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28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 명시…퇴출엔 못미쳐
▶ 미·EU-산유국 이해관계 충돌로 폐회 하루 미뤄져
13일(현지시간) 끝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선 2주간 당사국 각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열전의 현장이었다.
애초 일정을 하루 넘겨 이날 발표된 전지구적 이행점검 합의에 담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이라는 새로운 표현은 합의를 어떻게 해서든 도출하려는 치열한 타협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규정했다.
COP28 최종 합의문에서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체로 '화석연료'를 공식적으로 지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첫 총회 이후 당사국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을 모두 아우르는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의 움직임에 합의한 것은 28년 만에 처음이다.
2년 전 COP26에선 화석연료 가운데 석탄의 단계적 감축에 합의했을 뿐 석유와 가스는 합의문에 담기지 못했다.
산유국의 강력한 반대로 '석유'를 명시하진 못했지만 진통 끝에 화석연료라는 표현이 일단 국제적 기후변화 대책 회의의 최종 합의문에 첫 발을 어렵게 들여놓은 셈이다.
이번 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합의문에 포함되느냐였다. 총회에 참가한 약 200개국 가운데 절반이 이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결론은 일부 국가의 강한 반발을 샀던 11일 초안의 '화석연료의 생산·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문구보다는 강경하게, 퇴출보다는 약한 표현인 '전환'으로 절충된 셈이다.
퇴출까진 이르지 못했지만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큰 방향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번 총회에서 단계적 퇴출을 강하게 주장했던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이번 합의가 "절반의 대책과 허술한 구멍이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비로소 기후위기가 화석연료 위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기후 싱크탱크인 파워시프트아프리카(PSA)의 모하메드 아도우 이사도 "석유·가스 업계조차도 우리가 화석연료 없는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선 또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정한 1.5℃ 목표(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하로 낮추도록 노력)를 재확인했다. 합의문엔 이 목표치가 13번 포함됐고 술탄 알자베르 의장은 이 목표를 위치가 고정된 '북극성'으로 비유했다.
다른 한편에선 화석연료 채굴·사용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과학계의 경고를 감안할 때 이번 합의가 여전히 불충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비영리단체 생물다양성센터의 진 수 에너지정의국장은 "전반적으로 볼 때 승리이지만 세부 사항에 심각한 흠결이 있다"면서 화석연료 생산국은 곳곳에 있는 허점을 악용해 계속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최종 합의문이 대표적인 화석연료인 가스를 '과도기 연료'(transitional fuel)로 명시하고, 가스가 에너지 안보를 담보하는 과도기적 역할을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도 이런 우려에 무게를 싣는다.
COP28이 지난달 30일 개막 첫날부터 작년 총회(COP27)에서 합의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을 공식 출범시키는 성과도 거뒀으나 합의문에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의 재생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기금 관련 조항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비영리단체 데스티네이션제로(DZ)를 설립한 캐서린 아브레우는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담겼다"면서도 "어떤 나라가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이를 위해 누가 비용을 댈지 등을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나 라만 제3세계네트워크(TWN) 대표 역시 합의문에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기후 손실과 피해는 선진국이 수백 년간 화석연료를 태워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현재 기후위기를 불렀으니 피해국에 이를 보상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번 총회에서 개최국 UAE(1억달러)를 비롯해 독일(1억 달러), 영국(5천만 달러), 덴마크(5천만 달러), EU(2천700만 달러), 아일랜드(2천700만 달러), 노르웨이(2천500만달러), 미국(1천750만 달러) 등이 기금 출연 계획을 밝혔다.
이번 총회 기간 8억 달러 정도가 약정됐으나 필요 금액의 0.2%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개도국들은 외부 투자 없이는 화석연료 퇴출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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