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이후 또 다른 지역 은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했다.
4일(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86.50포인트(0.86%) 하락한 33,127.74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9.53포인트(0.72%) 밀린 4,061.22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58.93포인트(0.49%) 떨어진 11,966.40으로 장을 마감했다.
투자자들은 지역 은행주들의 급락세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을 소화했다.
전날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이날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연준은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올해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ECB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지속되면 경기가 하락하고, 신용 환경은 더욱 악화한다. 이는 취약한 지역 은행들을 더욱 위험하게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파산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팩웨스트 은행의 주가는 전날 회사가 매각 등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50% 이상 폭락했다.
퍼스트 호라이즌은 TD 은행과의 합병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30% 이상 떨어졌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도 매각설이 불거지며 장중 60% 이상 하락했으나 회사가 매각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주가는 38% 하락 마감했다. 또 다른 지역 은행인 자이언스 뱅코프도 12% 이상 떨어졌다.
SPDR S&P 지역은행 상장지수펀드(ETF)는 5% 이상 하락했고, 인베스코 KBW 지역은행 ETF는 3% 이상 떨어졌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더블라인 캐피털의 제프리 건들락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지역은행의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전날 CNBC에 출연해 "금리를 이렇게 계속 높은 수준으로 남겨두면 이러한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로 지역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은행 파산에 따른 은행주 폭락이 경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려면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져야 한다.
현재 전체 미국 은행주들은 3월 초 이후 20%가량 하락한 상태로, 30% 미만의 하락률에서는 첫 5년 평균 국내총생산(GDP)을 0.4%가량 줄이는 데 그쳤다. 과거 은행 파산에서 30~60%가량 은행주가 하락하면 GDP는 같은 기간 3%가량 감소하고, 60% 이상 주가가 내려가면 GDP가 8%가량 축소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은행주가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했던 때다.
미국의 경제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1만3천 명 증가한 24만2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3만6천 명을 웃도는 것으로 그만큼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올해 1분기 비농업 생산성이 계절 조정 기준 전 분기 대비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 1.6% 증가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이날 수치는 시장의 예상치인 1.9% 감소보다 더 악화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장 마감 후 나오는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의 실적을 주시했다. 애플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2% 가까이 오르고 있다.
S&P500지수 내 금융, 통신, 에너지, 산업 관련주가 1% 이상 하락하며 약세를 주도했다. 11개 업종 중에서 부동산과 유틸리티 관련주만이 올랐다.
AMD의 주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공지능(AI) 처리장치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소식에 6% 이상 올랐다.
존슨 앤드 존슨에서 분사한 소비자·헬스 사업 부문인 켄뷰는 뉴욕 입성 첫날에 22% 이상 올랐다.
미디어 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고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배당금을 축소했다는 소식에 28% 급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하 기대를 꺾은 점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고 분석했다. 또한 은행권 위기가 경기를 더욱 냉각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인터렉티브 인베스터의 리처드 헌터는 마켓워치에 "연말 전에 침체의 정도에 따라 일부 완화 조치가 따를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반대로 연준은 가까운 시일 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꺾었다"라고 말했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키스 앱톤 매니징 디렉터는 CNBC에 "은행 불안이 연준의 일을 도와줄 것"이라며 "지역은행들은 자본금을 억제해야 할 것이다. 하반기에 쉽게 은행 시스템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경제를 간접적으로 식힐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는 연준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베리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은행의 규모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수익의 범위와 수익이 어디에서 창출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라며 "지금은 더 큰 은행들을 확실히 더 선호한다. 더 큰 은행은 신뢰 상실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기관 은행이나 투자은행이라면 규모의 경제를 갖고 있어 시장조성자가 되어 단지 자산 평가 자체에서뿐만 아니라 거래에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6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2.1%,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 0%에 달했다. 전날에는 각각 77.1%, 6.6%였다. 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도 7.9%로 늘었다. 전날에는 해당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0%였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장보다 1.75포인트(9.54%) 오른 20.09를 나타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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