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샤. 남유다 왕국의 제 9대 왕입니다. ‘여호와는 강하시다’는 뜻입니다. 아마샤는 예루살렘 출신 왕비 여호앗단의 소생입니다. 그에게는 가슴 아픈 과거도 있습니다. 아버지 요아스가 신복들에 의해 살해를 당했죠. 그래서 아마샤는 왕위에 올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습니다. 물론 삼족을 멸해도 시원치 않았지만, 아마샤는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율법을 따릅니다. 그 당시 율법은 “자녀로 말미암아 아버지를 죽이지 말 것이요 아버지로 말미암아 자녀를 죽이지 말 것이라 오직 사람마다 자기의 죄로 말미암아 죽을 것이라”는 조항이 있었습니다(왕하 14:6). 그래서 아마샤는 아버지를 죽인 신복들만 처리할 뿐, 그의 가족들은 살려줍니다.
아마샤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좋은 편입니다. “여호와 보시기에 정직히 행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아버지 죽음에 대한 원수를 갚을 때 감정대로 처리하지 않고 율법을 지킨 것도 이러한 좋은 평가에 한몫 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마샤에 대한 평가에는 2% 부족한 게 있습니다. 선왕인 아버지를 좇아서 열심히 해서 모든 게 좋았는데, 그 당시 왕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인 ‘다윗 왕’에는 못 미쳤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아마샤는 다윗 왕처럼 되고 싶은 욕심이 컸던 모양입니다. 다윗 왕처럼 되고 싶은 욕심은 아마샤 왕의 업적에서 드러납니다. 아마샤는 다윗처럼 소금 골짜기에서 에돔과 전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다윗이 소금 골짜기에서 에돔을 물리친 것과 똑같이 에돔을 물리치고 에돔의 도시 중 하나인 셀라를 차지합니다. 그런 후에 셀라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붙입니다.
옥드엘. ‘하나님에 의해 정복되었다’는 뜻입니다. 에돔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차지한 도시의 이름을 이렇게 바꾼 이유는 분명해 보입니다. 자신의 업적을 다윗 왕의 업적과 대등하게 만들어, 자신을 다윗 왕의 반열에 올려 놓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있었던 것이죠.
여기까지는 인간적으로, 또는 왕으로 그럴 만합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마샤의 다음 행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아마샤는 북이스라엘의 요아스 왕에게 메신저를 보내 시비를 겁니다. “오라 우리가 서로 대면하자”(왕하 14:8). 시쳇말로 ‘맞짱 뜨자’는 말입니다. 아마샤는 에돔을 무너뜨린 기세를 몰아 북이스라엘을 굴복시키려는 속셈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다윗의 반열에 올려 놓는 것에 쐐기를 박으려는 듯 보입니다. 이에 대한 북이스라엘의 왕 요아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레바논 가시나무와 백향목 우화를 들어, 아마샤를 꾸짖습니다. “네가 에돔을 쳐서 파하였으므로 마음이 교만하여졌구나”(왕하 14:10). 요아스 왕은 마사야 왕을 꾸짖으며, 괜히 화를 자초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전갈을 보냅니다. 그런데, 아마샤 왕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아마샤는 에돔 격파 후 실제로 마음이 교만해졌습니다. 자신이 다윗처럼 에돔을 격파할 때 하나님이 도우셨던 것처럼 북이스라엘과의 전쟁에도 자신을 도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마샤는 이렇게 근거 없는 자신감과 지나친 신앙을 마음에 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남유다는 북이스라엘에 비해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북이스라엘은 남유다보다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월했습니다.
아마샤는 자신의 힘을 잘못 판단했던 것이죠. 결국 전쟁은 벌어졌고, 힘의 우위에 있던 북이스라엘은 예루살렘으로 돌진하여 성벽을 부수고, 성전과 궁전에서 보물을 약탈합니다. 아마샤는 자신을 다윗의 반열에 올려 놓으려다가, 도리어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곱게 죽지 못하고 아버지처럼 반역의 무리에 의해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됩니다.
아마샤 이야기의 교훈은 명백합니다. 사는데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이라는 것이죠. 겸손은 잘 돼도 우쭐대지 않는 것이고, 못 돼도 낙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겸손은 마음을 늘 ‘주님’께 두고 잠잠하게 사는 것입니다. 이거 하나만 잘 해도, 우리 개인의 인생, 교회의 미래, 나라의 운명은 더 풍성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살면서 쌓아야 하는 덕들 중에, 그 중에 제일은 겸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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