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차이’ 상·하원 수장, 노장 협상파·극우 강경파
우크라 지원 문제 놓고 첨예한 대립, 출발부터 삐걱내년 대선을 앞두고 힘을 합쳐도 모자랄 미국 보수 야당 공화당의 상원과 하원 수장 사이가 삐걱거리고 있다. 협상에 익숙한 노장 기득권층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르는 소장 강경파가 도전하는 양상이다. 30세의 나이 차가 두 사람을 반목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30일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 서열 1위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와 같은 당 하원 1인자인 마이크 존슨 신임 하원의장은 주요 현안마다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둘러싼 대립각이 가장 첨예하다. 동맹·우방 일에 미국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여기는 ‘외교 매파’ 매코널 대표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면 ‘재정 매파’ 존슨 의장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문제를 분리하고 싶어 한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 승인을 요청한 1,050억 달러(약 142조 원)대의 우크라이나·이스라엘·대만 등 패키지 지원 법안 대신, 143억 달러 규모의 이스라엘 지원 법안만 우선 별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연방정부 ‘셧다운(폐쇄)’ 관련 입장도 상이하다. 셧다운을 불사하며 민주당과 싸우는 건 나쁜 선택이라는 게 매코널 대표의 경고다. 하지만 존슨 의장은 당내 비주류 강경파가 요구하는 대폭 지출 삭감이 관철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임시 예산안 시효가 끝나는 11월 중순까지 양당이 예산안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
이 밖에 임신중지(낙태)에 대한 견해도 대조적이다. 임신중지를 연방법으로 금지한다는 구상이 현재 상원 구도상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는 매코널 대표와 달리,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도인 존슨 의장은 임신 주수(週數)에 상관없이 임신중지가 아예 허용돼선 안 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둘을 갈라놓는 건 일단 연령과 경력 격차다. 1942년생으로 올해 81세인 매코널 대표는 공화당 상원 1인자 자리를 16년 넘게 지켜오고 있다. 이에 비해 1972년생(51세) 존슨 의장은 2016년 하원의원이 된 뒤 첫 주요 보직이 하원의장일 만큼 일약 부상한 경우다. 두 사람은 아직 만난 적도 없다고 한다.
트럼프 독주 대선 경선판에 ‘세대 교체론’ 헤일리 약진
유세지 이름 등 실수 연발…트럼프 ‘고령 리스크’ 빌미미국 보수 야당 공화당의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로 맥이 빠졌던 초반 분위기와 달리 활기를 띨 조짐이다. 50대 초반인 ‘세대 교체론’ 대표 주자의 약진과 70대 후반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수 연발 덕이다. 반(反)트럼프 세력의 결집과 네 차례 형사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까지 맞물리면 지지층의 동요가 더 커질 수도 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과 디모인 레지스터, 미디어컴이 공개한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급부상이다. 응답자 16%의 선택을 받아 줄곧 2위를 놓치지 않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6%)를 따라잡았다. 이번 조사는 내년 1월 15일 공화당의 첫 경선 승부처인 아이오와주(州) 당원 대회(코커스)에 참가할 가능성이 큰 유권자 404명을 대상으로 22~26일 실시됐다.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43%)과의 격차는 아직 크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건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다. 8월 조사 당시 지지율과 비교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에서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헤일리 전 대사는 6%에서 10%포인트나 올랐다.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3%포인트 떨어졌다.
때마침 선두 주자가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30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유세에서 고령 탓으로 의심되는 실수를 잇달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9일 아이오와주 수시티에서 집회 연설을 하던 중 방문지 이름을 수폴스로 잘못 말했다. 수폴스는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도시다.
게다가 또 다른 집회에선 대선에서 자신이 대결한 적도 없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이겼다고 말했다. 착각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거듭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경선 경쟁자인 디샌티스 주지사가 지난주 뉴햄프셔주에서 기자들에게 “2016년 때의 트럼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를 파고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46년생 77세, 디샌티스 주지사는 1978년생 45세다.
헤일리 전 대사로선 여러모로 기회다. 우선 고령 논란이다. 1972년생 51세인 그는 올해 초 경선 출마 선언 직후부터 누차 75세 이상 고령 정치인의 정신 감정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세대 교체론의 선봉에 선 셈이다. 타이밍도 좋다. 주유엔 대사를 지낸 그에게 국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지금은 전문성을 뽐낼 적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