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서 작성하고 집 나서’ 112 신고…극단선택 추정
▶ 23일 3차 소환서 19시간 밤샘조사 받아…억울함 호소
▶ 소속사 “비통하고 참담…허위사실 유포 자제해 달라”
27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이선균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배우 이선균(48)씨가 27일(한국시간)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2분께 이씨의 매니저로부터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어제까지는 연락이 됐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매니저는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의 강남구 청담동 거주지를 찾아간 뒤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수배차량 자동검색시스템(WASS)과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이씨의 위치를 특정했고, 오전 10시 30분께 종로구에 있는 와룡공원 인근에서 이씨의 볼보 SUV 차량을 발견했다.
차 안의 이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조수석에서는 번개탄 1점이 발견됐다. 차 안에는 축구공과 모자, 섬유탈취제, 미개봉 상태의 바비큐 숯 등도 있었다.
경찰은 신원 파악 등을 거쳐 숨진 남성이 이씨라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한 것으로 판정돼 (치료를 위한) 병원 이송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씨의 차량은 전날 밤 늦게 사망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점도 파악할 예정이다.
경찰은 유족 뜻에 따라 부검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유서에 가족과 소속사 관계자 등에게 미안한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두 달여간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숨지기 나흘 전인 지난 23일에도 경찰에 소환돼 다음 날 새벽까지 19시간에 걸쳐 강도 높은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진 것은 올해 10월이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 10월 19일 영화배우인 40대 남성 L씨 등 8명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8명은 약 1년간 유흥업소와 주거지 등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받았다.
이후 이 남성은 이씨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는 경찰 발표 나흘 만인 10월 23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형사 입건됐다.
그는 10월 28일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경찰에 출석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순간 너무 힘든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다시 한번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도 했다.
이씨는 숨지기 하루 전까지도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소변을 활용한 마약 간이 시약검사와 모발 등을 채취해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4일 2차 소환 조사에서는 "유흥업소 실장이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며 "마약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마치고 이틀 만인 전날 오후에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씨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 A(29·여)씨의 진술뿐이라는 입장이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3억5천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이씨 사망에 따라 그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5년생으로 한국예종 연극과를 졸업한 이씨는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데뷔했다.
이후 여러 뮤지컬과 방송, 영화계를 넘나들며 정상급 배우로 성장했다.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tvN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거머쥔 '기생충'에 출연하며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렸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유튜브 채널은 전날 이씨와 A씨의 사적인 통화 내용이라며 녹취록을 공개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장지는 전북 부안군에 있는 선영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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