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를 하다 보면 종종 결혼식과 장례식을 집례할 때도 있고 또는 그냥 참석할 때가 있다. 목회 초창기에는 젊은 청년들 목회를 했기에 결혼식 주례할 기회가 정말 많았다. 교회 청년들이 서로 눈이 맞아서 결혼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실제로 그것을 권장했으며 결혼식 주례하는 것을 목회의 낙으로 여길 정도로 참으로 즐겼다. 결혼식 주례가 없는 달은 슬픔에 잠길 정도였으니 얼마나 자주 결혼식 주례를 한 것이며 또한 얼마나 그것을 기다렸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 처음으로 교회 성도 장례식을 집례하게 되었는데 이제까지 결혼식만 수없이 집례했기에 눈 감고도 할 정도의 수준(?)이 되었으나 이제 생전 해보지 않은 장례식을 인도하려 하니 정말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분위기도 축제의 분위기인 결혼식과는 정반대로서 정말 말 그대로 엄숙 그 자체였으며 사람들이 눈물을 왜 그리도 많이 흘리던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장례식이 끝나고 나에게 남겨진 여운은 결혼식의 것보다 훨씬 깊었으며 또한 장례식을 통해 얻는 감동과 교훈은 분명 결혼식의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이것은 성경 전도서 7장 2절,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끝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는 이것을 그의 마음에 둘지어다’의 말씀과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결혼식에 가서 축제 가운데 웃고 즐기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장례식에 가서 고인을 생각하며 슬퍼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로서는 무엇보다 목사로서 유가족분들과 친지와 친구분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이 절실히 드러나는 순간이기에 그 보다 닫힌 마음이 열리고 복음을 받아들이는 경우를 여러 번 체험했기에 그러하다. 또한 장례식에 참여하면서 나 자신도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게 됨으로 나의 인생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며 또한 인생을 재점검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소중한 것임을 되짚어 보게 하는 기회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 교회 한 성도의 형님 되시는 분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한 번도 뵙지 못한 고인의 장례식이었음에도 깊은 깨달음과 유익함이 나에게 있었다. 무엇보다도 크게 감동이 되는 부분은 자녀들의 조서였다. 특별히 아드님 한 분이 나오셔서 아버님을 생각하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우리에게 믿음의 본을 보이셨습니다! 그것이 가장 감사한 일입니다!”라고 이야기할 때 나의 마음이 정말 뭉클했다. 그러면서 부러운 마음마저 들면서 나 자신도 언젠가는 저 고인처럼 저렇게 관에 눕게 되는 날이 올 터인데 그때 나의 자녀들이 아버지인 나를 생각하면서 동일한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고인은 인생을 멋지게 살다가 천국에 간 귀한 남편이요, 아버지요, 형님이요, 오빠요, 친구이며 그리고 지난 50년의 이민 생활을 정말 치열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온 아주 훌륭한 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의 자녀로 살다가 많은 후손에게 믿음을 유산으로 물려준 귀한 인생임을 보면서 믿는 사람의 장례식은 역시 뭔가 다르네 라는 감탄이 흘러나왔다. 물론 이 땅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인간적 슬픔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영원한 천국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에 예수 믿는 사람의 장례식은 단지 슬픈 것을 넘어서서 영생의 소망을 줌으로 세상의 장례와는 역시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결혼식 참석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있고 특별히 주례 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얼마나 결혼식 주례 하길 간절히 원했으면 딸 결혼식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내가 직접 결혼 주례를 하겠다고 용감하게 이야기했다가 보기 좋게 거절당하는 수모(?)까지 겪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는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보다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목사가 되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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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목사(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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