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돈줄이 마르는 소리가 들리는가?
자금경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가 거북하다면 자금유동성 축소, 혹은 긴축 정도로 해두자. 아무리 에둘러 말해봤자 결론은 돈을 빌리기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지난 3월, 주요 지역 은행이 무너진 여파로 기업 및 소비자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연방준비제도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시중 은행 대출은 3월29일로 마감한 지난 2주 사이에 무려 1,0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2주 단위의 은행여신 감소규모로는 반세기만에 나온 진기록이다.
같은 2주 기간 상업 및 산업 대출은 물론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사상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이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출감소는 부분적으로 예금 부족에서 비롯된다. 사모펀드사인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첸 스록의 추산에 따르면 1년전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금융권에서 빠져나간 예금액은 거의 1조 달러에 달한다.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실리콘 밸리 뱅크(SVB)가 법정관리로 넘어간데 따른 과장된 수치가 지표에 반영된 결과라며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연성’ 지표들 역시 신용경색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1년 전에 비해 대출을 받기 힘들어졌다고 보고한 가구의 비중은 뉴욕 연준이 서베이를 시작한 이래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전국자영업자연맹(NFIB)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대출을 받기가 그 직전에 돈을 빌릴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답한 업체의 비중이 늘어났다.
구체적인 예는 또 있다. 최근 방문한 몇몇 도시에서 필자는 매장 전면에 대출금리 안내문을 붙인 소매은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대신 은행창구는 예금증서(CDs)에 고율의 이자를 지급한다는 안내 정보로 뒤덮였다. 이는 시중은행이 대출보다 자금 유치에 더 신경을 쓴다는 신호이다
물론 이런 추세는 SVB 파산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금융계가 제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SVB 파산은 금융시스템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던졌다. 예금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형은행의 숱한 예금주들이 SVB와 시그니처 뱅크의 파산에 충격을 받고 대형은행이나 머니마켓펀드로 이동했다. 아마도 이 같은 추세는 진정되거나 곧 반전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느슨한 금리환경과 관련해 상대적 지속력을 지닌 긴축 금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연준이 단행한 연이은 금리인상은 수요를 냉각시켜 소비자와 기업이 부채질하는 가격상승이 멈춰 서도록 자금조달환경을 팽팽하게 조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차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연준 인플레 전략의 특징이다.
문제는 금리인상이 부수적 피해를 초래하는 둔탁한 도구라는 점이다. 인준의 금리인상 지각시동은 평소보다 공격격인 금리인상으로 물가를 따라잡으려는 시도이고, 지금 우리는 그에 따른 불유쾌한 결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소형은행들은 상당한 상업용 부동산대출을 해준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사무실 공실률로 인해 이 같은 대출은 상당부분 불건전해 보인다. 게다가 2023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모기지 건수는 기록적인 수준이다. 채입자들은 치솟은 금리에 적응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분석전문가들은 채무불이행의 파도가 덮칠 것을 우려한다.
이같은 채무불이행사태는 소형 대출은행은 물론 이들에게 자금조달을 의존하는 영세업체 모두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미국내 대부분의 카운티에서 소형은행이 영세업체 대출금의 90%를 제공한다.
이런 요인들이 이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연준이 당면한 도전은 이들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인플레이션을 신속히 잡기 위한 필요조건에 우리가 어느 정도 근접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다른 한편으로 연준 스탭 진은 올해 말 완만한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연준이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금융거래인들은 연준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말했듯 연준의 다음번 선택이 무엇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일부 측면에서는 분명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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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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