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 민간인 희생 커지자 美도 부담…바이든 ‘진전’ 시사 주목
▶ 워싱턴서 대규모 휴전촉구 親팔레스타인 집회 개최
아랍 외무장관들과 공동회견 나선 블링컨 미 국무장관(우) [로이터=사진제공]
7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개전 1개월을 맞이하는 가운데 미국 외교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개전 직후부터 이스라엘을 전면적으로 지원·지지해온 미국은 국제적으로 이스라엘과 사실상 '한 몸'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에 따른 민간인 희생 증가와 휴전 거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자신들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4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린 아랍국가 외무장관들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은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압박한 것도 이스라엘의 편에 선 미국의 딜레마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이스라엘과 한 몸' 美 딜레마 보여준 블링컨 중동행
블링컨 장관의 3∼4일 이스라엘, 요르단 방문은 중동의 '맹방' 이스라엘과 다른 아랍 국가들 사이에 선 미국의 어려운 입장을 그대로 보여줬다.
블링컨 장관은 3일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질 석방 등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제안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회동후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권 외무장관 등 요인들과 만난 블링컨 장관은 아랍권의 '즉각적 휴전' 요구와 반이스라엘 정서를 확인해야 했다.
블링컨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 나란히 선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아랍국가들이 즉각적인 휴전을 원한다면서 이스라엘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날 블링컨 장관과 별도로 만난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임시 총리도 가자지구 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휴전은 하마스가 전열을 정비해 10월 7일에 했던 일(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 및 민간인 1천 400여 명 살해)을 되풀이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견해"라고 밝혔다.
민간인 피해가 있긴 하지만 하마스의 반인륜적 공격에 대항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이었다.
결국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을 상대로는 '일시적 교전중단'에 대한 원하는 답을 끌어내지 못했고 아랍국가들과는 정식 휴전을 둘러싼 이견을 확인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미사 참석 후 '인도적 교전 중단에 진전이 있느냐'는 기자의 즉석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것은 눈길을 끌었다. 사실상 '거절'로 들렸던 네타냐후 발언이 있었지만 이면에서는 그와 상반되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당분간 미국은 무기지원 등 대이스라엘 지렛대를 활용하는 것까지 검토해가며 인도적 교전중단의 '불씨'를 살리려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서 대규모 휴전촉구 親팔레스타인 집회…바이든, 국내정치에서도 균형잡기 고민
이번 전쟁이 언제 종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
정·재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거자금의 풍향을 결정할 유대계와 지지층 내 친팔레스타인 표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에 봉착한 것이다.
아랍아메리칸연구소(AAI)가 500명의 아랍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10월 23∼27일 실시해 3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7.4%만 "오늘 대선이 치러진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고 답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였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최근 민주당 일부 상·하원 의원 사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폭적인 대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워싱턴 D.C. 도심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대규모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열렸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1만 명 이상으로 보이는 집회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에 대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한편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당장 휴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했다.
아랍권 이민자들뿐 아니라 백인들도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는 이번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민간인 대규모 살상이라는 사실이 거의 간과되고 있는 듯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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