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기르는 개가 다른 사람을 공격해 부상을 입히는 일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집 주인은 주택보험을 통해 보상을 하게 되는데, 항상 주택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들은 집에서 기르는 개가 있는 지, 그리고 어떤 종류인지를 반드시 물어본다.

만약 공격성이 강한 견종이라면 보험사는 가입을 거부할 수 있고, 처음 가입할 때 개가 없다는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이 거부될 수도 있어 항상 이 문제는 철저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는 집 주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집을 렌트해서 거주하는 사람들도 이런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 보험이 ‘렌터즈 보험’(Renters insurance)이다. 렌터즈 보험은 집보험과 달리 건물에 대한 보상 커버리지는 없지만, 책임(liability)과 자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집 건물 자체는 집주인이 가입해 놓은 주택보험으로 커버를 받는다. 즉 세입자가 이 보험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이 기르던 개가 다른 사람을 물었을 경우 이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오늘 이 주제를 꺼낸 이유는 얼마 전 있었던 실제 사고 사례를 통해 이 보험의 중요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올 초 한 집주인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렌트를 줬는데, 세입자가 기르던 개가 이웃을 공격해 부상을 입혔다. 문제는 집주인은 세입자가 개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었고,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나 지나서야 피해자를 대리한 변호사가 집주인에게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소장을 받은 집주인은 당연히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황당했지만, 세입자가 렌터즈 보험을 갖고 있지 않아 고스란히 손해를 배상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사실 렌터즈 보험은 상당히 일반화돼 있는 보험이다. 그리고 집주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세입자에게 요구해야 하는 항목이다. 그런데 한인 집주인들 가운데는 이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경우들이 꽤 있다. 심지어 이런 것을 요구할 경우 임대비를 제때 주지 않거나, 집을 손상시킬 것을 우려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자세는 위에서 소개했던 사례와 같은 일들이 벌어졌을 때처럼 세입자가 져야 할 책임이 주인에게 넘어와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때문에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준다면 반드시 렌터즈 보험 가입 증명을 요구해야 하며, 개를 기르는 지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임대 계약서에 아예 개를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넣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입자가 보험을 유지하고 있는 지를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둬야 하는데, 세입자가 렌터즈 보험에 가입할 때 집주인을 ‘Additional interest’로 추가해 놓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으면 보험에 가입하거나 갱신할 때, 아니면 보험을 취소할 때 관련 내용이 집주인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자동차를 구입해 보험에 가입할 때 차 구매자와 은행이 함께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세입자가 렌터즈 보험을 가입할 경우 집주인은 자신의 집보험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렌터즈 보험은 주택보험과 달리 건물에 대한 커버리지가 없기 때문에 보험료가 높지 않아 1년에 약 200달러 정도로 세입자가 쉽게 가입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사고의 경우 세입자가 렌터즈 보험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보험을 통해 보상을 해주면 끝났을 일이고, 굳이 집주인에게 소송이 들어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집 단지내에서 누군가 부상을 입거나, 세입자의 친척, 친구, 기타 지인이 집을 방문하여 계단에서 미끄러져 머리나 허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경우에도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

참고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바인 시의 경우 이 지역에서 아파트나 집을 관리하는 모든 Property Management회사들은 무조건 세입자에게 렌터스 보험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한 것이 보험인 만큼, 임대와 관련해 렌터즈 보험 가입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집주인의 ‘갑질’이 아니다. 오히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를 보호하는 일인만큼 정당한 요구이자, 필수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문의 (800)943-4555, www.chunha.com

<박기홍 HUB 천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