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화된 언어 생성 인공지능 대화 프로그램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챗봇’ 전 세계 ‘열풍’
▶ “인터넷·모바일 잇는 3번째 디지털 혁명 될 것”, “인류에게 큰 위협” 부작용 경고·규제 움직임도
오픈AI사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챗GPT’ 로고. [로이터]
‘지난 2016년 알파고 대 이세돌 대국 이후 두 번째 충격’ ‘2007년 아이폰 출시와 같은 혁명’ “챗GPT와 같은 AI의 등장은 과거 인터넷 발명만큼 세상을 바꿀 가장 중대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사람처럼 질문과 답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이야기다. 챗GPT를 통해 AI가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여러 차례 불러도 엉뚱한 대답만 했던 AI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제 인간만 할 수 있던 영역을 넘보고 있다. 2000년대 인터넷 혁명, 2010년대 모바일 혁명에 이어 이제 2020년대는 AI가 세상을 뒤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선봉에 선 인공지능 챗봇이 제3의 디지털 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다.
■인공지능의 역사
1955년 9월의 마지막 날. 28살의 인지과학자 존 매카시는 록펠러 재단에 한 통의 편지를 보낸다. “내년 여름 다트머스대에서 두 달 동안 10명의 과학자가 모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연구할 것을 제안합니다. 연구는 학습과 기타 지성의 모든 측면을 자세히 묘사해서, 기계로 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추측을 기반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언어를 사용하고, 추상과 개념을 만들고, 지금은 인간만 다룰 수 있는 문제들을 풀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기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다트머스 제안서’라고 불리는 이 문건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세상에 이름을 드러냈다. 그러나 AI 연구는 녹록지 않았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연구는 과학기술계의 꿈이었지만, 그 이론을 뒷받침할 기술의 발달이 더뎠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 구조는 다르다’는 성급한 결론들이 나오면서 답답한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다시 AI의 붐을 불러온 것은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턴이었다. 그는 ‘딥 러닝’이라는 기술로 2012년 이미지 인식 경시대회에서 오류율 15%를 기록, ‘마의 24%’ 구간을 훨씬 뛰어넘어 우승을 차지한다. 이후 딥러닝을 중심으로 한 AI 경쟁의 막이 올랐다. 우리가 잘 아는 알파고 역시 딥러닝의 산물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이 있었던 2016년 구글의 순다이 피차르 CEO는 “모바일 퍼스트에서 AI 퍼스트로”를 선언했다. 이후 ‘오케이 구글’과 애플 ‘시리’ 등 이른바 AI 비서로 불리는 기기들이 대거 출시됐다. AI 비서들이 급속도로 발전해 인간의 대화 상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넘쳐났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6년여간 날씨나 알람, 음악 재생 등 좁은 분야에서 정해진 질문에만 답을 하고, 조금만 그 틀을 벗어나면 ‘죄송합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해놓고는 그만이었다.
사람들의 실망이 고조될 즈음 혜성처럼 나타난 게 바로 오픈AI의 챗GPT다. 다트머스 제안서의 ‘추측’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 챗봇 열풍
지난해인 2022년 11월30일 오픈AI사가 대중에게 공개한 챗GPT 3.5 시리즈 모델은 인공지능 열풍을 불러왔다. 출시된 지 채 3개월이 되기도 전에 챗GPT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억명을 넘어섰다. 투자 리서치 회사인 ARK 인베스트에 따르면 1월 22일 챗GPT의 일 사용자 수는 1,500만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앞선 IT 기업들이 사용자를 유치하는 속도와 비교해 매우 빠른 것이다. 예를 들어 챗GPT는 100만 사용자를 모으는데 단 5일이 소요됐는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는 각각 2.5개월, 8개월씩이 걸렸다.
