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증언으로 시작한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의 창조에 관해 정교하게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은 6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셨는데, 그때마다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유독 둘째 날만은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씀이 없다. 왜 둘째 날에만 보시기에 좋았다는 말씀이 없을까?
둘째 날에는 궁창을 만들어 궁창 위의 물과 아래의 물로 나누심으로 하늘과 땅을 구별하셨다. 노아 때에 세상에 죄악이 가득하여 하나님께서 대홍수로 심판하실 때 “큰 깊음의 샘들이 터지며 하늘의 창문들이 열려”(창 7: 11) 비가 쏟아지도록 하였다. 이는 단순한 물난리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천지창조 둘째 날 궁창을 만들어 위의 물과 아래의 물로 나누셨던 것을 다시 합쳐 버림으로 창조 이전의 상태로 돌이키겠다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빛과 어두움” “하늘과 땅” “육지와 바다” “물과 불” “남자와 여자” 등, 모든 것을 둘로 나누시고 이 둘이 합쳐서 온전한 하나를 이루게 하셨다. 빛과 어두움이 있음으로 우리는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구별됨으로 우리는 3차원의 공간에서 활동하며 살아간다. 이것을 동양에서는 음양(陰陽)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인 라이프니츠(1646-1716)는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양이 있으면 음이 있다”는 동양의 음양론을 서구에 소개한 철학자이다. 라이프니츠는 수학, 물리학과 공학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는데, 특별히 그는 동양의 음양론에 영향을 받아 2진법(二進法, binary)이라는 수의 체계를 다듬었다. 우리는 일반 생활에서 보통 사용하는 10진법에서는 0에서 9까지의 숫자를 사용하는 데 비해, 이진법에서는 0에서 1까지의 숫자만을 사용한다.
양과 음, 즉 1과 0으로 구성된 디지털(digital)이라는 이진법 원리 위에 탄생한 것이 컴퓨터요 스마트 폰이다. 현대사회를 디지털 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는다. 특히 현대사회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로 언택트와 올 디지털 시대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이진법 원리에 기초한 디지털 기기가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모든것들도 하나님의 창조의 산물일 뿐이다. 디지털 기기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둘로 나누어 창조하신 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빛과 그림자, 하늘과 땅, 물과 불, 남자와 여자 등 둘로 나누어진 세상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분쟁할 수도 있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 큰 하나를 이룰 수도 있다.
하나님이 둘째 날 세상을 둘 나누어 창조하시면서 “보시기에 좋았다”는 평가를 따로 하지 않으신 이유는 둘로 나누어진 세상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실 때 둘로 나누어 만드셨지만, 둘로 나누어진 세상이 서로 분쟁하고 갈등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고 온전한 하나의 모습을 갖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은 둘로 나누어진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가능성을 인간에게 주셨다. 그래서 하나님은 마지막 여섯째 날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말씀하셨다.
둘로 나누어진 세상은 서로 갈등하며 분쟁할 수도 있고, 서로 연합하여 온전한 하나를 이룰 수도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우리 인간들은 둘로 나누어져 있는 세상을 하나로 만들어 가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 남자와 여자도 사랑을 할 때는 서로 다른 점에 매력을 느껴 한 몸을 이루다가도 헤어질 때는 서로 다른 점 때문에 갈등하고 분쟁하게 된다.
지금도 지구촌 구석구석에는 갈등과 분쟁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상대방의 다름을 존중하지 않고 강제로 자기에게 맞추어 하나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나가 되는 길, 그것은 평화의 길이다. 세상의 독재자들은 자기만을 위한 세계로 만들기 위해 전쟁과 폭력, 억압을 행사하지만,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은 세상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헌신과 희생을 통한 십자가 사랑을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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