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진국간 자원 확보 경쟁… “복잡한 경제·지정학 순간”
▶ ‘자원 민족주의’ 조짐도…노동·환경기준 따지는 美 셈법 더 복잡
전 세계 전기차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미국도 이에 필요한 핵심 광물 쟁탈전에 뛰어들어 여러 협정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뉴욕타임스(NYT)는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함에 따라 미국이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에 있어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으나 여러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제정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리튬, 코발트, 니켈, 흑연과 같은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일련의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 배터리 전체 부품 중 50% 이상(가치 기준)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해야 보조금의 절반인 3천750달러(약 495만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3천750달러 세액공제는 '핵심 광물 요건'을 통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받을 수 있다.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는 수출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고 유럽연합(EU)과도 비슷한 내용의 협정 체결을 논의 중이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만나 호주산 핵심 광물에 대한 협정을 체결하기로 했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도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7 회의에서 정상들은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보면 G7은 "중요 광물, 반도체·배터리 등의 중요 물자에 대해 전 세계 파트너십을 통해 강인한 공급망을 강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G7 정상들은 현재 전 세계가 핵심 광물 가공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분쟁이 발생하면 이를 무기화할 수 있는 중국의 정치적 압박에 취약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내 핵심 광물의 수요는 IRA로 인해 더 커졌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들은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는 2050년 리튬 공급량이 현재의 42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그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제외한 더 확실한 광물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에 일관성이 없었고 IRA상 목표를 달성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컬런 헨드릭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IRA가 미국 내 새 공장에 광물을 공급할 국내 광산을 늘리는 데 제한적 성공을 거뒀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더욱이 G7 성명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이들 선진국들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태라고 NYT는 짚었다.
키어스틴 힐먼 주미 캐나다 대사는 동맹국들이 업계에서 중요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나, 이들이 상업적으로는 경쟁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경제·지정학적 순간"이라며 "우리는 같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 함께 일하면서도 각자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핵심 광물에 대한 전 세계 수요가 증가하자 전 세계적으로 '자원 민족주의'의 물결이 일어나 미국의 광물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광석 수출 제한을 강화해 자국에서 먼저 가공하도록 하고 있고, 리튬의 주요 생산국인 칠레는 볼리비아·멕시코와 마찬가지로 리튬 산업을 국유화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여전히 전 세계 광물 광산과 정제시설을 획득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IRA의 취지가 약화한다는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가 노동·환경 기준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과의 광물 공급 협정을 꺼린다는 점도 광물 확보에는 걸림돌이다.
전 세계 니켈 생산량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최근 미국 정부에 일본과 같이 주요 광물에만 FTA 협정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광산업체 탈론 메탈의 토드 말란 최고 대외문제 책임자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공통의 기준이 없는 국가에까지 문을 열기 시작하면 국내와 동맹국들과의 배터리 공급망에 혜택을 제공하려는 정신에서 벗어난 것처럼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높은 노동·환경 기준을 지닌 부국과의 핵심 광물 공급 협정으로만은 수요를 맞추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아시아·아프리카의 자원 부국과 새 협정을 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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