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새로 사야 하는 사람들은 고민이 많다. 우선 차값이 너무 올랐다. 몇 년 전 가격을 생각하면 차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금은 살 때가 아니야.” 조언하는 주위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기다릴 것인가. 기다린다고 오른 차값이 떨어지겠는가. 새 차를 샀을 때 무용담처럼 늘어 놓던 ‘딜러에서 얼마 깎았다’는 옛말이 됐다. 차 시장이 셀러스 마켓(seller’s market)으로 돌아선 지 오래다. 갑을 관계가 바뀐 듯하다.
또 다른 고민은 어떤 차를 살 것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차, 미국차, 일본차의 선택이 아니다. “개스가 하나도 안 들어. 너무 편해”. 최근 전기차를 산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솔깃하다. 전기차에 불이 났는데 끄지를 못해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래, 아직 아니지. 가다가 또 전기라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금세 개솔린 차로 마음이 바뀐다. 한 가지 위안 거리는 이런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달 초 AP설문조사 결과는 미국 소비자들의 이런 마음을 잘 말해준다. 다음 차는 전기차를 살 의향이 있다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거의 반반이다. 아직 개솔린이 47%로 전기 41% 보다는 조금 더 많긴 하지만-. 이러니 같은 조사결과를 놓고 전해지는 전망과 분석이 다르다. 어떤 전문가는 전기, 어떤 보도는 개솔린에 기울어진 듯한 뉴스를 전한다.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60%가 비싼 가격을 들었다. 나머지 25%도 가격을 마이너 팩트로 꼽는다.
켈리 블루 북에 따르면 미국인이 새로 산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5만8,000달러가 넘는다. 보통 가정에는 버겁다. 개솔린과 전기를 합친 평균 새차 가격 보다1만2,000달러 정도 많고, 전기와 개솔린 차의 가격 차이는 이보다 더 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의해 전기차 구입 때 최대 7,500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하나 미국차 중에도 대상 차종이 많이 줄었다. 3,750달러 보조금밖에 못 받는 차가 의외로 많다. 이 정도 인센티브로는 대세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이유는 충전소 부족이다.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는 응답자의 75%가 이 이유를 들었다. 충전소 미비를 메이저 문제로 꼽은 응답자가 절반에 이른다. 정부가 50억달러를 들여 충전소 50만개를 더 세우고 현 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운전하다가 전기 떨어졌을 때를 걱정하는 소비자가 많다. 잠깐이면 되는 주유에 비해 충전 시간도 걸림돌이다.
전기차 구매 의향을 묻자 30세 미만은 55%가 다음 차로 전기차를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반면 45세 이상은 30% 정도에 그쳤다. 4명중 3명이 개스비 절약을 전기차 구매의 첫번째 이유로 든다. 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응답은 이보다 10% 정도 낮다. 개인의 실익이 공익보다 우선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800여 만대, 이중 500여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얼마 전 개막한 상하이 오토쇼에 나온 1,500여대의 신차 중 전기 등 친환경 차가 1,000여대에 이르렀다. 롤스로이스, 마이 바흐, 벤틀리 등 럭서리 카 메이커들도 경쟁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롤스로이스는 2030년까지 모든 차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전기차 업계는 중국이 선두 주자로 테슬라를 제치고 친환경 차 최고 판매를 기록한 기업도 중국 업체다. 보급형 전기차 개발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 차 가격도 내릴 수 있다. 중국산 중에는 이미 1만달러 대도 나왔다.
전기차가 절대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개발 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는데다, 세계 주요 나라들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재앙적인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때 나는 어떤 차를 사는 게 좋은가. 어느 전문가도 똑 떨어지는 조언이 어렵다. 차 용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LA같은 데서 출퇴근이나 등하교, 주로 동네에서 사용한다면 전기차를 피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물론 예산이 허용된다면-. 결정은 전적으로 각 개인과 가정의 형편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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