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멘 후폭풍… 물류대란 위기
▶ 중 코스코에 일·대만 업체 동참, 유럽행 차 수출 비용 20% 증가…불안감에 국제유가 이틀째 상승, 공급망 위기‘경제 복병’부상
예멘 후티 반군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홍해에서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의 홍해 운송이 잇따라 중단돼 글로벌 물류대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 4위이자 중국 최대의 해운사인 코스코(COSCO)를 비롯해 6·7위 업체까지 홍해 지역 서비스를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컨테이너 운임과 보험료 증가, 운송 지연에 따른 물류 차질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가 우려되고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까지 상승하며 세계경제에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이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 창설을 발표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고 실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맹주와 중국 등이 참여하지 않아 세계 해운 업계의 불안감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중국 경제 매체인 차이신에 따르면 코스코는 홍해 지역의 상업용 선박에 대한 공격이 확대됨에 따라 홍해를 통한 선적을 중단한다는 통지문을 고객사에 보낼 예정이다.
프랑스 해운 조사 기관 알파라이너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5대 해운사 중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 프랑스 CMA CGM, 독일 하파크로이트 등 이미 4곳이 홍해를 통한 수에즈운하 이용을 중단한 상태다.
코스코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컨테이너 운송 업체다. 일본 해운 3사가 컨테이너 사업 부문을 통합해 발족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역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모든 선박의 홍해 항해를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세계 6위의 해운 업체다. 글로벌 7위 해운사인 대만의 에버그린도 이스라엘 화물 접수를 일시적으로 중지했으며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자사 컨테이너선에 홍해 항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로써 세계 7대 해운사 모두가 홍해 루트를 당분간 이용하지 않게 됐다.
수에즈운하의 입구에 위치한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 간 최단 운송 경로를 형성하는데 11월 중순부터 후티 반군의 이스라엘 관련 선박에 대한 드론 공격이 급증하며 홍해를 이동하는 선박들은 선적을 중단하거나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하고 있다. 차이신은 매년 전 세계 컨테이너 무역의 약 30%, 원유 무역의 약 10%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며 장기적으로 홍해 경로가 중단되면 세계 무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해운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컨테이너를 보내는 비용은 전주보다 11.2% 상승한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029달러, 지중해행 화물 가격은 TEU당 13.1% 오른 1569달러로 나타났다.
당장 중국의 경우 자동차 수출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CIB리서치의 왕정청 연구원은 “중국 자동차를 실은 선박이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해 유럽으로 향하는 경우 이동 시간이 2주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의 유럽 수출 비용만 20% 증가하고 선박 보험료, 보안비 등 기타 비용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12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많은 운송 계약이 협상되는 것을 감안할 때 최근의 혼란이 지속되면 기업들이 예상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상황에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홍해에 다국적 함대를 꾸려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공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룸버그통신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무장 세력을 공격해 상선을 표적으로 삼는 후티 반군의 능력을 무력화시키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바레인에서 가진 43개국 장관들과의 화상회의를 통해 홍해에서 민간 함대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각국이 다국적 함대에 기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바레인·프랑스 등 10여 개국은 합동 순찰 및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후티 반군은 즉각 반발하며 홍해에서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나라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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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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