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장 반가운 소식일까? 사람마다 다를지 싶다. 누구에겐 고대하던 취업, 신분문제 해결, 자녀출산, 사업성공, 건강회복, 학위취득 등등…. 자녀를 군대나 전쟁터에 보낸 부모에게는 자녀의 안전이나 무사귀가 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크고 기쁜 소식은 전쟁이 끝났다는 종전(終戰, end of war) 소식일 것이다. 종전 소식은 또한 1945년 8월 15일 한민족이 들었던 가슴 벅찬 해방의 기쁜 소식 이래, 종전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민족이 오매불망 기다려왔고 앞으로도 기다려야 할 한겨레를 살릴 기쁜 소식이다.
날마다 처참히 파괴하고 죽고 죽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하루 속히 전쟁을 멈추고 끝내야 한다. 어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인가? 우리의 고국 한반도 또한 엄밀히 말하면 아직 전쟁 중이다. 1953년 7월 27일, 전쟁을 멈추자는 정전(停戰, Armistice)협정을 맺은 이래, 70년이 지나도록 서로 총구를 겨눈 채, 단지 전쟁을 멈추고 있을 뿐이다. 정전은 미봉책이다. 서로 적대국으로서 호시탐탐 경계하며 전쟁을 쉬는 휴전(休戰)상태에서 이제는 전쟁을 끝내는 종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전쟁을 끝내려는 종전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외교안보 문서에서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용어가 아예 삭제되었다. 윤대통령은 ‘한국자유총연맹’ 행사에서 대북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심히 나쁘게 몰아세웠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하여 남한과 미국 측에서 누가 먼저 처음으로 종전협정을 제기하였는가? 처음 종전을 언급한 사람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다. 그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베트남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과 종전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지를 제안한 바가 있다. 물론 이는 다분히 당시 미국의 국내 정세를 고려한 제안이었을 것이다.
종전해야 한다. 종전은 반국가세력의 주장이 아니다. 반대로 종전은 한반도 민족 공동체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나라사랑 민족사랑 나아가 인류보편애에서 나온, 이념과 체제를 초월한 평범한 시민들 종교인들의 지고지순의 마음에서 나온 열망이다. 종전은 전쟁반대요, 이웃사랑이요, 하느님 사랑이다.
정전협정 당사국인 유엔 그리고 북한과 중국, 또한 실질적 전쟁 당사국인 남한과 북한은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종전협정을 맺고 종전해야 한다. 정전상태의 한반도는 항상 부자연하고, 불안하다. 정전협정은 말 그대로 잠시 전쟁을 쉬고 있는 것으로, 남한과 북한은 여전히 적대적 관계임을 의미한다. 남북한은 70년을 서로 적으로 대하며 살고 있다. 한반도에 태어나는 자녀들은 태어나자마자 수천만 명을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적으로 삼고 태어난다. 가슴 아픈 현실이요 비극의 역사다.
종전협정을 주한미군 철수나 연방제통일안 등과 연결 지어 북한의 거짓 평화전략에 넘어가는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막연한 기우(杞憂)다. 종전을 반대하고 거짓 평화 운운하는 사람이야 말로 반국가 세력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지닌 나라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알고 깨어있는 시민적 자각과 평화를 사랑하는 남한의 국민을 믿어야 한다.
맺자. 맺자. 어서 맺자. 전쟁을 끝내는 종전협정을 맺자. 종전은 한민족이 나아갈 자유와 번영과 평화의 길이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누가 갖다 주려니 바라기만해도 안 된다. “평화는 당신이 만들고, 당신이 하고, 당신이 되고, 당신이 주는 것이다.”(존 레논)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 어디에도 없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는 헌법 제 66조에 충실해야 한다. 휴전 70년 동안 끝내지 못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헌법에 나와 있는 대통령의 역사적 의무이다. 우리 모두 어서, 베들레헴 빈들의 목동들이 들었던 “모든 백성들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루가 2:10)처럼, 종전의 큰 기쁨의 소식을 듣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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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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