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시장 전문가들 “한미 기준금리, 1년가량 현 수준 유지될 듯”
한국과 미국 통화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지만, 앞으로 1년 안에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시장 내부에선 한미 통화당국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성향을 유지하면서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거나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경기 부진과 신용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최근 호주중앙은행(RBA)과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BOC)이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자 연준도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다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선 금리를 동결하고, 오는 7월이나 그 이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되지만, 점도표상 기준금리 예상치가 한 단계 높아져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호주와 캐나다 중앙은행이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긴축의지를 보여준 것처럼 연준 역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매파적인 입장을 강하게 보이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시장 전망치(컨센서스)의 변화는 시장금리의 상방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가계소비와 기업 투자, 고용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을 강화해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내 고용시장의 탄탄함이 다소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금리 동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6만1천건으로 한 주 전보다 2만8천건 늘어나면서 21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과거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증가세로 돌아서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중단됐다.
앞서 우리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21년 8월 0.50%에서 0.75%로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월 3.50%까지 3.00%포인트 올리고서 올해 2, 4월, 5월 세 차례 동결했다.
미국 연준은 이보다 늦은 작년 3월에서야 제로(0) 수준인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면서 금리 인상을 시작해 지난 달 5.00∼5.25%까지 높여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높은 금리 상태가 1년가량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끝났다"며 "대다수 통화당국이 높은 정책금리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전후 금리 인상 사이클 구간을 보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2004년 6월 30일 1%에서 1.25%로 올리기 시작해 2006년 6월 29일 5.25%까지 2년 1개월간 4.25%포인트를 올렸다. 이후 연준은 5.25% 수준의 기준금리를 2007년 9월 17일까지 약 1년 2개월여간 유지했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가 5∼6월 고점에 도달했다고 보면 한동안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며 "이번에는 인상 속도가 직전보다 두 배 이상 빨라 높은 금리 수준은 1년 정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높은 수준의 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되면 경기 부진과 신용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이 멈추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금융 사고가 터지곤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15개월가량 지나 발생했다. 당시 금융위기는 2008년 9월 세계 4대 투자은행이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본격화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미국 등 글로벌 경제는 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제대로 진정되지 않은 물가 압력과 고금리 부담으로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신용위험은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침체 진입 국면에서 가장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2년 가까운 긴축에도 우리나라의 가계 빚(부채)과 자산 가격은 충분한 수준까지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세계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아 조사 대상 국가 중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경제 규모(GDP)를 웃돌았다.
한은은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이번 금리 인상 과정에서 마주한 여러 리스크(위험) 요인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소되지 못한 채 잠재 리스크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리 수준이 높아진 가운데 비(非)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부동산 금융 관련 신용 리스크가 여타 부문과 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잠재한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증권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증권사와 건설사에 대한 신용 경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긴축 정책 이후 금융이나 실물 분야 모두에서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문제가 봉합되거나 거품이 유지된 상태로 가고 있다"며 "내년 중반 신용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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