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점점 내려가고 일교차가 10도 이상 될 정도로 심해졌다. 일교차가 커지면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는(뇌출혈)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국제 학술지‘뇌졸중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교차가 1도 커질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이 2.4% 증가했다.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골든 타임(3시간 이내)’을 놓치면 생명을 잃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뇌졸중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17년 57만 명에서 2021년 62만 명으로 5년간 8%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뇌졸중은 대부분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87%)으로, 50대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 30~40대 젊은 연령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World Stroke Organization)가 정한‘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5분에 1명씩 발생… 국내 사망 원인 4위
뇌졸중(腦卒中)을 한의학에서는 ‘중풍(中風)’으로 부르지만 뇌졸중이 아닌 질병도 포함하는 개념이기에 뇌졸중이 정확한 표현이다. 뇌졸중(Stroke)은 때린다(Strike)는 것을 뜻한다. 머리를 ‘퍽’ 때리는 것처럼 충격이 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뇌졸중은 5분에 1명씩 발생하고 20분에 1명꼴로 사망하면서 국내 사망 원인 4위다. 예고 없이 찾아오기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40~60% 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을 앓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겪는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재빠른 대응과 치료를 위해 평소 의심 증상을 알아두면 좋다. 뇌졸중 의심 증상으로는 크게 4가지다. ▲‘이’ 하면서 웃지 못하거나 ▲양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다리에만 힘이 없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실어증 증상이 있거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다.
4가지 증상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자세한 증상을 기억하기 어려우면 ‘이웃ㆍ손ㆍ발ㆍ시선’을 외워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 밖에 두통, 구토, 어지럼증, 걸음걸이 이상, 복시(複視), 음식이나 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일시적으로 뇌졸중 의심 증상이 왔다가 수분 내에 호전되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 증상이 있다면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에 증상이 사라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 환자 중 골든 타임인 증상 발생 후 3시간 이내 병원을 찾는 환자 비율은 36% 수준에 그치고 있다(대한뇌졸중학회).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은 골든 타임 내 치료 여부에 따라 예후(치료 경과)가 급격히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이라며 “증상을 인지하는 즉시 119 신고 후 뇌졸중센터를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막힌 것 뚫고, 뚫린 것 막아 치료
뇌졸중 치료는 ‘막힌 것은 뚫고, 뚫린 것(터진 것)은 막는’ 것이다. ‘막힌 것’에 해당하는 뇌경색은 이른 시간 내에 막히거나 좁아진 혈관을 뚫어줘야(넓혀줘야) 한다. 4.5시간 이내 혈전용해제로 막힌 혈관을 뚫어 원상회복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났어도 환자 상태에 따라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를 투약할 수 있다.
최근에는 진단이나 치료 기술이 발달해 중재적 시술과 수술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풍선 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술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며 상태에 따라 경동맥 내막 절제술과 두개강 내외 동맥 문합술(연결술) 등을 시행한다.
‘터진 것(뚫린 것)’에 해당하는 뇌출혈은 뇌동맥류(腦動脈瘤·cerebral aneurysm) 파열에 의한 뇌 지주막하 출혈, 뇌혈관 기형 및 고혈압성 뇌내출혈 등이 대표적이다. 뇌동맥류 치료는 클립결찰술(수술)과 코일색전술(시술)을 시행한다.
성재훈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졸중은 급성기에 얼마나 빨리 치료하는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뇌경색의 경우 3~6시간 이내 치료해야(혈전용해제는 4.5시간 이내, 혈전용해술은 6시간 이내) 뇌 손상 후유증과 장애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뇌졸중은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인 고혈압 예방을 위해 규칙적인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스 조절하기, 염분 섭취 줄이기가 필요하다. 서구적인 식습관 및 비만 증가로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이 늘어나고 있는데 단당류 위주 나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트랜스 지방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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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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