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 : 응집된 기술력 친환경차 강판 확
▶ 완성차업체 ‘전기차 경량화’ 사활…기가스틸, 1㎟당 100㎏ 견뎌 주목
포항·광양에 대량생산 체계 구축, 에너지손실 줄인 하이퍼NO 기술 등 생산원가도 크게 낮춰 글로벌 공략
‘미션 임파서블.’ 전기차 제조사들이 포스코를 포함한 글로벌 철강사에 하는 주문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 튼튼하면서 더 가벼운 전기차용 강판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핵심 소재인 가볍지만 비싼 알루미늄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철강사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육중한 배터리팩이 들어간다. 내연기관 대비 25% 더 무겁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들이 모두 차량 경량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차량을 가볍게 하려면 자동차 강판의 무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판이 얇아지면 차량은 약해진다. 이 역설적인 문제를 푸는 철강사에 전기차 기업들은 돈을 더 주고라도 강판을 주문한다.
수십 년간 쌓아온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기술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빛을 보고 있다. 포스코는 내연기관 자동차 강판 시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연간 8000만 대 규모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지난해 약 820만 톤의 자동차 강판을 국내외 자동차 기업에 공급했다. 지난해 생산된 자동차 10대 중 1대는 포스코가 만든 자동차 강판이 쓰인 셈이다. 콧대 높은 일본차 역시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을 일부 쓴다. 품질은 최고 수준인데 가격마저 저렴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단일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제철소다. 세계 최고 자동차 강판 전문 제철소라는 별칭도 있다. 꿈의 강판이라고 불리는 초고강도 강판 기가스틸도 여기서 탄생했다. 포스코의 수십 년 기술력이 녹아든 기가스틸은 가볍지만 튼튼해야 하는 전기차에 알맞은 기술이다. 기가스틸은 인장 강도 1GPa 이상의 초고강도 강판이다. 1㎟ 면적당 100㎏ 이상의 하중을 견딘다.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만든 기가스틸은 10톤 이상의 무게를 버틴다. 차량 부품 소재의 두께를 줄여 경량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차에 적합하다. 성형성도 좋아 차체뿐 아니라 차체 중량을 견디며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장치에도 적용되고 있다. 10년 전인 2012년 이미 기가스틸을 45% 적용, 기존 차체 대비 차량 무게를 26% 줄인 전기차 실증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해 기가스틸 생산원가도 대폭 낮출 계획이다. 포스코는 2021년 기가스틸 100만 톤 생산 체제를 완성하고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최대 0.5㎜ 두께로 매우 얇으면서도 폭을 1650㎜까지 넓힐 수 있는 ‘박물 전용 압연기(ZRM)’ 등 최신 설비를 갖춰 다양한 수요가 있는 자동차 기업들이 설계를 쉽게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전기차 최대 생산국인 중국에서도 생산라인을 깔았다. 중국 철강 산업은 생산량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가스틸과 같은 첨단 제품은 통상 글로벌 철강사와 합작을 통해 생산한다. 포스코는 2020년 중국 2위 철강사인 하북강철과 합작사 ‘하강포항’을 설립하고 올해 말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여기서 연산 90만 톤 규모의 자동차용 도금 강판과 기가스틸도 생산될 예정이다. 올 5월에는 중국 현지 가공센터인 포스코-CSPS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 가공 공장을 준공하는 등 중국 내 전기차 강판 공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다양하게 적용된다. 전기차 구동 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도 대거 늘린다. 전기차는 주행거리 향상이 핵심 이슈다. 여기서 전기강판이 전비 향상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전기강판은 규소(Si)가 1~5% 함유돼 전자기적 특성이 우수하고 전력 손실이 적은 강판이다. 전자기적 특성에 따라 방향성 전기강판과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구분된다. 특히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철 손실이 낮을수록 좋다. 포스코의 ‘하이퍼NO’ 기술은 철 손실값이 매우 낮아 이를 통해 전기차 구동 모터를 생산하면 모터 효율이 상승한다. 하이퍼NO 기술을 적용하면 일반 전기강판 대비 30% 이상 손실이 낮은 것으로 포스코는 보고 있다. 이 정도 효율을 만드는 철강사는 포스코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대규모 생산 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포스코는 하이퍼NO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광양제철소에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산 30만 톤 규모의 하이퍼NO 공장을 착공해 올해 10월 1단계 준공 예정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항과 광양에서 연간 40만 톤 규모 하이퍼NO를 생산하게 된다. 전기차 500만 대에 들어가는 구동 모터 코아를 만드는 데 쓰인다. 포스코는 계속 증가하는 하이퍼NO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전기강판 공장을 새로 짓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가벼운 소재를 찾는 전기차 기업들은 여전히 알루미늄을 찾는다. 알루미늄은 철강재보다 약하고 가격도 20배 이상 비싸다. 이에 포스코는 멀티머티리얼 배터리팩을 개발했다. 배터리팩을 단위 부품으로 나누고 철강과 알루미늄을 기능에 따라 배치해 재료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낮췄다는 평가다. 철강재를 적절히 배합했기 때문에 출동 성능은 20% 개선됐다. 기존 철강 배터리팩 대비 중량도 10% 낮췄다. 또 동일 무게의 알루미늄 배터리팩 대비 제조 단가도 20% 줄였다.
포스코 관계자는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는 생산 체제를 단계적으로 구축, 차세대 강종 개발을 가속화해 친환경차 소재 전문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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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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