 리턴매치를 벌이게 되면 지난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애들레이 스티븐슨 전 대통령의 대결에 이어 68년만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게 된다.
최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초박빙 승부를 예고하던 판세가 급격히 트럼프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월스트릿저널의 지난달 초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43%의 지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을 4%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대선의 향방을 결정하는 경합주들에서도 트럼프 우세가 여론조사에서 뚜렷하고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는 ‘오늘 당장 대선이 열려 바이든과 트럼프가 재대결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 7곳에서 47%의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2%)을 5%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 조지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이 주요 경합주로 꼽히는데 이곳 유권자 58%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53%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제·고령 논란·사법리스크
역대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했던 중요한 변수는 경제 문제다. 세계 정세가 극도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이번에도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이 대선 판세를 결정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상 최저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대규모 학자금 탕감 정책을 추진했지만 치솟은 인플레로 실질소득이 줄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학자금 대출 부담이 커진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18~34세 청년 유권자층과 흑인 유권자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정책인 ‘바이드노믹스’의 성과를 재선 전략의 중심으로 두고 있지만 그 약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82세에 재선 대통령에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리스크가 큰 약점으로 꼽힌다.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너무 늙었다는 우려는 상대당인 공화당의 공격포인트인 것은 물론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도 인정하고 대책에 골몰한 대목이다.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78세)로 취임하게 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고령이지만, 상대적으로 나이 문제는 덜 주목받고 있다.
반면에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기밀문서 유출 및 불법 보관 혐의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당내에서는 기소로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하는 효과를 봤지만, 본선에서는 선거 승패의 열쇠를 쥔 무당층의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에 경선을 치르면서 동시에 재판에 출석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법정투쟁도 벌여야 하는 처지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란 혐의를 적용해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향후 연방 대법원이 이 문제에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도 큰 변수다.
바이든 대통령도 차남 헌터 바이든의 기소로 인한 ‘차남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차남 관련 의혹을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도 착수했다. 특히 낙태와 이민 등 주요 정책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어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간 진영 대결, 문화전쟁의 양상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제3의 후보 판세 흔들 가능성
이번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제3지대 후보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 실제 제3의 후보가 포함된 3자 대결이 될 경우 대선 판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일단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는 분석이 나온 상황이다.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 모닝컨설트가 7개 경합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청년층과 노조원 가구, 도시 거주자 등 주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제3 후보 영향력이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제3 후보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2020년 당시 지지 세력, 특히 젊은 유권자들을 재결집하는 데 있어 잠재적으로 중대한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41%는 제3 후보 선택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 중에서는 35%만이 제3 후보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제3 후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35세 미만 유권자 51%, 35∼44세 유권자 47%가 제3 후보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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