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잘 나가는 데에도 미국인들이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수치만 보면 미국 경제는 대단히 양호하다. 최근 연이어 나온 고용보고서와 GDP 보고서는 놀라울 정도로 건실하다: 연방 상무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 조정한 올해 3분기 미국의 국내 총생산량은 연율 4.9%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전 분기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성장률로 2001년말 이후 가장 빠른 성장속도이자 불과 얼마전 경제전문가들의 전망과는 몇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놀라운 수치다.
올해 초, 서베이에 참여한 민간부분 경제전문가의 대다수는 임박한 경기후퇴를 전망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스탭에 속한 이코노미스트들마저 2023년 중에 “완만한 경기침체”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들은 바이든을 깎아 내리려는 우익 성향의 경제전문가, 혹은 부정적인 언론에 세뇌를 당한 신출내기 학자들이 아니라 정확한 경기 전망을 생업으로 삼는 전문가들이다.
어쨌든 어두운 경제전망은 두 건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무색해졌다. 말할 필요조차 없이 연율 4.9%의 성장은 때때로 GDP 위축을 동반하는 경기침체의 영역에서 한참 벗어나있다.
놀랍게도 미국 경제는 불과 몇 달 전에 나온 부정적인 예상을 뒤집었을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인 2020년 1월, 의회예산국(CBO)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작성한 올해 3분기 경기전망치마저 뛰어넘었다.
다른 국가들이 처한 상황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직도 팬데믹 이전의 전망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글로벌 헬스 위기로 세계 경제에 구멍이 뚫린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반가운 뉴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척도는 2.4%로 내려앉았다. 이는 통화안정을 위해 연준이 목표로 삼는 2%의 물가상승률에 근접한 수치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높은 인플레 수치를 끌어내리는데 필요한 경기침체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물가를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사정권 안으로 끌어들인 셈이다.
GDP 보고서는 1개 분기의 자료에 불과하다. 상무부가 최종 수치를 발표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다. 전쟁, 정부폐쇄 가능성, 긴축 재정 등 경제에 영향을 미칠 변수 또한 수두룩하다. 내년도 경제성장세가 지난 분기만큼 뜨거울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렇긴 하지만, 임금상승 데이터를 비롯한 최근의 다른 경제지수들 역시 견고해 보인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경제지수가 연이어 나오는 이유가 무얼까? 둘째, 미국인들이 이처럼 긍정적인 수치를 믿지 못하는 이유는 또 뭘까?
이들 두 가지 중 어느 한 가지 만이라도 확실한 정답을 아는 사람은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서는 소비자들의 애매모호한 태도다.
지금 소비자지출은 대체로 ‘중력’을 거부하고 있다. 상품의 가격을 띄워 올리는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지 않고 있다. 더 많은 지출을 하는 쪽으로 소비습관이 변한 건지, 남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은 소비심리 탓인지, 아니면 그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내심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이들 가운데 정확한 이유가 무엇이건, 소비자들의 지출이 경제 성장에 예상치 못한 탄력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이 밝힌 경제전망은 그들의 소비행동과 완전히 대조된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대공황시기 만큼이나 암울하다. 당시의 경제상황은 대단히 심각했다. 차압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져나갔고, 실업률은 9%를 웃돌았다.
어떤 잣대를 들이대건 지금의 경제는 대공황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대공황기에 비할 만큼 지금의 경제에 부정적이다. 물론 인플레이션 탓이 크다. 인플레이션은 최근 들어 진정됐다지만 물가고에 혼쭐이 난 소비자들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과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중을 격분시키는 최대 요인은 예기치 못한 물가 폭등이다. 바이든의 지지율이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고인플레에 시달리는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만큼 형편없지는 않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돈지갑을 닫지 않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다. 그러니 모든 게 전부 장밋빛은 아니다. 침체 위험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지금의 경제에 아무리 불만이 많다 해도, 소비자들은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나쁘지 않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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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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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정권을 교환 할 때마다 신흥 부자들이 자기들 정책 덕으로 얼마나 늘어나는지 보도가 된다. 물론 얼마나 많은 파산자가 나오는 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그러던 미국과 전세계 경제가 코로나를 겪으며 너무 긴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있지만 많은 실업자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산업방식의 변화가 소비방식의 변화와 만나서 서로 다른 섺터에서 비즈니스의 활황과 불황이 같이 오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