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6월이 시작됩니다. 지난 주말, 늦은 봄 또는 이른 여름 분위기 속에 ‘부처님 오신 날’ 봉축에 이어 느긋한 연휴를 누리고는, 이제부터 한여름에 접어들면서 긴 무더위 길을 지나가야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할 때입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베이에리아는 건기에 해당되고 트라이벨리 등 일부 내륙지역을 제외하면 다른 곳보다 다소 기온이 낮아 상대적으로 여름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기후변화가 심하니 적절히 대응하여야겠지요. 불교의 시원지인 인도 중부는 여름 날씨가 몬순기후로서 비도 많고 아주 무덥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물이 넘쳐나고 교통이 어려우며, 보통 흙길에 개미 등 여러 가지 생명체들이 생겨 움직이므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실정이지요. 그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석존이 생존해 계실 때인 2600여 년 전부터 수행자들이 여름철에는 이동을 삼가고 한곳에 모여서 안거 정진하는 풍습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수행가풍을 한국에서는 선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음력 사월 초파일을 지내고는 이어지는 보름부터 칠월 보름까지 세달 동안을 여름안거기간으로 정하여 참선 명상이나 교학연구 등에 집중하는 수행전통이 지속되어 왔습니다. 한국불교 수행방법과 전통가풍을 따르는 분들은 이번 주말부터 여름 안거 즉, 외출을 삼가고 내면참구에 집중하는 수행을 시작할 줄 압니다.
종교현상학적으로 보면, 세계종교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 주로 신을 중심으로 하는 서양전통과 불교 유교 도교 등 인간을 중심 삼는 동양전통으로 대별됩니다. 대체로 신중심 종교들은 중동을 비롯하여 주로 사막지역에서 발흥하고 유목민들이나 대상 등 이동이 잦은 부족이나 민족들이 선호하여 온 줄 압니다. 인간중심 종교들은 인도나 중국 등 산림지역에 기반하며 농업이나 가공업 등 정주 민족들이 잘 수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역사와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주어진 자연환경이 척박한 곳에서는 인간들이 자신의 능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물적 조건 상황에서 외부세계 초능력의 신적 존재를 믿고 의지하며 기도하여 구원을 바라는 타율적 경향이 짙고, 조화로운 자연환경 속에 있는 인간들은 스스로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갖으며 주체적 명상과 합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인도와 중국에서 불교인들이 숲속에서 명상함을 좋아함이나, 팔레스타인과 아라비아에서 유대인과 무슬림들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신에게 기도함이 일상화 되어온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곳 미국은 숲도 많고 사막도 있는 등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동양과 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바, 다양한 민족들이 어울려 살면서 다양한 종교를 나름대로 누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 자유와 기회의 나라입니다. 이즈음 분주한 세상 가운데서도 각자 자기중심을 잡고 마음을 고요히 하며, 심신을 건강하고 활기차게 하는 방법을 찾아 누리시기 바랍니다.
여름은 더움으로 그 특징을 보이는데, 인과를 중시하는 농사를 통해 볼 경우에, 만약 여름이 없다면 가을의 수확을 기대할 수 없을 줄 압니다. 봄에 뿌린 씨앗을 여름에 잘 가꾸어 키움으로 가을의 소출을 볼 수 있겠지요. 인생도 그와 같아서, 여름처럼 열성으로 인격을 단련하고 사업에 충실해야 가을이나 겨울 같은 만년에 그 성취의 보람을 누릴 수 있음을 짐작하게 됩니다. 종교인들도 많은 정신적 수행과 시련의 난관을 돌파해야 영성적 자유와 행복을 누리게 될 줄 압니다. 종교마다 독특한 목표와 수련방법이 있고, 각자의 생활의 환경과 여건 상황이 다르지만, 누구나 나름의 세계관과 인생관 및 가치관에 따라 선호하는 대로 최선을 선택하고 정진해 나간다면, 뜻하는 바를 이루는 보람을 누릴 수 있겠지요. 아무튼, 여름이 덥다고 짜증만 내기보다, 그를 받아드려 활용하고 즐기려는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리라 생각 됩니다. ‘살림’은 생명을 살려내고 살아냄이니, 곧 삶을 알차게 익히고 영글게 하며, 자기를 포함한 생명공동체가 건강하게 발전 성숙케 하는 뜻으로 풀어보면서, 모든 분들이 여름살림을 미리 미리 착실하게 준비하여 건강히 멋지게 즐기시기를 축원합니다.
<진월 스님 (리버모어 고성선원 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