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에게 듣는다 - 올해 경제 전망
▶ 물가 2.9% 상승에 GDP 1.2% 성장 등 올해보다 낮아···가주 고용 0.8%로 부진, 소비 둔화로 4% 판매 감소 남가주 주택 시장, 매물 부족에 가격 상승 판매 하락
고금리 기조가 올해도 유지되면서 가주민의 소비 수요 감소에 고용 성장률도 둔화세를 보여 소매업계의 판매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로이터]
새해 벽두가 되면 늘 따라 붙는 질문과 함께 관심이 모아지는 곳이 있다. 바로 미국 경제다.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인플레이션이란 긴 터널을 빠져나와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지난해 말 내다본 올해 미국 경제는 물가가 2.4%로 안정화에 접어들고 기준금리는 3번 인하해 4.6%로 떨어지는 대신 경제성장율은 1.4%에 머무르는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미국 경제의 담론은 회복의 속도와 정도로 모아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와 경제 기관들이 내놓고 있는 새해 미국 경제는 분명 침체가 아닌 연착륙에 방점이 찍히고 있다.
하지만 변수들도 상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에 분쟁 여진을 여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그대로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적 위협도 더해져 미국 경제가 예전의 패권을 되찾는 일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 제임스 L 도티 채프만대학 총장 및 경제학 교수
경제 전문가인 채프만대학의 총장이며 경제학과 교수인 제임스 L. 도티 교수의 올해 미국과 캘리포니아 경제 전망의 토대는 지난해 경제에 대한 정의에서 비롯된다. 도티 교수는 “지난해 경제는 경기 침체, 줄어든 일자리,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주택 가격으로 요약이 가능하다”며 “큰 변동이 없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라고 할 수 있는데 올해 경제는 이런 분위기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2023년의 미국 경제와 지역 경제는 전해에 비해 침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고용 시장은 대체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활기를 띠었고 주택 구매자들은 극심한 매물 부족 속에서도 리스팅 가격 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기꺼이 주택 구입에 나서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도티 교수의 올해 미국 경제와 가주 경제의 전망은 뭘까?
그는 “매우 느린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라고 요약한다. 그의 이런 전망은 경착륙과 연착륙의 끝나지 않은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연착륙과 경착륙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하반기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경착륙에 대한 전망이 강해지는 듯했지만, 12월에 들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의 피벗 전망이 강화함에 따라 다시 연착륙 시나리오가 힘을 받으며 서로 다른 전망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인 만큼 앞으로 더욱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 곳이 있는가 하면 추가 진전이 어렵다고 보는 곳도 있다.
단순히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의 역학을 넘어 에너지 가격과 미국 대통령 선거 및 재정 불안, 지정학적 위협 등 경기 침체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티 교수는 “내년 상반기 가벼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면서도 “내년 침체의 시기와 형태를 예측하기는 어려우며 언제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날지, 나타나긴 할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느린 속도지만 성장세는 가시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티 교수에게 경기 침체는 경제가 병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도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회생을 위한 수술 비용과도 같은 개념이다.
그 한 예가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다. 도티 교수는 “최근 연방정부 예산 적자 규모가 2조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경제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티 교수의 내년 미국 경제 전망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국내총생산(GDP)는 1.2%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의 국내총생산 2.4%의 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는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에 있다. 도티 교수는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은 2.9%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연준의 2% 가이드라인 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고금리 기조는 유지돼 30년 고정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7.7%로 지난해 6.8% 보다 더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티 교수는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인한 여파가 올해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인플레이션은 장기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금리는 생각보다 더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도티 교수의 전망이다.
올해 가주 경제 전망의 특징은 고용 시장의 둔화세다. 도티 교수는 올해 가주의 고용 성장률을 0.8%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8% 성장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도티 교수는 “가주 소비자의 소비 수요 역시 둔화세를 보이면서 소매업계의 매출은 4%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LA와 오렌지카운티의 고용 성장률도 지난해 2% 성장 수준에서 하락해 0.6%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에 따른 모기지 금리 역시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남가주 주택 시장의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도티 교수는 내다봤다. 이로 인해 주택 가격도 상승해 LA와 오렌지카운티 내 주택 가격도 3.5%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매물 부족으로 인해 주택 판매도 4.5% 하락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20% 하락세와 2022년 31%의 하락세를 보였던 주택 판매량 감소가 한자릿수로 떨어진다는 것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도티 교수는 “팬데믹 부양책에 길들여진 소비자와 기업들이 장기간 지속되는 고금리 상황에 취약해질 수 있다”며 “올해 연착륙과 경착륙의 종이 한장 차이 상황에서 잘 버텨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 생활 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남가주 경제 역시 미국 경제의 큰 틀 속에서 일정하게 영향을 받고 있다. 남가주 경제를 미국 경제의 영향 속에서 짚어 보는 것은 올해 개인의 생활 경제의 방향성을 정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남가주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의 전망을 정리하는 의미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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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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