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한양대병원 제공]
B(55ㆍ여)씨는 3년 전부터 눈이 침침해지고 가끔 물체가 흐릿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들 증상을 노안으로 여겨 별다른 진단을 받지 않고 안경을 맞춰 시력을 보정했다. 그런데 최근 잦은 두통과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안과 검진을 받았다. 안과에서는‘뇌하수체 종양’을 의심해 신경외과에 의뢰했다. 최종적으로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시력장애라는 진단을 받아 수술하게 됐다.
‘뇌하수체 종양 수술 전문가’인 나민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나 교수는“뇌하수체 종양은 성인 이후 정상인 10명 중 1명 이상이 발견될 정도로 흔히 발생하지만 대부분 증상이 없어 진단이 늦어질 때가 많다”고 했다. 교수는“뇌하수체 종양은 여성은 20~40대, 남성은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고, 주로 중년 이후 양쪽 시야가 잘 보이지 않게 되는데 노안이나 노화에 의한 시력 저하로 오인해 진단과 수술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뇌하수체 종양은 어떤 질환인가.
완두콩 크기의 뇌하수체(腦下垂體ㆍ골밑샘ㆍpituitary gland)는 뇌 시상하부로부터 신호를 받아 몸에 중요한 5~7가지 호르몬을 분비ㆍ조절하는 내분비기관이다.
코 뒤쪽으로 머리 중앙(터키 안장)에 위치한다. 호르몬 대사를 총괄하기 때문에 ‘내분비계 중추’, ‘뇌 속 호르몬 관제탑’ 등으로 불린다. 뇌하수체(腦下垂體)의 수(垂)는 ‘드리우다’라는 뜻으로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연결하며 시상하부 아래 매달려 있는 모양을 뜻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국내에서 1년에 2,000명 정도가 진단돼 전체 뇌종양 가운데 발생 빈도 2위, 수술 건수는 3위에 오를 정도로 흔히다.
뇌하수체 종양은 뇌하수체가 분비ㆍ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유무에 따라 ‘기능성 종양’과 ‘비기능성 종양’으로 나뉜다. 기능성 선종에는 유즙 분비 호르몬(프로락틴) 분비 종양, 성장 호르몬 분비 종양,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스테로이드) 분비 종양이 있다. 비기능성 종양은 뇌하수체 종양의 3분의 1 정도로 가장 흔하다.
기능성 종양은 분비하는 호르몬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①유즙 분비 호르몬 분비 종양은 여성에게 생리불순ㆍ불임ㆍ유즙 분비 등이 나타나고, 남성에게는 성 기능 감소ㆍ발기부전ㆍ여성형 유방증 등이 생긴다.
②성장 호르몬 분비 종양은 손ㆍ발ㆍ턱 등 말단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데 말단비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③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 분비 종양은 얼굴이 붓거나 팔다리는 가늘어지고 복부는 부풀어 오르는 쿠싱병을 일으킨다. 이로 인해 비만ㆍ고혈압ㆍ당뇨병 등이 생길 수 있다.
비기능성 종양은 종양이 커지면서 주변 구조물을 압박해 증상이 나타난다. 두통이나 구토, 뇌하수체 기능부전 등이 생길 수 있다. 시신경을 압박해 양쪽 바깥쪽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 감소 및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어떻게 치료하나.
종양 종류ㆍ크기ㆍ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①크기가 작은 비기능성 종양이라면 정기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천천히 자라거나 자라지 않으므로 호르몬이나 신경학적인 이상이 없다면 정기적 관찰을 많이 시행한다.
②유즙 분비 호르몬 분비 종양이라면 약물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③수술도 시행한다. 코를 통해 내시경으로 이뤄지는 ‘경접형동(經蝶形洞) 접근법’(코 아래 부분을 절개해 나비뼈 속 빈 공간(접형동)을 경유해 최단 거리로 뇌하수체에 접근해 종양 제거)과 두개골을 열어 이뤄지는 ‘경두개(經頭蓋) 접근법’(접형동에 염증이 있거나 종양이 위쪽으로 심하게 커질 때)이 시행된다.
최근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경접형동 접근법이 주로 시행된다. 종양을 직접 바라보며 수술하기에 정상적인 뇌하수체와 잘 구분할 수 있고, 뇌하수체기능저하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즙 분비 호르몬 분비 종양일 때도 호르몬 약물 부작용이 심하거나, 종양 위치ㆍ모양이 전(全) 절제가 가능하다면 수술로 치료한다. 특히 젊은 여성 환자라면 조기에 수술해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 생리 불순을 고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④방사선 치료도 시행한다. 수술로 완전히 잘라내지 못했거나, 재발했다면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수술 후 경과가 어떻게 되나.
뇌하수체 선종이 수술로 잘 제거되면 뇌하수체가 시신경을 압박해 발생한 시야장애는 90% 이상 좋아지며, 정상적인 뇌하수체 호르몬 기능은 대부분 유지된다.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5~10% 정도에서 호르몬 이상이 발생할 수 있고, 10% 정도는 5년 이내 재발할 수 있어 정기적으로 호르몬과 MRI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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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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