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그리 덥지도 않은데 몸에 열이 나거나 땀을 많이 나는 등 더위를 심하게 탄다.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이를 보충하려고 많이 먹지만 몸무게는 오히려 줄어든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벼운 운동을 해도 쉽게 숨이 찬다(심계항진ㆍ心悸亢進). 예민해져 화를 참지 못하며 불안을 자주 느끼고, 배변 횟수가 늘어나거나 설사가 잦다.”
갑상선 호르몬이 과잉 분비돼 발생하는‘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 중독증)’의 주요 증상이다.
지난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300야드의 호쾌한 장타를 날리며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방신실(19·KB금융그룹) 선수도 2년 전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몸무게가 10㎏이나 빠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갑상선은 넥타이를 맸을 때 매듭이 위치하는 목 앞쪽 아랫부분의 갑상연골 앞쪽에 면해 있는 내분비기관이다. 나비 모양에 가깝고 주 기능은 갑상선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다. 갑상선호르몬은 전신의 모든 세포에 작용해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은 여성에게 많다. 이와 관련해 여성호르몬이나 갑상선 기능 유지에 필요한 셀레늄 대사의 남녀 차이가 거론되지만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 유병률은 1,000명당 2.8명(남성 1.8명, 여성 3.7명)이며, 30~59세 환자가 전체 환자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45~49세 유병률이 가장 높다.
반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부족하면(갑상선기능저하증) 우울, 무기력증, 피곤함 등이 생긴다. 몸도 붓고 살도 찌고 변비와 이상지질혈증도 발생한다.
◇그레이브스병이 주원인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기는 원인은 자가 항체에 의해 갑상선이 전반적으로 비대해지는 그레이브스병이 70~80%를 차지한다. 그레이브스병이 원인이라면 초기 피로감ㆍ가슴 두근거림ㆍ땀 분비 증가 등이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악화되면 손 떨림ㆍ체중 감소ㆍ탈모 등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갑상선이 커져 목이 붓고, 안구 뒤 지방 조직이 침착돼 안구가 돌출될 수 있다. 이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면 느끼지 못할 수 있으며, 천천히 발생하면 환자 자신이나 가까운 가족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울 때도 많다.
그레이브스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과거 연구에서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핏속에서 갑상선 항체가 발견됐고, 이 항체가 갑상선을 자극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브스병이 반드시 유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 중 갑상선 질환이 있으면서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검사를 해야 한다.
◇약을 먹거나 절제 수술로 치료
치료는 크게 3가지다. 대부분의 환자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막는 항갑상선제를 먹기만 해도 치료가 잘 된다. 약물은 보통 수개월에서 수년간 먹는다. 그러나 항갑상선제로 치료가 잘 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거나 자주 재발하면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고려한다.
이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지 않거나. 부작용 및 금기로 시행할 수 없거나, 갑상선 비대가 심하면 갑상선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최종한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쉽게 피곤하거나 땀이 많아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흔한 증상만 있거나 증상이 경미하면 갱년기 증상 등으로 착각하고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며 “가벼운 증상도 특별한 원인 없이 오래 지속된다면 병원에 찾아 검사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 교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전문의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그레이브스병 치료도 환자 나이, 기저질환, 임신 여부, 동반 증상, 갑상선 크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도 생활 습관 관리가 필요하다. 갑상선중독증, 특히 그레이브스병을 치료 중이라면 금연해야 한다. 흡연하면 항갑상선제 중단 후 갑상선중독증 재발률이 높고, 그레이브스병 환자 가운데 일부가 겪는 눈 주위 부종, 안구돌출 등이 많이 생긴다.
문재훈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특히 갑상선기능이상 환자들이 ‘다시마환’ 같은 요오드 함유가 많은 식품을 자주 먹는데 금해야 한다. 김ㆍ미역ㆍ다시마 등 해조류도 제한해야 한다. 요오드를 과다 섭취하면 증상이 오히려 더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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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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