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총회서 비밀투표…막판 혼돈 판세에 현지 긴장감 최고조
▶ “총성 없는 전쟁”…정부·민간 ‘원팀’ 투표 직전까지 총력전
파리 시내 2030부산엑스포 유치 홍보 광고. 부산시는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파리의 드골공항 디지털 타워 4개와 시내 대형쇼핑몰 ‘시타디움’의 외벽 대형 스크린 2개, 택시 100대에 외부 랩핑으로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고 17일(한국시간) 밝혔다. 사진은 파리 시내 택시 랩핑 광고 [부산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이즈 레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결전의 날'이 26일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예정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당일 투표에 앞서 재계·부산광역시와 '원팀'을 이뤄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력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지막까지 승패를 좀처럼 점치기 어려운 혼전을 이어가면서 현지 분위기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 총리는 파리 BIE 총회에 참석하고자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외교부 제2차관, 박성근 국무총리비서실장 등이 한 총리를 수행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까지 파리에서 BIE 대표단을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전을 벌인 데 이어, 한 총리와 민간 공동위원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바통을 이어받아 마지막까지 가능한 모든 전력을 투입하는 모습이다.
오는 28일 개최되는 제173차 BIE 총회에서는 한국의 부산, 이탈리아의 로마,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순으로 최종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하고 곧바로 개최지 결정 투표가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득표하는 도시가 나오면 곧바로 개최지가 결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정부는 최종 PT가 마지막 한표를 잡을 승부처로 보고 필승 전략을 짜고 있다. 최종 PT 연사로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연사와 구체적 내용이 PT 당일까지 보안에 부쳐진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나승연 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변인 등이 나설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막판 판세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데다 경쟁국인 사우디가 '오일머니' 자본력을 앞세워 유치전 초중반까지 앞선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민간과 함께 총력을 다해 유치 활동을 벌여 후반부에 경합·박빙으로 따라잡은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사우디의 '오일머니' 전략에 맞서 한국은 국제사회에 기여·연대한다는 가치와 반도체·배터리를 앞세운 중장기적 협력 기회로 차별성을 부각했다. 이런 전략이 초반 열세를 만회하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사우디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182개 회원국이 나서는 1차 투표에서 일단 로마를 누른 뒤에 사우디와 결선 투표를 벌여 유럽 국가들의 표를 흡수한다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한국에 승산이 있다는 동향이 사우디에 흘러 들어가며 사우디 역시 막판 견제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이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방문한 나라에 수일 뒤 사우디 측이 찾아가 강하게 표 단속을 하고, 캐스팅보트를 쥔 태평양 도서국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자금 원조를 공언하며 표를 끌어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물밑에서 들린다.
최근에는 사우디가 자국을 지지하는 나라를 상대로 장·차관급 관료를 투표자로 파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프랑스 현지 주재 대사 등을 접촉한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으로의 이탈 표를 단속하려는 조치다.
이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정부 측은 막판 판세나 구체적인 유치 활동을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어느 나라 누구를 만난다거나, 판세를 어떻게 예상한다는 말 한마디 자체가 경쟁국에 흘러 들어가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엑스포 외교전 경쟁으로 파리 현지 분위기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며 "BIE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역대 엑스포 개최 경쟁 중 이번이 가장 치열하고 뜨겁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에 따르면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벌인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만난 각국 인사는 96개국 462명, 한 총리가 만난 인사는 112개국 203명이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직접 방문한 나라는 각각 12개국, 25개국이다. 유치전을 함께한 기업들은 174개국 2천807명의 인사들을 만났다.
정부와 민간이 만난 사람을 모두 합치면 3천472명에 달한다.
민·관이 지난 500여일간 이동한 거리를 합산하면 1천989만1천579㎞로, 지구 495바퀴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은 올해 6월 파리 BIE 총회에서 직접 부산 엑스포 유치 PT를 했으며, 개최지 결정을 코앞에 둔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다시 파리를 찾아 BIE 회원국 대표들을 만났다. 정상이 1년에 한 나라를 두 차례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파리 행사에서 모든 테이블을 돌며 참석자 한명 한명과 환담하는 '밀착 스킨십'으로 막판 표심을 붙잡고 "부산 엑스포를 가장 혁신적·포용적인 엑스포로 만들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기여를 다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한 달 새에만 윤 대통령과 한 총리, 박진 외교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아프리카와 유럽 각국을 방문해 총력전을 벌였다.
한 총리는 지난 12일부터 2박 4일 일정으로 방문한 파리에서는 50개국 인사를 만났다. 한 총리는 귀국길 공항에서 만난 다른 나라 인사를 붙들고 면담하는가 하면, 시간을 쪼개 이동하느라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강행군도 잦았다.
최근에는 매일 늦은 밤까지 4∼5개국 정상급 인사들에게 전화 통화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를 비롯한 정부와 재계 인사들은 파리에서 투표 당일 마지막 순간까지도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를 것이라고 정부는 전했다.
한 총리는 "다른 경쟁국보다 늦게 출발해 치열하게 달려왔다"며 "국민께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기 위해 막판까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