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문제는 6·25전쟁 시기 및 전후 시기에 북한이 우리 국민을 강제로 끌고 간 중대한 인권문제이자 ‘자국민 보호’에 관한 사안이다. 이는 남북 분단이 낳은 인간적 고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인도적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런 입장을 가지면서도 북한이란 상대를 고려하여 인권적 접근보다는 인도적 접근과 해결을 모색하여 왔다. 예컨대, 1992년 남북고위급회담 진행 과정에서 노태우 정부가 동진호 납북어부들의 송환을 위한 협상을 벌인 것은 그런 노력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대신 ‘의거 입북자’ 내지 ‘자진 월북자’만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남북대화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하는데 부정적이다. 이 같은 시각차는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납북자 문제는 원칙론만 강조하기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적인 자세가 긴요하다.
남한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후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력히 제기하였다. 그 결과 2005년 6월 제15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는 “전쟁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확인 등 인도주의 문제들을 적십자회담에서 계속 협의·해결”해 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하여 전시납북자 문제 해결의 기반을 확보했다. 이후 2006년 2월 제7차 남북적십자회담에서 납북자의 생사확인을 “이산가족 문제에 포함시켜 협의·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
2006년 4월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이산가족 틀 내 해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납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북한이 호응해 나온다면 우리 측도 협력의 결단을 내릴 수 있음을 밝혔다. 북한은 처음에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나 우리 측이 계속 설득한 결과, 공동보도문에 “남과 북은 전쟁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합의사항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후 북한은 납북자 문제에 소극적인 자세를 고수했다. 그래서 당국 간 대화를 통한 납북자 문제 해결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였다. 이에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와 병행하여 기존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한 납북자의 생사확인 및 상봉을 지속 추진하였다.
그동안 남한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통해 납북자 문제에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생사확인 의뢰 시 전체 인원의 10-15%를 납북자·국군포로(이른바 ‘특수이산가족’)에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06년 3월 제13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처음으로 전시납북자 가족들의 상봉이 성사됐다. 이후 추가로 몇 번에 걸쳐 이산가족 상봉 기회에 전시납북자 가족 상봉이 이루어졌다(2018년 8월 제21차 이산가족 행사 때 전시납북자의 다섯 가족들이 상봉한 게 마지막 사례). 또 2014년 2월 제19차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전시납북자 2명의 사망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전후납북자의 경우, 2001년 2월 평양에서 거행된 3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행사 때 이후덕 씨가 KAL 승무원으로 납북된 딸 성경희 씨와 북한의 사위, 손녀와 손자를 만났다. 2015년 10월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는 납북 어부 정건목이 남한의 어머니를 상봉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적으로 납북자 문제의 진상규명 또는 피해자 보상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2017년 11월 전시납북자 명예회복의 일환으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6·25전쟁납북에 관한 기록물 및 자료를 보관·전시하고 있고, 피해자를 추모·기념하는 시설 및 조형물을 유지하고 있다. 또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꾸준히 전쟁납북자 가족 위로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전후납북자의 경우, 2007년에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납북피해에 대한 구제 조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 심의위원회’와 ‘납북피해자지원단’을 구성하였고, 2008년부터 납북자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피해 위로금 지급 등의 사업을 추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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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 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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