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Hollywood Interview - ‘욤 키푸르’ 전쟁을 다룬 영화 ‘골다’ 배우 헬렌 미렌·감독 기 나티브·각본가 니콜라스 마틴 공동 기자회견
골다 메이어 이스라엘 총리
아카데미상을 탄 연기파 헬렌 미렌(77)이 이스라엘의 유일한 여 수상인 골다 메이어로 나오는 블리커 스트릿 미디아(Bleeker Street Media)작‘골다’(Golda)는 그의 수상 재직 시인 1973년 10월에 일어난 ‘욤 키푸르’ 전쟁을 다룬 영화다. 이집트와 시리아 및 요르단 군을 주축으로 한 아랍 연합군은 10월 6일 유대인의 가장 큰 명절인 욤 키푸르 날(속죄의 날) 이스라엘을 침공, 이스라엘과 아랍 연합군 쌍방에 수많은 사상자를 남긴 채 개전 20일 만인 유엔과 미국 그리고 소련의 중재로 10월 25일에 끝났다. ‘골다’는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 전쟁을 맞아 남자 장군들과 각료들에 휩싸인 여 수상 골다 메이어가 어떻게 군사적 전략을 지시하고 또 중요한 결정을 내렸는지를 극적으로 다룬 것이다. 다음은 지난 2월에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 이 영화가 선을 보인 후 헬렌 미렌과 감독 기 나티브 및 각본가 니콜라스 마틴이 공동으로 가진 기자 회견 내용이다.
감독 기 나티브와 헬렌 미렌.
-골다 메이어라는 인물과 전쟁을 맞은 그의 책임과 또 그가 내린 결정 등에 관해 알기 위해 어떤 연구를 했는가. 그의 자서전을 참고로 했는가.
“골다에 관한 전기는 100여권에 이르는데 나는 우선 이것들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의 중심은 골다의 지도력에 새 방향을 가져다준‘욤 키푸르’전쟁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각본의 대부분은 20년 전에 일반 공개가 허락된 새 문서들에 의존한 것이다. 골다에 관한 책과 문서들이 내 허리 높이에까지 올라올 정도로 많았다. 그리고 전쟁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쓴 산더미 같이 많은 책을 참고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압축해 골다가 그 운명적인 2주 동안 한 일들의 정수를 뽑아내 각본을 썼다. 그 2주야 말로 골다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알려주는 부분이다. 그의 강인함과 불패의 정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위해 내가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다 봤고 또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만나 얘기를 나누었다.”(마틴)
-영화에는 연기가 자욱한 장면들이 많은데 골다가 골초여서 그런가 아니면 그 것은 그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골다는 담배를 엄청나게 피웠다. 낮과 밤으로 손에 담배를 들고 있었다.”(미렌)
*“연기는 골다를 비롯해 장군들과 각료들의 눈을 가린 장애를 상징하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 앞에 무엇이 있는지를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진실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담배를 엄청나게 많이 피우기도 했다. 이렇게 연기는 영화 전체를 위해 상징적 구실을 하고 있다.”(나티브)
-골다가 자기 의견과 다른 장군들과 각료들 사이에서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힘들었는가.
“골다는 군인이 아니라 정치가였다. 따라서 지휘관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지휘관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들마다 동원 군 병력수가 다르게 말하는 판이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결정을 내리고 상황을 통제하면서 모두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 것은 매우 도전적인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그는 수상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 장군과 각료들이 ‘물러가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매우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골다는 모두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나티브)
-골다 역을 하면서 그의 무엇이 가장 매력적이었으며 또 한편으로는 해내기가 쉽지 않았는지.