기존에도 인공지능 서비스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챗GPT의 기능은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챗GPT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현실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챗GPT에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아주 빠른 속도로 답을 하는데, 기존 챗봇들의 단답형식의 답답한 대답과는 달리 챗GPT는 최적의 답을 건넨다. 챗GPT는 로스쿨 시험, 의사면허시험(USMLE),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 과정까지 합격하며 그 능력을 증명했다. 무료 버전 챗GPT의 경우 2021년까지의 데이터만 탑재됐지만, 지난 5월 MS가 공개한 ‘빙’ 검색 플러그인을 통한 챗GPT에서는 실시간 검색도 가능해졌다.
■바야흐로 챗봇 시대
올해 5월10일 구글은 대규머 언어모델 ‘팜2’(PaLM2)를 탑재한 대화형 인공지능 ‘바드’(Bard)를 전세계 180여개국에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가 탑재돼 사용자가 늘자, 검색 플랫폼 시장의 1위 자리를 놓칠까 바짝 긴장한 구글도 생성형 AI 시장에 제품을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빅테크 보다는 한 발 늦었지만 한국의 포털^통신사 등도 챗GPT에 대항하기 위해 유사한 초거대 AI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LG, SKT, KT 등도 생성형 AI 제품 개발을 진행 중으로 조만간 생성형 AI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 회사들은 한국어에 강점을 지닌 모델을 선보여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알파고’를 뛰어넘었다
챗GPT는 기존의 AI와는 확연히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앞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던 ‘알파고’의 경우 수많은 기보를 보고 바둑 두는 법을 배우는 ‘지도학습’을 거쳐 답을 찾았다면, 챗GPT는 이같은 지도학습에 더해 스스로 기보에 없는 수를 둬가면서 이길 확률이 높은 방법을 찾는 ‘강화학습’까지 적용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알파고가 학습에 의존했다면, 챗GPT는 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것이다.
■플러그인
챗GPT, 빙, 바드 등의 생성형 AI 챗봇은 출시 초기 사용자가 문장을 입력하면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하고, 새로운 글을 써주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른 외부 서비스들과 연계됨에 따라 챗봇을 통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해졌는데, 이를 ‘플러그인’이라 일컫는다.
챗GPT 플러그인이란 챗봇 안에 외부 서비스를 모아 기능을 높이는 추가 확장 소프트웨어다. 즉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챗GPT와 함께 연계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월 기준 챗GPT에는 익스피디아, 카약 등 외부 앱 70개를 활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 기능이 업데이트됐다. 즉, 사용자들은 챗GPT를 이용해 익스피디아 숙소 예약, 카약 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부작용 우려
생성형 AI 열풍 속에 생성형 AI의 등장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월30일 비영리단체 AI안전센터(CAIS)는 성명을 통해 “AI로 인한 멸종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전염병이나 핵 전쟁 위험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우선순위로 다뤄져야 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성명에는 오픈AI사 창업멤버인 샘 알트먼을 비롯한 주요 AI 기업 경영진을 포함해 연구원, 과학자 350여명이 서명했다.
이와 같은 성명은 AI가 초래할 수 있는 거짓 정보 확산, 일자리 위협 등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챗GPT 개발 토대를 닦은 AI 석학인 제프리 힌튼 토론토 대학교 교수는 올해 5월 AI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구글에 사표를 냈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 개발에 힘쓴 나의 일생을 후회한다”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AI 개발을 멈추게 할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오픈AI사 샘 알트만 CEO 조차도 “AI가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며 “민주주의 선거 제도에도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45개국 800개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를 한 결과 기업들의 75%는 AI 챗봇으로 인해 향후 5년 안에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2,6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일자리 4개꼴 중 하나에서 AI와 디지털화, 그리고 녹색에너지 전환이나 공급망 리쇼어링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규제
생성형 AI의 등장이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에 대한 논의도 늘어나고 있다. 5월31일 스웨덴 북부 룰레오에서 열린 제4차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협의회(TTC)에서 발표된 TTC 공동성명에 따르면 미국과 EU 전문가들은 AI 표준 제정 및 위험관리 등을 위한 도구 마련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TTC는 각국이 규제를 법제화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AI 사용 임시 장치인 ‘AI 행동강령’을 수주 내로 발표할 계획이다.
<
석인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