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만에 만나 4시간 대화서 군사·펜타닐·인문교류 분야 합의…바이든 “일부 중요한 진전”
▶ 바이든 “中, 대만 선거 절차 존중해야…미군에 맞설 기술 中에 제공 안해”
▶ 시진핑 “반드시 지켜야할 레드라인 있어…제재는 ‘위험제거’ 아닌 ‘위험제조’”
▶ 美 “이란 도발 자제토록 힘써달라”…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의지도 강조
조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샌프란시스코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3.11.15[로이터=사진제공]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신냉전'으로 불릴 정도로 가열된 경쟁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1년 만에 얼굴을 맞댔다.
양국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그동안 단절된 '군대군(軍對軍) 대화'를 재개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대만 문제와 수출통제 등 핵심 갈등 현안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만나 4시간 넘게 양자 관계 이슈와 지역 및 글로벌 현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이후 1년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양국 간 무력 충돌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으며 관계를 안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하에 두 정상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였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단절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온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며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별도 기자회견에서 "회담은 매우 좋았고 전면적이며 깊이 있었다"며 "중미 관계사(史)의 이정표, 오늘날 국제관계에서의 대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양국 간 고위급 외교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특히 정상 간 직통 '핫라인'을 개설하는 데 합의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미중 확대 정상회담 [로이터=사진제공]
바이든 대통령은 "둘 중 누구든 양국 간 어떤 것이나 우리 역내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든 간에 어떤 우려가 있으면 수화기를 들어 상대방에 전화를 걸면 받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미국 반입을 막는 데도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합성 마약인 펜타닐 과다복용이 18∼49세 미국인의 사망 원인 1위가 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미국은 멕시코의 마약 조직에 펜타닐 원료를 공급하는 중국 기업들을 제지할 것을 중국 정부에 거듭 요구해왔다.
중국은 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군사·안보영역을 비롯해 정치·외교와 인문 교류, 글로벌 거버넌스 등 20여개의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이견도 적지 않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하고, 대만 무장을 중단하고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도 했다.
시 주석은 또 대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레드라인과 마지노선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시 주석이 회담에서 대만과 평화통일을 선호한다고 말하고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도 언급했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한다는 관측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며 이렇게 설명할 때 "약간의 짜증이 담긴 것 같았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어느 일방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어떤 상황에서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은 '하나의 중국' 정책이고 나는 그걸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군사 활동을 자제하고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도 요구했다.
이는 내년 1월 열리는 대만 총통선거에서 중국에 더 우호적인 정당이 이기도록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 분야에서도 입장차가 두드러졌다.
시 주석은 미국이 안보 명목으로 시행한 수출통제와 투자제한 조치 등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對)중국 억제와 탄압을 하는 것은 '위험 제거'(디리스킹)가 아니라 '위험 제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중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담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논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에서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현했다.
회담에 참석한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음을 밝혔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 고위당국자가 밝혔는데 이는 중국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의 공개발언이나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문제도 회담에서 논의됐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양국은 기후 위기 대응에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회담에서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도 논의됐으며 양국은 AI 관련 정부 간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양국은 내년 초 양국 간 항공편을 대폭 늘리는 한편 교육·유학생·청년·문화·체육 등 교류를 확대하는 데 동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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