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하면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건물에서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세계 평화의 염원 속에 출발한 2023년은 그 여망과는 달리 자욱한 포연이 지구촌을 뒤덮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2년째 이어진 가운데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민간인과 군인 1,200여 명을 살해하고 240여 명의 인질을 납치하는 기습 공격을 감행,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에 이스라엘이 대대적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촉발된 양측의 전쟁은 대대적인 포격과 공습에 이어 지상전으로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민간인 희생으로 생지옥으로 변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일주일간의 짧은 평화가 왔지만 다음 휴전에 대한 기약 없이 끝나버렸다.
➋ 트럼프, 미 헌정 사상 첫 대통령 출신 형사기소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유력 주자로 백악관 재입성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2023년이 미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출신으로 형사기소되는 불명예를 기록한 해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불법적인 기밀 반출 및 사법 방해 등 혐의로 연방 검찰에 의해 공식 형사기소됐다. 또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인 1·6 사태와 관련해 대선 결과 뒤집기 모의 및 선거사기 유포 등까지 추가 기소되면서 총 4건의 형사 피의자로 사법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➌ 지구촌 덮친 강진 재앙, 튀르키예 등 수만명 사망
올해 2월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 국경 지대에서 21세기 최악의 지진 중 하나로 꼽히는 재앙이 발생했다. 규모 7.8과 7.5의 연이은 강진으로 인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5만여 명, 6,000명 등 총 5만6,000여 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튀르키예에서 12만6,000명, 시리아에서 1만2,000명에 달했다. 겨울철 추위로 인해 구조가 가능한 골든타임이 줄어들고 강한 여진이 끊이지 않으면서 피해가 커졌다. 9월에는 모로코 서남부 아틀라스산맥 부근에서 규모 6.8의 지진이 발생해 약 3,000명이 숨지고 5만 채의 주택이 파손됐다.
➍ 미·중 갈등 증폭… 스파이 풍선에서부터 정상회담까지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며 양국 관계는 올해도 연초부터 악화일로를 걸었다. 2월 중국 인민해방군이 하이난에서 띄운 정찰용 풍선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영공에 침입했다가 미 동부 해상에서 미사일에 격추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양국은 중국 첨단 반도체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 규제와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통제 등 적대적 조치를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후 양국은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섰고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➎ 우크라전 장기화 속 러시아 무장세력 반란 시도 충격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병력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내전 발발 직전의 상황에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망명해 처벌을 면하는 조건으로 반란을 접었지만, 이후 8월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바그너그룹 소유 전용 제트기가 추락하면서 자신의 심복들과 함께 사망했다. 국제사회에서 푸틴 배후설, 요격설이나 내부 폭발설 등이 제기됐다.
➏ SVB 등 은행 줄파산 사태 충격파
지난 40년간 스타트업 신생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올해 3월 ‘뱅크런’으로 불리는 예금 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으로 전격 폐쇄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권에 일파만파 충격파를 던졌다. SVB뱅크는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으로 갑작스런 붕괴는 역대 미국 내 파산 은행 가운데 2위 규모이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였다. SVB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까지 이번 사태로 문을 닫은 은행들이 줄을 이으면서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우려됐었으나 다행히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➐ 챗GPT 등장이 가져온 인공지능(AI) 혁명
지난해 11월 인공지능(AI) 개발 기업 오픈AI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를 처음 선보인지 불과 1년여 만에 챗GPT는 2억명 가까운 세계인이 쓰는 거대 서비스로 성장하며 일반인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전문가들은 사람처럼 묻고 답할 뿐 아니라 인터넷상의 광범위한 자료를 스스로 정리해 원하는 결과물을 척척 내놓는 챗GPT의 등장을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으로 평가되고 있다.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시점에서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축출됐다가 복귀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➑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강행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방류에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7월4일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공식 밝혔지만, 안전성 논란을 말끔히 가셔내지는 못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오염수를 약 7,800톤씩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11월까지 3차 방류를 마쳤다.
➒ 기후변화로 지구촌 몸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
올해는 기온 관측 174년 역사에서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는 등 지구촌이 펄펄 끓었다. 지구촌은 올해도 극단적인 수준의 홍수와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이상현상에 신음했다. ‘지상낙원’으로 불렸던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뜨거운 대기가 촉발한 산불로 97명이 사망하는 등 섬 전체가 잿더미가 됐다. 리비아에서는 열대성 폭풍을 동반한 폭우로 인해 대홍수가 발생, 4,000여명이 숨지고 1만명이 실종됐다. 서유럽과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후 위기는 생태를 넘어 인류의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다.
➓ 우주전쟁 가속화… 인도, 최초 달 남극 착륙
냉전 이후 시들해졌던 인류의 달 탐사 경쟁이 올해 다시 뜨거워졌다.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는 8월 23일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수십년간 미국·러시아·유럽이 주도한 우주탐사 경쟁에서 새 역사를 썼다. 러시아는 1976년 ‘루나 24호’를 달에 보낸 후 47년 만인 올해 달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8월 발사된 ‘루나 25호’는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일본도 지난 4월 달 착륙을 시도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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