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훼방에 PA 군인·공무원 월급도 못줘…미국, 이 설득 실패
▶ 아바스 PA 수반 지지도 추락…하마스 인기는 급상승
지난달 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라말라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미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통치를 맡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훼방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인기 급상승 등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진단했다.
미국은 전후 가자지구 통치 역할을 PA에 맡기자는 구상 아래 무능과 부패로 위태로운 PA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관리들이 라말라의 PA 청사를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주요 직위에 새로운 인재를 앉히도록 하는 등 PA의 변화를 압박하고 있다고 미 행정부와 PA의 관리들이 밝혔다.
익명의 한 백악관 관리는 미 행정부가 "새로운 정부와 (PA) 정부에 합류하는 '젊은 피'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PA 측은 2007년 하마스에 뺏긴 가자지구를 다시 다스리는 방안에 대해 멈칫했지만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통합할 드문 기회에 대해 점차 수용하는 태도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PA 측은 미국의 이런 시도가 팔레스타인 국가의 지위와 관련해 명확한 "정치적 시야"와 결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극우 이스라엘 정부의 집권 기간에 미국이 뭔가 내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 회의적인 자세다.
당장 1억4천만 달러(약 1천820억원) 규모의 PA 세수가 이스라엘에 묶여 있는 문제는 이런 불신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과 PA의 잠정 평화 합의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행정권을 가진 팔레스타인 내 일부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재무부가 PA를 대신해서 세금을 거둔 뒤 이를 매달 PA에 이체해야 한다.
그러나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이스라엘 정부 내 극우 세력이 PA로 세수 지급을 차단해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PA 청사를 지키고 있는 경비 병력조차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미국이 향후 가자지구 치안의 근간이 돼 주기를 기대하는 PA의 여타 치안 병력 등도 마찬가지 신세다.
미국은 이대로는 PA가 완전히 붕괴한다며 PA가 공무원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이스라엘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스라엘의 완강한 반대로 첫 걸림돌에서 비틀거리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88세) PA 수반의 고문이자 PA 집권당 파타의 중앙위원인 사브리 사이담은 이 세입을 PA에 이전하는 계획이 실패했다고 WP에 말했다.
이에 따라 PA의 붕괴를 막기 위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난 22일 1억3천만 달러(약 1천690억원)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나빌 아부 루데이네 PA 부총리는 "심지어 우리는 우리 군인과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 주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정책은 PA의 강화가 아니라 약화"라고 분개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사이에서 최저 수준인 아바스 수반과 PA의 지지도 문제도 심각하다.
아바스 수반은 전쟁 이전에도 인기가 낮아 후임자 논의가 있었지만 전쟁 이후에는 지지율이 더 추락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아바스 수반의 사임을 바란다는 응답자가 88%에 달해 석 달 전 조사보다 약 10%포인트 늘었다.
반면 하마스 지지도는 서안지구에서 12%에서 44%로 급등했고 가자지구에서도 소폭 올랐다.
파타의 젊은 간부인 사이프 아켈은 "사람들은 PA를 점령군의 수호자로 보고 있다"며 좌절한 청년층이 PA가 거부해온 무장투쟁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PA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미국이 추진하는 PA 지도부 개편 계획도 성공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 보인다.
한 서방 국가 외교관은 "서안지구는 취약하고 우리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서 "극도로 취약하고 지쳐 있는 데다 고령인 아바스 수반을 압박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백악관은 PA에 지시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하지만 PA 측은 미국의 개혁 요구에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PA의 사이담은 미국이 식민 지배국처럼 PA의 지도부를 결정하고 전략을 설계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파타의 아켈도 외부에서 강요된 지도자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PA 치안병력을 최대한 빨리 훈련해 가자지구 치안 책임을 맡기려 하고 있지만 관련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타의 아켈은 전쟁이 곧 끝나지 않으면 "(가자지구에) 어떤 정부든 관리할 것이 남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스라엘군)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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