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인이 명절 소포를 보내왔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선물이어서 놀랐고, 박스를 열어보고 또 놀랐다. 선물은 예전에 흔히 봐왔던 방식, 이러저러하게 법다이, 그 문화를 완벽하게 담고 있었다. 한지에 곱게 싸서 색실로 묶고, 비단 보자기에 정성스럽게 담은. 놀란 건 선물 보다, 당연했던 그 법다이,가 나에게도 너무 낯설게 느껴졌단 점이다. 그 낯설음에 왠지 울컥, 했다. 그 울컥,이 무엇인지 천천히 들여다보니, 잊고 살긴 했어도, 아마도 나는 법다이,에 목마름이 있었던 거 같다. 이곳에 왔던 초창기엔 승가의 법도에 대해, 몇 번 가르쳐 본 적도 있지만, 그 법에 맞게,를 기대치 않게 된 지 오래됐고, 나도 잊고 살았다.
법도, 에티켓이란 것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사회적 행동 강령, 즉 남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말한다. 에티켓의 어원이 프랑스 궁중에서 이고 보면, 신분사회에 관한 것이어서 지켜지는 곳, 바운다리가 있다. 그 바운다리는 바운다리를 만든 세상의 것이고, 그 바운다리 밖에선 필요 없는 것이다. 옳고 그름은 아니지만 질서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세상엔 식사 에티켓, 인터넷 에티켓, 직장 에티켓 같이, 그 바운다리가 곳곳에 존재하는데, 그것을 지키자는 것은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말자가 포인트이지만, 드레스코드 같은 쪽에서 보면, 그 바운다리 안의 격상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경우도 된다. 이곳은 그런 지점에서 많이 멀다. 대통령도 너,인 평등세상이고 지켜야 할 에티켓은 그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지 않다.
스님에 대한 에티켓도 따라서 무시된다. 스님이 법도를 세우는 것은 대접받으려는 것에 있지 않다. 스승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그 스승의 가르침에 힘이 있어진다. 승가에선 법이 선다,고 표현한다. 즉, 스님이 막보이면 부처님 법도 없다. 그 법의 위의를 위해, 에티켓이 필요한 것이다. 그 기반은 존중에 있다. 즉 매너란 상호존중이다. 얼마전 푸틴이 연설 도중, 바이든에게 상호존중이란 것을 배우라는 말을 했다. 이쪽에선 그가 그 말 할 자격이 있나 싶지만, 예의와 존중은 그 어디에서나 누구에개나 필요한 것이다. 예전엔 비록 그 일이 비록 침략이라 할 지라도, 지켜야할 전쟁 에티켓이 존중되었다. 적어도 부상병, 또는 기자, 혹은 포로의 처우에 대한 법도가 지켜졌다. 에티켓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도 그 에티켓을 지킬거라 믿기 쉽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반드시 깨지곤 한다. 그게 당연한 게 어찌보면 기대는 미래에 대한 단어이다. '인간을 현명하게 하는 건 과거의 경험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 라는 버나드 쇼의 말도 있듯이, 기대는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발전하게 하고 노력하게 하는 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대가 번번이 어그러지는 일이 많은 건, 과거는 기억하는 것일 뿐이고 미래는 기대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기억도 기대도 명확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켜질 확률은 높지 않다. 그래도 나는 어리석게도 그 작은 확률을 기대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는 소중한 생사의 결정이 오가는 자리에서 조차도, 최소한의 확률도 지켜지지 않는 거 같다. 최대한 지켜져야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존중임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되고 있다.
인간사회를 아름답게 하는 에티켓은 상호간에 그것이 존중될 때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상호존중이 안되는 곳엔 이기가 활개를 친다. 이기엔 에티켓이 없다. 에티켓은 문화이고 사람이 짐승과 구분되어지는 것이다.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는데도, 이기의 대표격인 전쟁은 그악하게 지속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점점 더 법도를 중요시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는 거 같아, 진정 슬프다. 법도,라는 것이 정갈하게 지켜지는 승가, 살생을 금하는 승가, 존중과 예의가 살아있는 승가, 어쩌면 선물을 받고 울컥한 그 이면엔 이런 법도 속에 익숙했던, 그 법의 부재에 대한 그리움이 숨겨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은 저 에티켓을 그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간절히 기원한다. 휴머니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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