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또 다시 ‘세금 경찰’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만성적 자금난에 허덕이던 국세청(IRS)은 요즘에서야 세무절차를 20세기말의 보편적 수준까지 끌어 올리려 노력 중이다. 반면 공화당은 IRS를 석기시대로 되돌려 보내려한다.
지난 수개월 동안, 공화당은 연방부채한도를 올리는 대가로 정부와 민주당으로부터 어떤 양보를 받아낼 것인지를 놓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다. 연방채무한도 상향은 세계경제를 혼란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다시 말해 공화당은 세계 경제를 볼모삼아 몸값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지난 수요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공화당의 요구사항 중 일부가 담긴 법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공화당은 지출 축소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그의 법안에는 구체적인 각론이 담겨있지 않다. 법안은 모호하기 그지없는 ‘방대한 전방위적 지출삭감’을 요구한다. 정확히 어느 기관이나 기구의 지출을 줄일 것인지는 “추후 발표”할 예정이지만, 구제적으로 명시한 기관이 딱 한 곳 있다. 바로 IRS다.
지난여름에 나온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IRS는 향후 10년에 걸쳐 800억 달러의 신규자금을 제공받는다. 이 돈은 IRS의 업무집행, 시설 업그레이드와 고객 서비스 및 감독 강화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IRS는 이 같은 현금 수혈을 간절히 원했다. IRS 예산은 지난 수년에 걸쳐 연이어 난도질당했고, 그 결과 기본적인 기능조차 수행하기 힘겨운 빈껍데기 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직원 수는 2010년에 비해 20%가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인구는 늘어났고, 세법도 복잡해졌으며 IRS의 책임 역시 가중됐다. 그 결과 서비스는 뒷걸음질 쳤고, 탈세자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쳤다. 정부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트랜잭셔널 레코즈 액세스 클리어링하우스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 200억 달러의 자산을 지닌 기업들 가운데 93%가 IRS의 감사를 받았지만 2020년에 이르러 38%로 곤두박질쳤다.
그뿐 아니다. 과거 수십 년간의 예산 불가측성으로 인해 IRS는 자체 정보기술 시스템조차 업데이트하지 못했다. IRS가 현재 사용하는 일부 테크놀로지는 디스코시대의 산물이다. 이번의 장기적인 신규 예산지원은 IRS를 크게 변모시킬 것이다. 핵심 분야에서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번 주 IRS는 지난 수년 동안 수북이 쌓였던 수백만 건의 세금보고 미처리 분을 말끔히 정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금보고서를 스캔해 전산시스템에 자동입력하는 장비도 새로 구입했다. 지금까지는 담당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세금보고서의 숫자를 일일이 찍어 입력해야 했다.
이제 IRS는 수백만 통 이상의 납세자 문의전화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고, 악명 높던 통화대기 시간도 27분에서 4분으로 단축됐다. 이 모두가 늘어난 재원이 가져온 결과다. 게다가 IRS는 최근 5,000명의 납세자 서비스 담당직원을 새로 채용했다.
lRS 수장인 대니 워펠은 지난주 언론 관계자들과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추가 자금지원으로 우리는 전화와 1대 1 대면상담 및 온라인 서비스 등 모든 부분에서 납세자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즉각적이고도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하고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유감스럽게도 공화당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IRS의 변화를 끝내고 싶어 한다. 지난 1월에 내놓은 IRS 예산삭감안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화당이 채무한도조정 법안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명시된 IRS 자금 가운데 미지급분 전체를 삭감하려든다. 이들은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와 대기업을 감사하기 위해 배정된 자금을 쳐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화당은 증강된 IRS 군단으로부터 정직한 납세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신규 IRS 요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될 자금부터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IRS의 시설 업그레이드와 신규 투자는 고객 서비스를 개선하고 고액 탈세자들로부터 더 많은 미납금을 징수함으로써 정직한 납세자들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여기에 보태 새로 추가한 최첨단 감사장비로 정직한 납세자들이 감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공화당은 그들의 법안이 정부의 재정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IRS를 무력화시키려는 계획은 장기적으로 정부의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뿐이다. 업그레이드된 IRS가 거둬들일 세수는 지출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예산국(CBO)은 1월에 발표된 공화당의 IRS 지원 중단안이 향후 10년간 1,140억달러의 순 적자를 추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IRS 추가 펀딩이 가져올 투자이익을 CBO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IRS 지원을 중단할 경우 연방적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CBO의 당초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법과 질서를 외치는 정당인 공화당이 세금 경찰의 예산지원 차단에 집착하는 모습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들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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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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