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 김영호 전 민주평통 북미주부의장
▶ 미주총연 갈등과 회장뿐인 한인회 등 우려와 안타까움, 미주 한인사회에 진심어린 조언…
워싱턴을 방문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방미단 일행을 맞이하기 위해 지난 10일 한인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지난 14~15기 민주평통 북미주 부의장을 역임했던 김영호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명예회장도 텍사스 달라스에서 워싱턴을 찾았다. 달라스 한인회장, 중남부한인연합회장,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이사장 등 30년 넘게 한인회와 인연을 맺어온 김 전 부의장은 11일 본보를 방문해 지난 수년간 분쟁으로 얼룩졌던 미주총연, 회원은 없고 회장만 남은 한인회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했다.
-워싱턴을 방문한 이유는?
▲한인사회 숙원사업이었던 동포청 설립 이후 집권당 대표와 방미단 일행이 워싱턴을 시작으로 뉴욕, LA 등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들의 일정을 지원하며 한인사회 여론도 전달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뒤에서 돕고 있다. 방미단 의원들과는 미주한인상공회의소 총연합회, 미주총연, 민주평통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어왔다.
-과거 미주총연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어떤가?
▲1992년 달라스 한인회장, 1996년 중남부 한인연합회장 등을 거쳐 미주총연 부회장만 3~4번, 그리고 이사장까지 역임했다. 당시에는 명실공히 미주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자부심으로 나름의 사명감과 보람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몇몇 사람들의 감투싸움으로 갈등만 반복하다 분규 단체로 전락해 버렸다. 한인사회 결집, 권익 대변, 차세대 육성 등 본연의 역할은 사라지고 한인들로부터 외면 받는 부끄러운 단체로 몰락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하기도 했으나 갈등의 골이 깊어 괜한 오해만 사게 돼 그 때부터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고 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한인회 갈등은 지금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어 평생을 다해 일궈놓은 한인 1세들의 땀과 노력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한인사회에 봉사하겠다고 나온 사람을 상처만 받고 돌아서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갈등의 해결은 양보다. 화합을 위해 뒤로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양보는 결국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용기일 것이다. 소수계 마이너리티는 하나가 돼 힘을 모아야 한다. 부끄럽지 않은 한인회, 똘똘 뭉쳐 한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의 정치적 갈등이 한인사회로도 이어지고 있다.
▲언제부턴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대화가 불가능해졌다. 대부분 한국 정치와 관련된 것이지만 해외 한인사회에서도 그러한 갈등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어 안타깝다. 한국 정치는 한국에 맡기고 미주 한인들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위해 힘을 모으자. 서로 생각이 달라도 토론하고 대화하며 화합을 도모해야 한다.
-한인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인회는 물론 한인단체들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수십년이 지나도 앞에 나오는 사람들이 그대로인 걸 보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 1세대들은 미련 없이 뒤로 물러나 조용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단체장에서 물러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다.
내 삶의 철학은 ‘열심히 노력해 이룩한 것은 자식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을 위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이다. 사업가로 성공하기까지 그 첫 출발은 1979년 미국에 온 것이다. 후회 없이 살았고 가족들도 모두 잘 살고 있다. 이제 남은 생은 봉사와 환원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나눔의 실천은 다른 누군가의 미래가 된다. 부끄럽지 않은 한인 1세로서 다음 세대에 모범이 되고 싶다.
▲김영호 전 민주평통 북미주부의장은
194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미 해군사령관의 양자로 미국에 온 친형의 초청으로 1979년 텍사스 달라스에 정착했다. 군 부대에서 일하다 부인과 함께 가발가게를 차렸으며 현재는 의류도매업체인 영트레이딩을 운영하면서 달라스, 샌안토니오, 라스베가스 등지에 샤핑몰도 소유하고 있다. 1998년 한인은행인 유나이티드 센트럴 뱅크(UCB)의 창립 멤버로 2018년까지 이사로 활동했다. ‘텍사스주립대 김영호 장학회’를 설립해 38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 영등포 쪽방촌 거리급식도 후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달 태풍피해를 겪은 괌 한인회에 1만 달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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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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