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과 방패
▶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동진스님
오랜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 때 한 무기 상인이 있었다. 그는 시장으로 창과 방패를 팔러 나갔다. 상인은 가지고 온 방패를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 방패를 보십시오. 아주 견고하여 어떤 창이라도 막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계속해서 창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여기 이 창을 보십시오. 이것의 예리함은 어떤 방패라도 단번에 뚫어 버립니다.' 그러자 구경꾼 중에 어떤 사람이 말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찌 되는 거요?' 고서 <한비자>에서 전해져 온 얘기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모순'인 것을 모든 이가 알 것이다. 창 모와 방패 순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가리킨다. 이 상인이 창 만을, 혹은 방패만을 팔고 있었다면, 스스로 모순에 부딪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반된 두 개념을 동시에 한 곳에서 성립되게 할 수는 없다. 당연히 충돌이다. 만약 그 충돌을 극복할 수 있다면, 모순은 해결된다. 십여 년 지켜본 결과, 이곳 불자들이 제일 많이 행하는 모순은 불교는 좋은데 힘들게 수행하는 건 싫다라는 것이다. 사람은 싫은 건 못하게 되어있다. 고로, 힘들어서 싫다면 불교를 진정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이해를 돕자면,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하는 고생은 고생이 아니라고들 한다. 무슨, 말도 안되는. 당연히 고생이다.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는 것은, 어머니가 자식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같은 어머니라도 자식 싫은 어머니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불교가 좋다면 힘들어도 좋아야 한다. 힘들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싫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 힘든 산사 꼭대기까지 무거운 짐을 들고도, 힘든지 모르고 올라가는 것은 좋아서 하는 것이다.
애초 불교는 부처님의 수행을 통해 비롯된 것인데, 수행 없는 깨달음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 많은 이들이 모른다. 모순은 저 '창과 방패'의 상인처럼 본인에게서 나온다. 그 모순은 자기가 만든 충돌이다. 흔한 예로, 나를 지키기 위해서 총을 소지한다는 것 또한 모순의 대표적인 사례다. 지키려는 거라고 최고의 방패를 내세우지만, 총은 이미 누군가를 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용하든 안하든, 소지엔 이미 해치겠다,가 포함된 것이다. 해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키기도 하는 총은 없다. 총기소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 마치 지키기만 하는 총이 있는 양, 타인과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일에든, 모순에 대한 해결 없이는 바른 판단은 없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제 안에서 크고 작은 모순을 만들어 내며 살고 있지만,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산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처럼 모순을 드러내면서도, 스스로는 정답이라고 믿는 데에 삶의 문제가 있다. 남을 속이는 건 그렇다치고 자신을 속이면, 마음이 늘 불편하게 되어있다. 그럼에도 삶이 편하길 바란다면 진짜 모순이다. 모순된 행을 계속 하다보면, 사람 자체가 모순 덩어리로 굳어진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많고, 그런 이와 함께 일을 도모하게 된다면, 당연히 삶이 어려워진다. 세상 속의 잦은 모순과 충돌 속에서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그것은 삶의 에너지가 될 수도 있다. 문제 해결엔 성취감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이다. 모순됨을 빨리 깨쳐 알고,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삶의 역학관계를 보다 밝게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이해가 되면 처처에서 옳은 행을 하게 된다. 그런 지혜있는 이가 많다면, 당연히 세상도 밝아진다. 그러나 모순된 행을 하면서도 스스로 모르면, 결국 저 '창과 방패'의 상인처럼 자신의 함정에 걸려 번번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그 모순을 '너'를 위해 해결해 줄 타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 모순을 행하지 않고, 행하였어도 해결할, 지혜를 기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지혜는 그냥 길러지지 않고 연습이며 공부이다. 즉, 수행이며 정진이다. '고양이가 쥐잡듯이'이며 '작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이다. 쉬운 수행은 없다. 쉬움과 수행은 저 <한비자>의 창과 방패다. 불교를 옳게 하고 싶다면, 이 모순부터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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