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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알코올성 지방간’ 5년 새 40% 증가, 술 많이 안 마셔도 간 건강에 악영향…간암·대장암·관상동맥 질환 위험 커져
간을 생각하면 ‘술’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술과 간은 떼놓을 수 없는 관계다.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것을‘지방간’이라고 하는데 지방간 환자의 20~30%가 술과 관계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하루 40g(4잔) 이하 음주하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지방간을 말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28만3,038명에서 2021년 40만5,950명으로 최근 5년 새 40% 이상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생활 서구화로 고열량 음식을 과다 섭취하거나 운동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지방간이 심하면 간암 17배, 대장암 2배, 관상동맥 질환은 4배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지방간’
간을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부른다. 간 기능이 70~80% 손상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에는 다른 장기와 달리 신경세포가 없어서다.
간이 정상적이라면 간에는 지방이 5%도 되지 않는다. 간에 지방이 이보다 많이 축적된 상태를 ‘지방간’이라고 한다. 지방간은 국내 성인의 20~30%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아주 흔한 질환이다.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로 발생하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당뇨병·이상지질혈증·약물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시면 간에서 지방 합성이 촉진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대사증후군 환자 증가 등의 이유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대부분 과체중·비만(복부 비만)·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과 관련이 깊다. 드물게 피임약 등 여성호르몬이나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약을 오래 복용해도 나타날 수 있다. 급격한 체중 감소나 체중 감소를 위해 수술해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
최광현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패스트푸드와 고칼로리 식품을 많이 섭취해 비만이 된 어린이들에게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소아청소년기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노출되면 성인보다 위험하다. 김미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은 간섬유화와 간경화가 성인보다 더 쉽게 진행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또래 어린이보다 사망하거나 간이식을 해야 하는 위험이 14배가량 높다”고 했다.
따라서 “소아청소년의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조기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녀에게 급격한 체중 증가나 목·겨드랑이 등에 색소 침착(흑색가시세포증)이 관찰되면 빨리 진료받아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중년 여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노출되면 당뇨병이 정상인보다 6배가량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미현 경일대 식품개발학과 교수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40∼64세 중년 여성 3,586명을 대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다. 반면 중년 여성이 과일·채소·고기·생선·달걀·콩류 등을 즐겨 먹으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이 낮아졌다.
■증상 없어 건강검진 등으로 우연히 발견
지방간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기에 환자 스스로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거나 다른 이유로 병원을 찾았다 혈액검사나 초음파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많이 발견한다.
지방간이 생기면 피로감이나 식욕부진, 무기력감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에서 불쾌감이나 둔통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특별한 증상을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평소 음주가 잦거나 비만·당뇨병·이싱지질혈증 등에 노출된 환자라면 지방간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지방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과 운동 요법 같은 생활 습관 개선이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당연히 금주해야 한다. 소량의 음주를 피할 수 없다면 술만 마시기보다는 적절한 영양 공급과 수분 공급을 해주고, 가능하면 도수가 낮은 술을 적게 마시는 게 좋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비만이라면 우선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이문형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체중을 줄이는 것이 비만이 아닌 지방간 환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체중을 줄이면 인슐린 감수성이 향상돼 지방간이 호전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지방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유산소운동으로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제거하고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지방간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음식 섭취량과 특히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고, 고기·생선·달걀·두부 등 동물성 및 식물성 단백질을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됐다면 이들 질환을 조절하는 것도 지방간으로 인한 가장 큰 사망 원인인 심혈관 질환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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