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미 보호·공정시장 조성’ 명분으로 정부 설득해 공매도 한시금지 주도
▶ ‘여당 프리미엄’ 활용, 민생·정책이슈 주력… “선거 구도 영향줄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고위 당·정·대 협의회 발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9일(한국시간)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이 총선 5개월 전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으로 시작한 '메가시티 서울'에 이어 공매도 한시적 금지까지 굵직한 정책으로 이슈 몰이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5일(한국시간) 발표한 공매도 한시적 금지는 이날 비공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여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시행이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경제 부처는 공매도 금지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내비쳐왔다.
'친윤(친윤석열) 핵심' 권성동 의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한홍·윤창현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그간 공매도 한시 금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왔고, '김기현 지도부'는 이날 협의회에서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경제부처가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바꿔 공매도 한시 금지를 전격 결정했다는 게 여당의 설명이다.
공매도 한시 중단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시장 원칙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어 보수 정당에서는 쉽게 꺼내기 어려운 정책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개미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조성이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이번 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전 같은 보수 성향 여당에서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국민의힘 정무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구 금지면 이상한 '국가주의'로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완전히 공매도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고 더 좋은 제도로 리모델링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문을 잠깐 닫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념 대결이나 네거티브 공격보다는 '메가시티 서울', 공매도 한시 중단 등 정치적 파급력이 큰 정책 이슈를 내놓으며 총선 초반부터 차곡차곡 '판'을 짜고 나가는 국민의힘을 두고 '기존 보수 여당과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출범한 국민의힘 김기현 2기 지도부는 '정쟁 자제' 방침을 세우고 정책 이슈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한 '민생 현장 소통' 국정 기조에 발을 맞춘다는 의미도 있다.
집권 여당은 정부와 산하 기관 등을 통해 당의 정책을 실제 정책화할 수 있고, 평소 당정 협의 등을 통해 당의 요구사항을 관철할 수 있는 만큼 선거 국면에서 정책 이슈 선점에 유리한 게 사실이다. 최근 국민의힘은 이런 '여당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이 최근 꺼내든 정책 공약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선뜻 반대하기 어려운 이슈들이다.
실제 민주당은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보다는 실현 가능성이나 진정성을 주로 지적하며 관망하고 있다. 공매도 한시 중단 역시 무조건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인기 영합적이거나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정책 이슈를 선거를 앞두고 던져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는 현재 보수 여당의 행보는 역설적으로 과거 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들이 주로 보였던 모습들이었다.
대표적으로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수도 이전' 공약이 있다. 수도 이전 위헌 결정 이후 이 공약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으로 모습을 바꿔가며 선거 때마다 민주당 계열 정당들에서 전가의 보도로 쓰인 것으로 평가됐다.
가깝게는 지난 2020년 총선 전 민주당은 '공공 와이파이(WiFi) 구축', 모병제 도입, 청년 신도시 조성 등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국민 호응을 얻을 수밖에 없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검토해 초반부터 여론전에서 우위에 섰다.
반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야당답지 않게 '재정 건전성 강화'를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슈퍼 예산'에 제동을 걸려는 목적이었지만 야당이 나라 곳간을 걱정하는 모습은 선거판에선 인기를 끌기 어려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역시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이슈여서 주목도가 떨어졌다.
이처럼 달라진 보수 여당의 모습은 과거 오랫동안 책임 정치나 원칙 등 명분을 중시해오다 선거 국면에서 주도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종의 민주당 '벤치마킹'이거나 미러링(거울 효과) 전략이란 의미다.
반대로 민주당에선 내부적으로 '포퓰리즘 매표 행위', '여당이 너무 나간다'는 반응이 감지된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양당의 공수가 뒤바뀐 듯하다거나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당직자는 "원래 민주당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책을 내놓는 반면에 국민의힘은 원칙이나 기준에 천착해 그런 부분에 둔감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는 우리도 '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당정이 함께 국민 실생활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권 3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는 '정권심판론' 투표가 될 수밖에 없는데, 여당이 이런 전략을 취하면서 선거 구도는 메가시티 서울 등 이슈의 당위론을 가지고 싸우는 구도로 바뀔 수 있다"며 "여당이 이슈 선점에 성공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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