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다. 아니 그보다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G7, 그러니까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이탈리아 등 서방의 주요 7개국 히로시마 정상회담을 바로 하루 앞두고 ‘중국+C5(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정상회담이 중국의 시안에서 열린 것 말이다.
시진핑의 트레이드마크 일대일로의 출발지 시안에서, 그것도 G7 정상회담과 겹친 타이밍에 열린 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정상회담. 어떤 함의가 있을까.
시진핑의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동등한 대접을 받으려고 안달이 나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과 함께 글로벌 파워로서 위상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중앙아시아 5개국은 모두 옛 소련의 일원으로 독립한 이후에도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그런 나라들을 중국이 소집해 최초로 한 자리에서 대면 다자정상회의를 가졌다. 그 자체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하나의 지정학적 대변화다.
이는 동시에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세과시용 맞불성격을 띠고 있다. 유라시아지역 패권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까.
시진핑의 이 야심찬 이 세몰이 전략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최대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앞으로의 향방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컨버세이션지의 진단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예상 시나리오의 하나는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더 노골적인 패권추구에 나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이 가중된다. 유럽도 그 중국의 기세에 주춤, 미국과 다른 노선을 채택하게 되면서 동아시아에서 긴장은 더욱 고조된다.
가능한 이야기인가. 전쟁은 예측불허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러니 ‘100%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 승리는 불가능 쪽에 가깝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서방뿐이 아니다. 러시아의 엘리트들조차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실패작으로 진단하면서 또 한 차례 참담한 패배를 입을 경우 푸틴 체제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뉴요커지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춘계 대공세는 러시아군에 별다른 큰 타격을 주지 못해 전쟁은 오랜 교착상태 끝에 6.25와 같은 휴전형태로 동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폴리티코지의 보도다.
전쟁의 양상이 이 시나리오대로 이어질 경우 중국은 꽤나 짭짤한 재미를 본다는 관측이다. 2014년 크림반도 점령이후 러시아는 원자재 등을 주로 중국을 통해 도입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러시아의 중국의존도를 더욱 높여 자칫 속국의 위치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것. 이는 러시아로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중국은 이미 피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해왔다. 전쟁이 장기적 교착상태에 빠져들 경우 피스메이커로서 중국의 위상도 커져 명분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입장을 맞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예상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패배할 경우다. 이 경우 새삼 부각되는 것은 서방체제가 지닌 탄력성이다. 그 반대로 권위주의 침략세력의 약점도 드러난다. 이와 함께 2008/09 세계경제위기를 계기로 형성돼 중국 공산당이 애용해온 내러티브는 헛소리로 판명된다. ‘서방은 지고 중국은 부상하고 있다’고 했던가.
거기에다가 패배 이후 들어서는 새로운 러시아정부는 서방과의 관계회복을 최우선 정책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중국으로서는 일대 낭패일 수밖에 없다는 거다.
이 세 시나리오 중 가장 현실성이 큰 것은 어느 것 일까. 장기적 교착상태, 혹은 서방지원 우크라이나 승리 시나리오로, ‘장기전 끝에 우크라이나 승리’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관측성의 ‘러시아 붕괴론’제시로 그쳤다. 그러던 것이 ‘그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로 논리가 바뀌었다. 그러다가 러시아 해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주요 싱크 탱크들의 논조가 변하고 있는 사실이다.
연방 상하양원의원에, 국방부, 국무부, 상무부 등 행정부 당국자들까지 망라한 독립적 정부 기구인 유럽안보협력위원회가 러시아의 탈식민지화는 도덕적이고 주요 전략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 그 일례다.
러시아 해체는 임박했고, 서방은 그에 따른 내전 등 폭력상황 확산방지와 잔여 러시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서방분석가들의 논리는 점차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분석이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함께 시작된 소련붕괴는 소련은 더 이상 존재 않지만 계속 이어져 왔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붕괴의 중차대한 계기로 훗날 역사가들은 기록할 것이다.’ 허드슨연구소의 지적으로 앞으로 10여년 내에 러시아연방의 정치지도는 사라진다는 진단과 함께 내전발발 등 상황에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시각도 다를 바 없다. 러시아 해체와 함께 11개 시간대를 아우르는 광대한 러시아 영토는 파워 진공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한 것.
러시아해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논조확산. 이와 함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러시아 스파이’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낸 사실이다.
그 속내는 무엇일까.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어떤 형태든 푸틴 러시아를 타깃으로 한 레짐 체인지 작전이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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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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