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방문한 안철수 의원 본보 단독 인터뷰
지난 11일 워싱턴을 방문한 안철수 의원이 방미 목적과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1962년생인 안 의원은 서울대 의학박사로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업체인 안랩을 설립했으며 18·19·20대 대선에 도전했다. 3선 국회의원(19·20·21대)으로 지역구는 성남시 분당구 갑이며 내년에 4선에 도전한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연예인 버금가는 유명세를 누렸던 안철수 의원(국민의힘)은 화려하게 등장했던 정계진출 못지않게 세 번의 대선출마로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 정치인이 됐다. 의학박사이며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공학석사, 경영학석사를 마친 안 의원은 충분히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지만 기꺼이 정치에 발을 들였다. 거대 양당이 주도하는 한국의 정치 구도에서 제3당으로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적잖은 풍파를 견뎌낸 안 의원은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정치인으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지난 9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안철수 의원을 지난 11일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만났다.
“한국, 핵잠수함 보유해야… 핵 처리기술 허용 시급”
“여당 의원들 대다수, (윤 정부에) 아무 말도 못해”
“미 인사들과 사적 만남 통해 심도 깊은 대화…사비 들여 미국행”
-미국을 방문한 목적은
▲국회 외통위 상임위원으로 종종 미국에 오게 되지만 공식 일정만으로 미국 조야의 의견을 듣기는 쉽지 않다. 다른 의원들과 함께 통역까지 대동해서 만나게 되면 시간도 부족하고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어렵다. 때문에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미국을 방문해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학계 인사들을 만나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수집해 오고 있다.
이번에도 워싱턴을 방문해 한반도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었으며 이어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초청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지난달 북핵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스탠포드대 후버연구소 콘돌리자 라이스 소장을 만나 북핵문제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에 워싱턴에서도 헤리티지재단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 아시아재단 스캇 스나이더 소장,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만났다. 이들 모두 한반도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특히 볼튼 전 보좌관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와 ‘사용 후 핵 재처리 기술 허용’에 대해 동의했다. 미국·영국·호주의 3자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통해 핵 기술이 전무한 호주도 핵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상황에서 한국도 핵 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한국의 사용 후 핵의 보관용량이 한계에 달한 만큼 재처리 기술 허용이 시급하며 일본에는 이미 재처리 기술이 허용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달리 미국의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과의 패권 경쟁 그리고 내년 대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미국의 정부와 의회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것이다. 때문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평가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해야 하지만 여당 의원들의 대다수는 아무 말도 못한다는 것이다. 정권만 바라보고 민심을 외면한다면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도 야박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얻어야 내년 총선도 승리할 것이다.
-재외동포정책, 해외 한인들에 대한 인식은
▲미국 유학생활을 비롯해 독일연구소 연구원으로 생활하면서 적잖은 외국 생활을 경험했다. 1995년 필라델피아에서 살던 시절, 지역 신문이 다양한 세계 뉴스를 다루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반면 한국의 신문은 국내 소식, 한국 정치에만 매몰돼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도 국제적 안목, 글로벌 시민의식을 키워야 한다. 국제적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주인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재외동포정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인구는 감소하고 이제 더 이상 역동적인 나라도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재외동포들과 손잡고 다시금 역동성을 회복해야 한다. 국적법을 비롯해 해외 한인들의 발목을 잡는 제도를 개선하고 다른 선진국의 장점을 취하면 된다.
프랑스의 경우 외국에 살고 있어도 프랑스 사람이면 프랑스 국회의원에 선출될 수 있다. 실제로 스위스에 살고 있는 프랑스 의원을 만나 적이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해외동포들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앞으로 재외동포청장은 직접 외국에서 살았던 해외 한인들 가운데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정치인으로서 비전과 포부는
▲한국의 현주소는 자살률과 출산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삶이 힘들어 자살률이 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출산율은 떨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정직한 사람이 속거나 손해 보지 않고 줄 선 사람이 새치기 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이 됐다.
지금의 정치는 세금으로 자기편 사람들만 먹여 살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내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돈이나 명예,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의 초심은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일념뿐이며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아버님이 92세로 세상을 떠나시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나의 남은 생은 정치인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심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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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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