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CE ‘핫플’ 떠오른 아시아
▶ 엔데믹에 국경 열리며 빠른 시장 회복, 국제회의·포상관광 개최 유치전 치열…마카오, 세수 80% 카지노 의존 낮추려
샌즈 차이나 10년간 37억달러 투자 계획, 싱가포르·인도 등 청사진 펼치며 각축
싱가포르에 위치한 복합 리조트인 리조트월드센토사. [사진 제공=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 선텍 국제컨벤션센터. [사진 제공=싱가포르관광청]
싱가포르·인도 등에 이어 마카오까지 마이스(MICE)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이스가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릴 만큼 고부가가치를 가진 데다 엔데믹으로 국경이 열리면서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회의, 인센티브 관광 개최 등을 두고 국가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달 7~9일(현지 시간) 마카오의 최대 복합 리조트 운영사인 샌즈차이나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MBS)에서 마카오 정부 기관인 마카오정부관광청·마카오무역투자진흥국과 함께 ‘마카오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마카오의 민관이 핵심 산업으로 마이스를 키우겠다고 선언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 마이스의 강자로 손꼽히는 싱가포르에 이어 마카오까지 마이스 시장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행사에 참석한 마리아 헬레나 드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정부관광청장은 “마카오 쇼케이스는 레저·비즈니스 여행객들이 마카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훌륭한 진입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가 마이스 산업을 강화하는 것은 높은 카지노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카지노 산업은 마카오 세수의 80%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팬데믹 기간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중국 정부가 카지노 규제를 강화하면서 산업 다각화가 과제로 돌아왔다. 지난해 12월 샌즈차이나·MGM차이나·갤럭시엔터테인먼트 등 마카오의 6개 카지노 사업체가 총 1188억 파타카(약 18조 7900억 원)의 90%를 마카오의 비(非)카지노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스 산업을 위한 마카오의 인프라 개발은 이미 시작됐다. 샌즈차이나만 해도 최근 마카오 코타이스트립에 객실 6000여 개를 갖춘 ‘런더너마카오’ 복합 리조트를 증축했다. 샌즈차이나는 향후 10년간 마카오에 37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민관이 공격적으로 나선 결과 올 1분기 마카오에서 열린 마이스 참가자는 19만 9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5% 증가했다. 빈센트 우 마카오무역투자진흥원 이사회 회장은 “지난해 마카오에서 460개의 MICE 행사가 열렸는데 올해는 1000개 이상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카오에 앞서 아시아의 마이스 강국들 역시 엔데믹을 맞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마이스 업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2030년까지 선도적으로 ‘마이스 지속 가능성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올해까지 지속 가능성 표준을 개발하고 싱가포르 마이스 주최·공급 업체의 80%는 지속 가능성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싱가포르 마이스 어드밴티지 프로그램 3.0’을 통해서는 싱가포르항공·창이공항 등 관광 파트너와 협업해 친환경 관광 선택지를 제공한다. 싱가포르는 700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있고 MBS 등 복합 리조트도 갖춰 각종 국제회의 개최지로 인기가 높다.
인도도 지난달 제1회 ‘글로벌 관광 투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마이스 산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기존 회의 인프라가 부족한 한계를 뛰어넘고자 컨벤션센터도 새 단장했다. 2021년 뭄바이에 지오컨벤션센터가 문을 연 데 이어 뉴델리의 대표적 컨벤션센터인 프라하티마이단도 리모델링 이후 재개장해 참가자를 유치한다.
아시아의 주요 국가들이 앞 다퉈 마이스 산업을 추진하는 것은 전 세계 마이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최근 전 세계 마이스 산업 규모가 2021년 3458억 달러(약 442조 원)에서 2031년 2조 1000억 달러(약 2682조 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인도 등 신흥국이 인접한 아시아는 마이스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신흥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회의나 전시 등 이벤트 주최 빈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외국인의 1인당 소비액이 일반 관광객의 1.8배에 달하는 등 마이스 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글로벌 마이스 컨설팅 기관인 게이닝엣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국제회의경쟁력지수는 전 세계 18위(아시아 8위)에 그쳤다. 싱가포르 등 마이스 선두 국가에 비해 소규모 회의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소규모 회의는 코로나19 이후 양극화된 마이스 시장에서 중요성이 대두됐다. 여호근 한국마이스관광학회장은 “한국은 규모가 큰 마이스 산업 위주로 양적인 정책이 펼쳐져왔다”며 “소규모 회의가 개최된 후 후속 행사로 대규모 회의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에 소규모 회의도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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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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