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더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중단을 호소하며 40일 오체투지(五體投地) 기도를 시작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오전 10시께 교회에서 기도문을 비롯하여 뜻드러냄(시위, picketing)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 D.C.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으로 간다. 뜻을 함께 하는 주위의 선한 분들 그리고 교우님들과 함께 간다. 벗님들이 바쁘면 혼자 가기도 한다.
기도를 시작하면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별 위험이 없다던데, 왜 방류 반대 기도를 하느냐 묻는다. 이러한 물음은, 더 안전한 방법이 있는데도, 경제 논리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오염수 방류 방식을 택한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자신들의 자국 이기적 결정을 과학의 이름을 빌려 설명하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사람들을 괴담(怪談) 선동자나 공산전체주의의 지령을 받은 사람들로 몰아가는 윤석열 정부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국민적 불안감에 대한 공감이나 중대한 사안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결여된 경직된 사고와 천박한 인식의 소치다.
하느님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기독교 사제로서,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에 기인한다. 물론 누구나 갖는 오염수 방류가 가져 올지 모를 위험성에 대한 상식적, 과학적 의문도 있다.
분명한 것은 오염수 바다 방류가 과학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촌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고, 어민들의 생계를 위협하지 않고, 후쿠시마 앞바다 바다생물들에게 방사능 오염의 피해를 주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다 방류가 아니라 오염수를 일본 국내 곧 육지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1996년 런던의정서는 방사능 오염물질의 해양투기를 금하고, 국내 처리를 원전 운영 국가의 원칙으로 제시한다. 바다에 방류하여 방사능이 태평양 바다를 떠돌게 하는 것과 일본 영토 안에서 해결 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안전한가? 일본은 방류 방식을 중단하고 더 안전한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최소 30년 길게 60년 100년의 지속적인 오염수 방류는 분명 바다 오염을 가져 올 것이다. 이것은 상식이요 과학이다.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전을 폐로(閉爐)하기까지 30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60년 심지어 100년을 이야기 한다. 시간이 갈수록 녹아내려 굳은 핵연료(데브리) 제거 과정에서 더 위험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가 생성될 것이다.
이러한 방사능 오염물질을 희석하여 내 보내면 걱정 없다고 한다. 희석은 진정한 오염수 해결책이 아니다. 바다에 쏟아져 나오는 방사능 총량이 문제다. 기준치 이하로 방류한다 해도 앞으로 수십 년 이상 방류할 때,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조류, 어패류, 어류들이 오염되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30년, 50년 뒤 우리의 미래세대가 후쿠시마 앞바다의 해산물을 먹어도 안전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현재 이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없다. 가짜 과학자가 아닌 한 누구도 섣불리 예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방류를 멈추고 더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구는 인류와 자연의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아갈 공동의 집이다. 바다는 인류와 바다 생물들 모두의 것이다. 바다는 유한하다. 하늘을 보라. 무한한 줄 알고 산업화를 거치며 별 생각 없이 쏟아낸 온실가스로 우리는 지금 기후재앙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이제 기준치 이하의 온실가스 배출은 의미가 없다. 각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줄여야 한다.
바다도 그러하다. 바다는 무한하지 않다. 하느님의 선물이요 모든 생명의 터전인 바다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보존해야 한다. 늦었지만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갈 지구윤리 확립이 필요하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를 중단하여 지구윤리시대 윤리적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오염수를 육지에서 처리하여 깨끗한 바다를 지키는 지구윤리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왜 오체투지 기도를 하는가? 기도는 마음의 지향이요 삶의 방식이다. 기도와 삶은 하나이다. 오체투지는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 나라들은 생명의 존엄성과 지구윤리를 지키며 평화롭게 지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런 낮은 마음, 따뜻한 마음, 평화의 마음. 우리는 서로 하나라는 마음을 간직하고 생생(生生)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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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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