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외무 “美, ‘확전개입 자제’ 요청해와”…이란과 ‘가까운’ 中의 ‘보이지 않는 손’?
▶ 美, 확전 차단 주력 속 휴전 카드 부상…中도 팔레스타인 편들기에서 평화 회복에 방점
11월 APEC 정상회담 앞둔 美中, 접촉면 넓히며 중동 안정 해법 찾기 ‘의기투합’ 관측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두고 미국이 이란과 직접 접촉하는 식으로 중재 외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발본색원할 목적으로 가자지구 지상전 강행 의지를 견지하고,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전면적인 참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이들을 억제할 수 있는 두 나라의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근래 미국이 확전 방지 수준을 넘어 휴전 중재 의지도 내비쳤고, 중국이 팔레스타인 편들기에서 평화 회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태세 전환한 점도 눈여겨 볼만 한다. 이를 두고 이란과 긴밀한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 '등 돌려온' 美와 이란간 '접촉'에 촉각…전황 변화 가능성 주목
무엇보다 미국이 이란에 "확전 개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 언급이 눈길을 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이란 반관영 통신인 타스님을 인용해 전한 것이다.
이란 외무 장관은 "미국이 확전에 관심이 없다"고 확인하면서 "이란의 개입 자제를 주문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우선 등 돌려온 미국과 이란의 접촉 사실이 놀랍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나라가 발 벗고 나선다면 전황 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주목할 부분은 미국의 움직임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할 시간을 주면서도, 지상전 돌입을 막아 확전을 차단해온 미국이 휴전 중재로 가닥을 잡는 듯해서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스라엘 내각과 무려 7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승리'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완화할 '인도주의적 조치'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씨름을 벌였다.
이어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늦추도록 설득했으며, 귀국 후에도 같은 스탠스를 유지해왔다.
내친김에 미국은 이스라엘 후방 지원을 위해 최소한의 미군을 파견하되,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대(對)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억제하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임시 휴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질들이 풀려나야 한다"며 "그리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이 눈길을 끈다. 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란도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7일 하마스 기습공격에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면서도 직접적인 전쟁 개입을 삼갔던 이란은 이젠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기미가 보인다.
하마스는 물론 레바논 헤즈볼라부터 예멘 후티 반군에 이르기까지 중동 지역 곳곳의 무장 단체들을 지원해 '대리 세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이란이 여러 여건을 고려해 발을 빼는 양상이다.
사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그 반격으로 존립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작금에 악화할 대로 악화한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전면적인 참전 의지를 보여온 헤즈볼라에 제한적 대이스라엘 공격만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진 데서도 이란의 처지가 읽힌다.
◇ '휴전' 강조로 태세 전환 中, 美·이란 접촉의 '보이지 않는 손'?
현재로선 이란과 미국 간 접촉에 중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은 지난 3월 숙적 관계였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외교 관계를 복원시키는 중재 외교를 성사한 바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의 이번 직접 접촉의 배경에도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의 태도 변화다. 전쟁 발발 직후 친이스라엘을 표방한 미국과 각을 세우면서, 팔레스타인 편들기로 갈라치기에 주력해온 중국이 이젠 평화 회복에 방점을 찍으면서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론 여전히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에 바탕을 둔 '두 국가 방안'(兩國方案)을 강조하고 있으나, 근래 휴전 중재 언급이 두드러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이번 전쟁과 관련해 "분쟁이 확대돼 통제 불능에 빠지거나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도 전날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팔레스타인엔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가자지구 민중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즉각 휴전할 것을 호소한다"고 역설했다.
이스라엘에는 분쟁 상황이 고조되는 것에 우려를 표한 뒤 국제인도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자이쥔 중동문제 특사를 파견해 중동의 여러 나라를 돌면서 중재 외교 활동을 펴도록 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 APEC 앞둔 美中, '중동 안정 방점' 두고 미중 현안 협상 테이블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와중에 11월 11~17일로 예정된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첨단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의 중국 접근을 차단한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에 맞서 중국은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 등으로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켜왔으나, APEC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댈 정상회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왕이 외교부장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만나 회담 준비를 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부총리도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난다.
시 주석이 미국을 찾은 것은 2017년 4월이 마지막이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아직 없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이어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중 양국이 힘겨루기를 한 결과였다.
미국은 시 주석 방미를 통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지지율이 뒤진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미중 관계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시각이 많다.
경우는 다르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미국의 디리스킹 공격 등을 견디기 쉽지 않은 중국 역시 시 주석 방미 카드로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최대한 얻겠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대만 문제는 물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미국과 각을 세워 '굴기'의 모습을 보여온 중국은, 이 같은 미국과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는 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걸 각인하고 있어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조기에 매듭지으려고 미중 양국이 휴전 중재에 고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접촉면을 넓히면서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해법 창출에도 접점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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