“그의 내면으로 잠입해 그 안에서 경험하다보니 골다가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를 깊이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용감하고 이스라엘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었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에게 자기를 바친 것을 생각하면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닮았다. 골다는 자신의 삶을 절대적으로 전적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바쳤는데 그 같은 일을 권력을 휘두르면서 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는 매우 모성적이었다. 이 점이 나와 닮았다. 그는 주방 용구를 사랑했는데 새로운 것이 나오면 아주 좋아했다. 나도 새 주방 용구가 나오면 그 것을 사곤 한다. 골다는 아름다운 가정적 면모를 지녔던 사람이다. 그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키부츠에서 닭들을 돌 볼 때였다. 그러나 삶이 그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사랑과 헌신 때문에 그 방향을 택한 것이다.”(미렌)
-골다 역은 앤 밴크로프트와 잉그릿 버그만도 연기했는데 그 작품들을 보면서 참조 했는가.
“둘 다 봤는데 특히 잉그릿 버그만이 참 훌륭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이것들을 어디까지나 참조했을 뿐이지 내 것은 내가 창조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골다의 전 생애를 다룬 전기영화가 아니라 그가 자기 삶에서 가장 도전적인 순간을 맞았을 때의 부분을 표현한 것이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영화를 위해 그에 관한 책도 많이 읽고 비디오도 많이 봤다. 그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내가 그의 삶에 흥미를 느낀 것은 그가 20세까지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어릴 때 자라난 얘기가 매우 흥미 있었다.”(미렌)
-영화에서 골다와 헨리 키신저(리에브 슈라이버 분)가 매우 가까운 사이로 묘사됐는데 둘의 우정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어떤가.
“골다와 키신저는 아주 가까운 우정을 나눈 사이는 아니었지만 둘 사이에는 일종의 화학작용이 있었다. 둘은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했다. 키신저는 골다를 매우 존경했고 골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에게 매우 중요한 나라였다. 골다의 큰 업적중 하나는 그가 수상이 되기 훨씬 전에 이스라엘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골다와 키신저는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그 것은 그렇게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는데 이는 둘이 다 실용적이며 자기 견해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미렌)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망한 것이 골다의 책임이라며 비난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는 젊은 세대의 상실이 이스라엘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전연 몰랐다. 이스라엘은 당시 건국 초기였으며 젊은이들이 아주 적었다. 전쟁으로 한 세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영화를 만들면서야 알았다. 따라서 전쟁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을 잃은 것은 이 작은 나라에겐 커다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골다는 부당하게 그 책임을 어깨에 짊어져야 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불평하지 않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도 않았다. 전쟁의 결과는 그의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그는 큰 비방을 받았다. 그 것은 그가 궁극적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골다는 그런 비방을 의연하게 받아들였는데 이 것은 그의 용기와 성격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미렌)
-골다 역을 위해 분장하는데 몇 시간이나 걸려 했는지.
“매일 4시간씩 했다. 분장과 함께 똑 같이 중요한 것은 의상이다. 분장과 의상은 얘기 창작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맡은 역 안으로 들어가는데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한다. 저녁에 촬영이 끝나 분장을 지우고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볼 때마다 놀라곤 했다. 하루 종일 분장한 인물에 익숙했기 때문이다.”(미렌)
-유대인이 아닌 헬렌 미렌이 골다 역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헬렌을 내 집에서 만났을 때 나는 그가 마치 우리 가족의 한 사람과도 같다고 느꼈다. 유대인의 한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헬렌은 골다를 묘사하기 위한 유대인 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골다에 대해 4시간 동안 얘기를 했는데 헬렌은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점 외에도 헬렌을 공경하며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유대인인 내가 감독으로 선정되면서 제시한 조건 중 하나가 헬렌 주위의 배우들과 편집자와 다른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이스라엘로부터 고용한다는 것이었다. 이스라엘 영화를 만든다는 기운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도 헬렌의 기용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 이에 대해 헬렌이 이렇게 말했다. ‘그래. 유대인만이 유대인을 표현해야 한다고 하자. 그러면 유대인 배우가 비 유대인 역을 맡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일은 더 이상 있을 수 없게 됐는가.’ 세상 도처에서 이스라엘 배우들이 국제적 쇼에 출연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 제약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유대인 이스라엘 감독으로서 나도 비 유대인이 유대인 역을 맡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나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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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흥진 한국일보 편집위원 / 할리웃 외신 기자 협회(HFPA)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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