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진 “정상회의 머지않은 시점 가시화 노력”…외교부 “여러 안 소통 중”
▶ 中 “정상회의 조건 만드는 데 합의”…왕이 “한반도 대화 위해 행동 필요”
4년 3개월여 만에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로이터=사진제공]
한중일 3국이 26일(한국시간) 열린 외교장관 회의에서 다음 단계인 3국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의장국인 한국이 희망했던 연내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 한중일 "정상회담 준비 가속화" 합의…'시점'은 아직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분에 걸쳐 3국 외교장관 회의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 장관은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어 "앞으로 정상회의 개최가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중일은 지난 9월 차관보급 고위관리회의(SOM)에서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외교장관 간 합의는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정상회의 개최에 더욱 속도를 붙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박 장관은 3국 정상회의 상세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합의된 정상회담 개최 일시는 없다. 여러 일시 안(案)을 갖고 소통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남은 시일이 촉박해 3국은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3국 외교장관회의 개최 직전 연합뉴스TV에 출연해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의) 문을 닫진 않았지만 지금 연내 열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 中 "정상회의 위한 조건 만들어야"…왕이, 과거 3국 정상 간 합의 거론
눈길을 끄는 대목은 '3국 정상회의 준비'를 설명한 한국·일본과 중국 외교당국의 표현이 다소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 외교부와 일본 외무성은 이날 회의 후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3국은)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한다는 공감대를 재확인하고, 차기 정상회의 준비를 가속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3국은 정상회의를 위해 조건을 만들고, 관련 준비 작업을 가속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중국의 발표에선 '조건을 만든다'는 말이 더해진 것이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이날 3국 회의에서 "행장(行裝)을 재정비해 다시 출발하려는 때에는 중일한 협력의 역사·성과를 다시 새기고, 초심을 견지하며, 방향을 다져 '향후 10년 중일한(한중일) 3국 협력 비전'(2019년 채택) 등 정상들의 공동인식(합의)을 굳게 이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 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를 향하는 정신에 따라 서로의 발전 경로와 핵심이익을 존중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며, 양호한 양자 관계를 지키는 것"이라며 "3국 협력의 전면 재개와 안정적·장기적인 운영을 위해 견실한 기초를 다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기적인 시야로 우리는 새로운 형세·구조·환경에서 협력에 새로운 내용·사명·수단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이날 한중일 외교장관이 함께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추진됐지만 왕 위원의 일정이 단축되면서 하지 않기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왕 위원은 3국 외교장관회의 후 곧바로 출국했다.
중국과 일본이 정상회의 논의에 임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방향성에 관해서는 중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 정부 간 협의체 가동…中, 韓日에 "지역협력 진영화 막아야"
3국 외교장관들은 향후 3국 협력의 추진 방향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그간 코로나19 등 여러 여건으로 인해 한동안 3국 협력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오늘 회의에서 3국 협력을 조속히 복원하고 정상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한국 측은 정체된 정부 간 협의체를 적극 가동해 3국 협력 제도화를 공고히 하고, 3국 국민이 체감할 실질 협력을 발굴하며, 3국 협력이 역내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도록 저변을 확대하는 것을 3대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조속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재개가 필요하고, 아시아·태평양 FTA로 나아가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세 나라가 공헌해야 한다고 했다.
또 왕 위원은 "(3국은) 동아시아 협력의 리더가 돼 개방적 지역주의를 견지하고,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는 것에 반대하며, 지역 협력을 진영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지역의 평화·안전을 지키는 안정장치(stabilizer)가 돼 대화와 협상, 평화적 방식으로 이견과 분쟁을 해결해야 하고, 쟁점을 해결하는 감압밸브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3국은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우크라이나·중동 사태 등 국제정세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안정이 3국과 세계의 공동 이익이라는 점을 재확인했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각급에서 소통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주도적으로 발언했고 일본도 입장을 같이한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기본적 입장을 간략하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한반도 형세의 긴장이 지속되는 것은 어떤 당사자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급선무는 형세의 완화로,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한 조건을 만들고, 이를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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