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10세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최연소 입학한 IQ204 천재 소년 백강현군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 자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군의 아버지는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린 강현이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놀림과 비인간적인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백군의 자퇴 배경에 대해 언급했다. 백군은 학교에서 동급생들로부터 ‘너가 여기 서울과학고에 있는 것은 전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팀 과제 할 때 강현이가 같은 조에 속해 있으면 한 사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등의 폭언을 들으며 힘든 나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시 27킬로그램이었던 몸무게가 22킬로그램으로 줄었을 만큼 백군은 힘든 나날을 보냈지만, 꿋꿋하게 학교 생활을 견디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백군이 가장 힘들어 했던 부분은 팀 발표. 같은 팀 형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었던 백군은 “발표만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모님에게 간곡하게 부탁했다. 자신 때문에 팀원에게 피해를 끼칠까 두려웠던 것이다.
부모님은 담임선생님에게 별도로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백군이 팀 발표를 혼자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강현이 한 명 때문에 학교의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며 “강현이가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는 싸늘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결국 백군은 이달 18일 서울과학고를 자퇴하기로 결심했다.
백군의 자퇴 소식은 전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2016년 SBS ‘영재발굴단’에 3살의 나이로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았던 백군의 행보는 국민들의 꾸준한 응원을 받아왔다. 그는 2019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이듬해 5학년으로 조기 진급, 올해 10살의 나이로 서울과학고에 입학하는 눈에 띄는 행보를 밟았다.
서울과학고는 과거 대표적인 1세대 특목자사고였으나 지난 2009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됐다. 즉, 엄밀히 말해 일반 과학고등학교가 아닌 영재학교인 셈이다. 영재고는 국비로 영재를 육성해 국가 이익에 이바지할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지만, 서울과학고의 교육 시스템은 대한민국의 입시전쟁 속에서 입시를 위주로 한 보통의 특목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숙사에 사는 동급생들과 달리 집에서 등하교를 하는 백군은 하교 후 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었고, 영재이긴 하나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백군이 팀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려웠다. 성적이 입시로 연결되는 긴장감 도는 상황에서 동급생들도 어린 백군을 마냥 귀여워만 할 수는 없는 상황. 결과적으로 서울과학고는 백군의 영재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백군의 안타까운 사연은 한국의 영재 육성 교육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그렇다면 백군이 미국에서 자랐다면 달랐을까. KBS 일요스페셜 ‘11세 대학생 쇼 야노, 천재는 이렇게 자란다’(2002년 방송)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시안계 미국인 천재소년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그려진다. 쇼 야노의 어머니인 한국인 진경혜씨와 일본인 가쯔라 야노씨는 영재 초등학교에서 쇼가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판단, 과감하게 홈스쿨링을 택했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 교재가 다양하게 개발돼 있고, 학부모를 위한 지원제도도 있다. 또한 각 주마다 조직돼 있는 영재 관련 민간 단체들이 주기적인 세미나를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모의 올바른 자녀교육, 미국의 풍부한 교육제도 등이 어우러져 쇼는 행복한 천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9세에 대학교에 진학했고, 18세에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의사로 재직 중이다.
천재는 이렇게 자라야 한다. 대한민국은 천재를 품을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뼈아플 만큼 시리다. 이번 백군의 사건이 앞으로도 되풀이 된다면, 대한민국에 반짝이는 미래는 없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인재 양성을 위해 대한민국은 영재들에게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언론과 대중도 신동 또는 영재 타이틀에만 주목하는 것을 넘어 영재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 천재들의 자화상이 웃는 모습이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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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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